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논란②> 오세훈, 3대 악재에 궁지…‘꽃놀이패냐, 자충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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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논란②> 오세훈, 3대 악재에 궁지…‘꽃놀이패냐, 자충수냐’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7.23 0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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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의회 반대에도 무상급식 주민투표 강행
주민투표 서명부 3명 중 1명 가짜…‘절차상 하자’
서울시 부채 25조에 육박…토목공사·전시행정 도마
“친이계 결집 노린 행보”…“강한 보수 대권에 불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깜짝 놀랐습니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부를 열어본 순간, 같은 필체로 보이는 서명자가 무더기로 발견됐어요. 동일필체와 허위서명은 물론 서명과 성명의 불일치, 주소불명 등등…정말 이건 말도 안 되죠. 서울시정 사상 첫 주민투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기와 정치적 야욕으로 파생된 거 아닙니까.”

정호진 전 진보신당 서울시당 공동대표(현 진보신당 영등포당원협의회 위원장)는 지난 7일 영등포구청 보건소 1층에서 진행된 친환경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서명부 열람 직후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동시에 궁지에 몰리고 있다. 오 시장이 정치적 승부수로 던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부터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명부를 둘러싼 대리투표·법적 권한 문제 등 불법논란과 예산낭비, 그리고 포퓰리즘 등 ‘3대 악재’가 오 시장을 옥죄고 있다.

오 시장의 정치적 승부수가 꽃놀이패와 자충수 중 하나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 시장과 범야권 중 한쪽에 직격탄을 가하는 제로섬 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 오세훈 서울시장.ⓒ뉴시스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법 투성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내달 23∼25일 사이에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6월 16일 공동 청구인대표자명의로 제출된 81만5817명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청구서명부를 검토한 결과, 51만2250명(62.8%)이 유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는 주민투표청구요건인 서울인구 1/20(41만8005명)을 초과한 수치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30만2967명(32.2%)이 무효서명이라는 얘기다. 무상급식 서명자 3명 중 1명꼴로 가짜 서명자인 셈이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 등 야5당은 즉각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에 대한 수리처분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내년으로 연기된다. 

다만 사법부가 그간 의결 등의 절차문제와 관련, “절차상하자는 인정하지만, 무효로 인정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다”라고 판결한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절차상의 문제가 바로 위헌으로 귀속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이에 따라 서울시민들은 내달 중 서울시 주민투표청구심의회가 확정한 <소득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vs <소득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2011년), 중학교(2012년)에서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중 양자택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법적 하자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서울시 심의회가 내놓은 투표 문안 중 ‘소득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2011년), 중학교(2012년)에서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가 왜곡된 사실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초등학교 5∼6학년에 대한 무상급식 여부가 쟁점이다. 초등학교 1∼4학년은 이미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 17일 무상급식 계획안을 확정하면서 오는 2011년 초등학교 전 학년, 2012년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 2013년 초등학교와 중학교 1∼2학년, 2014년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 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미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무상급식이 단계적이라는 얘기다. 주민의 합리적 결정을 위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의 제공을 명시한 주민투표법 제4조의 위반 가능성이 나온다.

더욱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그간의 통상적인 주민투표의 찬반 형식과는 달리, 투표 문안이 양자택일로 결정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유리한 선거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뉴시스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대표는 지난 22일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주민투표 문안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에서 이기기 위해 끝까지 머리를 썼다. 서울시가 주민투표 용지 문구로 ‘전면적’ 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다른 하나는 ‘부분적’이라고 해야 하고, ‘보편적이라는 표현은 ‘선별적’과 함께 써야 한다”며 “지금 (서울시교육청에서) 하고 있는 무상급식도 단계적 급식이다. 선별이라는 말이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킬까봐 단계적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국민들의 혼란을 자초하게 하는 치졸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 이날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8월 서울시에 보낸 무상급식 추진계획에는 2011년 초등학교, 2012년 초·중학교 순서로 무상급식을 연차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돼있다. 민주당 주도로 제정된 서울특별시 친환경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의 부칙조항도 마찬가지”라며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그간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무상급식 사무에 대한 결정 권한을 놓고 서울시를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급식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학교급식은 교육·학예에 대한 사무로, 결정 권한이 교육감에 있다.

핵심 쟁점은 지방자치법 제14조와 주민투표법 제7조 제2항이다. 전자는 주민투표를 부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방자치단체장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교육감까지 포함되는지’의 문제이고, 후자는 무상급식 예산이 주민투표의 대상인가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서울시 교육협력국 교육격차해소과 관계자는 지난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방자치법 제14조 등의 지방자치단체장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로, 해석의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며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번 주민투표의 결과가 향후 무상급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점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이미 2014년도까지 초·중학교 전학년에 대한 무상급식 추진의사를 밝혔고, 이미 초등학교 1∼4학년의 경우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서울시가 주장한 단계적 무상급식안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더라도, 오 시장이 시교육청의 무상급식을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시사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오세훈 시장의 주민투표와 관련, “박근혜 전 대표와 경쟁할 수 있는 친이계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것으로, 보수세력의 표심을 결집시키려는 목적”이라며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시민들에게 비난의 표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고, 강한 보수의 이미지로 인해 대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오세훈, 토목에 돈 쏟아 붓더니…

‘20조원 vs 700억 원 vs 182억 원….’

첫 번째 20조 원은 서울시 1년 예산이다. 두 번째 700억 원은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예산이다.

2011년도 초등학교 전면무상급식 예산은 약 2300억 원인데, 시교육청:서울시:자치구=5:3:2로 분담, 서울시가 700억 원만 부담하면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이 가능하다. 마지막 182억 원은 주민투표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700억 원을 아끼자고 200억 원을 쓰자는 것이냐”며 혈세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눈여겨 볼 대목은 서울시의 예산 낭비 실태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 서울시민네트워크, 서울친환경무상급식본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 본청 부채는 오 시장이 취임한 2006년 1조1462억 원에서 2009년 4조6851억 원으로 증가했고, 시 산하기관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12조5325억 원에서 20조3902억 원으로 급증했다. 시와 산하기관 부채의 총합이 2009년 25조753억 원에 달한다. 서울시민 1인당 257만원의 부채가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한강 예술성 조성비 406억 원, 서해뱃길사업 752억 원, 한강생태계 복원사업 86억 원 등을 각각 책정했다가 시의회 측이 이를 삭감하자, 시측에 예산 재의를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 지난 11일 오전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청구'과정 명의도용, 대리서명 등 불법 사례 종합발표 및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의원 및 관계자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뉴시스

민간연구소인 좋은예산센터가 발표한 ‘서울시정 연속평가보고서(2010)’에 따르면, 92%에 육박했던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2010년 85%로 악화됐고, 특히 서울시 부채는 투자 출연기관을 포함해 이명박-오세훈 재임 8년 간 3배나 증가했다. 그간 서울시 부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지하철 공사의 부채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시 전체 부채는 오히려 증가됐다는 점이다.

좋은예산센터 관계자는 이에 대해 “SH공사의 부채가 5배 가량 증가하는 등 (SH공사가) 부채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SH공사가 추진한 가든파이브,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 전시 행정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가든파이브는 청계천 상인의 이주를 목적으로 건설된 복합쇼핑몰로, 총 1조30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낮은 분양률로 인한 개장 지연으로, 지난해 1일 평균 수십억 원대의 금융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의 대표적인 최대치적으로 꼽히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 6월 20일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한강주운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한강주운 사업이 이대로 추진될 경우 선박 이용객과 경제적 타당성 등의 부족으로 운영적자가 누적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오 시장의 과도한 홍보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 시장은 취임 이후 1100억 원에 달하는 홍보비를 썼다. 1100억 원은 민선 2기 시장인 고건 전 시장과 이명박 전 시장의 홍보비 합계인 649억 원 보다 약700억 원이 초과된 액수다.

서울시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9∼2012년까지 시정 홍보비만 2299억 원을 책정했고, 해외 홍보비 역시 2008∼2010년까지 연평균 320억여 원을 집행했다.

배옥병 대표는 서울시의 예산 낭비 실태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도한 홍보행정, 끊임없는 토목·토건사업 등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고, 좋은예산센터 관계자는 “서울시는 건설예산을 절감하면 약 3조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무상급식 등 복지·교육 중심의 예산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은 700억 원의 무상급식 예산을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 의사를 밝힌 무상보육에 찬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하는데 양보할 수 있는 마지막노선이 무상보육이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의 원인인 저출산 극복을 위해 육아 지원에 비중을 둬야 하는데, 이번 무상보육정책이 바로 거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지난 5월 1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무상보육에 들어가는 예산은 무상급식의 몇 배로 추정된다. 무상보육이 육아지원을 통한 저출산 대책의 전제조건이라면, 무상급식 역시 학생지원을 통한 저출산 대책과 맞닿아있다.

때문에 이번 주민투표는 단지 복지만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함의를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복지를 놓고 일종의 부조화 현상을 일으키는 오 시장의 행보는 무상급식 반대를 통해 집토끼를 잡고, 무상보육을 통해 산토끼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실상 대권전략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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