“오세훈, 대권 자격미달…아이들 상처 안 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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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대권 자격미달…아이들 상처 안 보이냐”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7.22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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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대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31조 제2항),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헌법 제31조 제3항).”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그가 정치적 승부수로 던진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가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친이계를 중심으로 오 시장에 대한 총력 지원을 천명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19대 총선에서 ‘보편적 복지’에 대한 반대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범야권은 총력 대응이라는 총론만 정한 채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할 것이냐, 보이콧을 할 것이냐’를 놓고 이견을 정리하지 못했다. 차기 총·대선에서의 유·불리 때문이다. 초등학교 무상급식 문제가 2012년 총·대선의 전초전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는 얘기다.

궁금했다. 친환경무상급식이, 아이들의 점심문제가, 여야의 대립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서 친환경무상급식 운동을 10년 넘게 한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대표와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친환경무상급식을 놓고 정치권 등이 찬반으로 확연히 갈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대표로서 무상급식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적어도 공교육의 장에서 만큼은 차별 없는 급식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10년간 무상급식 운동을 해왔다. 초등교육에 대한 무상교육이 헌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우리는 부자 아이와 가난한 아이를 나눠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반(反)교육적 행태를 일삼지 않았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상급식만이 아니라 이것을 계기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우려스럽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무엇인가.
“방학 중 발생하는 결식아동이다. 정부여당이 2011년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한시적 지원계획이었다는 이유로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지원예산 541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것은 아이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그 가난의 대물림을 막아야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것이 우리 어른들의 책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고있다. 왜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한다고 생각하나.
“대권 때문이다. 대권이라는 목표를 위해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들의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가. (한마디로) 대권주자로서 자격미달이다.”

▲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대표(앞줄 가운데).ⓒ뉴시스

-서울시 예산에서 무상급식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0.3%다. 반면 한강르네상스와 서해뱃길 등에는 수천 억 원을 쓰는 등 시 예산의 편중차가 심하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나.
“오세훈 시장이 토목, 토건사업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5∼6학년에 대한 친환경무상급식 예산은 불과 690억 원에 불과하다.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가 조금이라도 의지만 있었다면, 초등학교 전 학년의 무상급식 시행은 결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얘기를 해보자. 한나라당 서울시당은 이미 오세훈 시장의 지원을 천명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보이콧을 놓고 고심 중인데.
“그 부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서울시 측의 주민투표 공표 및 발의 문제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도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참여단체에 대한 등록 등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선거운동 부분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이 정해질 것 같다.”

-진보진영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미 보이콧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추측에 불과하다. 참여하는 단체 등과 논의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최종적인 결정은 좀 더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이번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는 찬반투표가 아니라 단계적 vs 전면적,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양자택일로 됐다. 사실상 서울시가 유리하게 된 것이 아닌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에서 이기기 위해 끝까지 머리를 썼다. 서울시가 주민투표 용지 문구로 ‘전면적’ 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다른 하나는 ‘부분적’이라고 해야 하고, ‘보편적이라는 표현은 ‘선별적’과 함께 써야 한다. 지금 (서울시교육청에서) 하고 있는 무상급식도 단계적 급식이다. 선별이라는 말이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킬까봐 단계적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국민들의 혼란을 자초하게 하는 치졸한 전략이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서울시 측이 이기면, 서울 초등학교 1∼4학년의 무상급식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니다. 내년 2월까지의 무상급식 예산은 이미 편성돼 있다. 때문에 이번 주민투표 결과와는 상관없이 2학기에도 초등학교 1∼4학년은 무상급식의 대상이다.”

-서울시는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면, 홍보 등을 통해 여론이 유리하게 조성될 것이라며 사실상 낙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향후 대응 방안을 말해 달라.
“서울시가 추진한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는 민의를 왜곡한 것이다. 무상급식은 지난해 6·2 지방에서 이미 판정이 난 사안이 아닌가.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 무상급식을 왜 182억 원의 예산을 들이면서 주민투표를 해야 하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명백한 세금낭비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대권 욕심이 있다고 비정상적으로 해서야 되겠나. 우리도 총력 대응을 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이 쉽게 이기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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