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같은 중도 유권자 실체…분명 ‘있다’
유령같은 중도 유권자 실체…분명 ‘있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5.17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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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47%와 진보 26%는 확실한 고정지지층
선거마다 움직인 중도는 보수 17%vs진보 23%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일각에서는 “이런 시기일수록 양 정당에 대한 혐오가 커진다”고 전망했으나  실상은 진영별 지지도의 양극화가 초래됐다.ⓒ시사오늘 김유종
일각에서는 “이런 시기일수록 양 정당에 대한 혐오가 커진다”고 전망했으나 실상은 진영별 지지도의 양극화가 초래됐다.ⓒ시사오늘 김유종

국회의 시계가 70여일 째 멈춰있다. 15년 만에 가장 늦은 첫 국회가 열린 3월 7일 이후 2019년 국회는 표류중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시기일수록 양 정당에 대한 혐오가 커진다”며 “따라서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도 정당의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실상은 진영별 지지도의 양극화가 초래됐다.

YTN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동물국회가 되기 전 4월 3주차와 가장 최근에 발표한 5월 2주차 정당 지지도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37.8%→38.7%)은 0.9%포인트 상승했으며, 자유한국당(31.3%→34.3%)은 3.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무당층(15.3%→11.2%)은 무려 4.1%포인트 하락했으며, 중도를 표방한 바른미래당(4.7%→4.9%)은 고작 0.2%포인트 상승했다.

중도는 과연 있는가?…중도는 ‘있다’

일각의 예상과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중도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임성호 교수는 지난 4월 2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양극의 목소리는 더 크게 들리는 반면, 중앙의 목소리는 온건해서 상대적으로 잘 들리고 않고, 잘 보이지 않는 것뿐”이라며 “하지만 분명 중도는 존재 한다”고 말했다.

13일 〈시사오늘〉은 10대부터 50대까지의 시민들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중도란 무엇인지 물어봤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13일 〈시사오늘〉은 10대부터 50대까지의 시민들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중도란 무엇인지 물어봤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시작하기에 앞서 13일 <시사오늘>은 10대부터 50대까지의 시민들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중도란 무엇인지 물어봤다.

조사 결과, 10대는 ‘편 먹지 않는 위치’로, 20대는 ‘어느 쪽에서도 욕먹기 싫어하는 중립’으로, 30대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이라고, 40대는 ‘중용,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이라고, 50대는 ‘보수도 진보도 마음에 안들 때 취하는 입장’으로 설명했다.

시민들이 제시한 정의를 종합해 <시사오늘>은 중도정치(中道政治) 혹은 중도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아니하며, 각 사안마다 움직이는 중간층’으로 정의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4월 30일 <시사오늘>이 지난 대선과 총선 등을 분석한 결과, 민주화 이후 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2012년 제18대 대선까지 총 6개의 대선에서 보수는 최소 47%에서 최대 64%의 득표율을, 진보는 최소 26%에서 4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여기서 최소 득표율에 해당하는 보수 47%와 진보 26%는 각 진영의 고정 지지층을 의미한다. 반면 최대와 최소 득표율의 차에 해당하는 보수 17%포인트와 진보 23%포인트는 각 선거마다 움직이는 ‘중도’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언근 초빙교수(전문경력인사)는 지난 4월 2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중도는 존재 한다”며 “중도는 상황과 여건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도는 선거 때마다 종종 등장해 자신의 존재감을 보였다. 중도 표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대선의 승패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30일 〈시사오늘〉이 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2012년 제18대 대선까지 총 6개의 대선 득표율을 분석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지난 4월 30일 〈시사오늘〉이 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2012년 제18대 대선까지 총 6개의 대선 득표율을 분석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 2002년 제16대 대선

“16대 대선은 주춧돌 선거(founding election)”라며 그 이유를 “사당정치, 지역정치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 설명한 손혁재(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의 <16대 대선에서 나타난 한국정치의 새로운 양상>의 논문을 근거로, 2002년 제16대 대선부터 중도의 행적을 추적하려 한다.

제16대 대선은 지역주의에서 보수-진보 구도의 이념 논쟁으로 넘어온 첫 대선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과도기의 중심에는, 지역주의와 맞서 싸워 ‘바보’라 불리던 노무현이 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여전히 남아있던 지역주의 잔상에도 개혁을 꿈꾸던 중도를 껴안았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해 논문은 “그동안 보여준 그의 정치적 행보가 시대정신인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유권자들이 가졌다”고 전했다.

반면 이회창 후보의 패인에 대해 논문은 “‘개혁기대층’을 이회창 후보 지지로 만들 수 없었던 것”으로 설명하며, “영남지역 고정 지지층이 여전히 건재하지만, 이들 외에 당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플러스 알파’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 2007년 제17대 대선

하지만 이내 노무현을 지지했던 중도층은 2007년 제17대 대선을 통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돌아선다.

그 배경에 대해 이원규(전북대학교 교수, 행정학)의 논문 <제17대 대통령선거와 투표 행태> 는 “노무현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정책으로 오히려 서민들의 삶은 이전보다 더 고달프게 됐다”고 밝혔다.

만약 중도가 없었다면 보수에 해당하는 이회창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의 합은 47%에 그쳐야 했다. 하지만 보수가 64%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17%의 중도가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만 놓고 봤을 때는 15%지만, 이명박 후보를 포함한 보수의 득표율은 64%다”며 “이는 극우 이미지가 아니었던 이명박 후보가 보수 고정 지지층인 47%에 더해 약 17%의 중도 표를 갖고 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2012년 제18대 대선

2007년 이명박 후보를 향했던 중도 표는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로 양분됐다.

이 흐름은 당시 대선의 주요 변수였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흔히 안철수의 부상(浮上)은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바라는 중도층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가 사퇴하면서, 중도층은 좌클릭을 하던 박근혜 후보(51.55%)와 우클릭을 하던 문재인 후보(48.02%)로 찢어지게 됐다. 그 결과 3.53%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박 후보가 승리했다.

김윤철의 <지속과 변화의 관점으로 본 19대 대선의 특징과 의미> 논문에서는 18대 대선의 특징 중 하나를 “모든 정당이 그리고 후보 모두 경제 민주화와 복지정책을 강조했다는 점”이라며 “즉 정책적 수렴 현상이 뚜렷했다”며 중도가 찢어지게 된 배경을 전했다.

◇ 1996년 제15대 총선

한편 중도는 대선뿐만 아니라 총선에서도 자신을 드러냈는데, 대표적으로 1996년 제15대 총선이 있다. 15대 총선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139석을 획득해 제1당이 된 선거다.

이내영(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정치학)의 <제15대 총선과 한국정치의 진로> 논문은 “신한국당의 경우는 보수-중도-진보라는 이념적 스펙트럼 모두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논문을 통해 “이회창의 영입과 구민중당 지도부를 포함한 비교적 개혁적 인물들의 공천을 통해서 진보적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며 신한국당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 평가가 총선에서 중도의 표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확실한 중도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만 되면 왜 중도는 중도 정당 대신 ‘그 놈이 그 놈이다’는 양 정당에게 향하는 것일까.ⓒ시사오늘 이근
그렇다면 이처럼 확실한 중도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만 되면 왜 중도는 중도 정당 대신 ‘그 놈이 그 놈이다’는 양 정당에게 향하는 것일까.ⓒ시사오늘 이근

선거에서는 왜 중도가 사라지는가?…중도정당은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확실한 중도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만 되면 왜 중도는 중도 정당 대신 ‘그 놈이 그 놈이다’는 양 정당에게 향하는 것일까.

실제로 중도를 ‘표방한’ 정당은 존재했다. 그 예로 2016년 국민의당과 2019년 바른미래당을 들 수 있지만, 그들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승리하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이언근 초빙교수는 “바른미래당처럼 중도 정당을 표방하는 정당도 결국 큰 정당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중도 정당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임성호 교수도 또한 “중도온건파를 대변할 목소리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전문가들은 중도를 표방한 적은 있어도 중도층이 만족할만한 제대로 된 중도 정당은 없었다는 평이다.

혹자는 그렇다면 괜찮은 중도 정당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도 정당의 부재는 어쩌면 필연적이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뒤베르제(Maurice Duverger)는 “선거 제도가 소선거구제일 때는 양당제를, 비례대표제일 때는 다당제를 낳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뒤베르제의 법칙에 따르면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우리나라는 거대 양당제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오랜 바른미래당 지지자의 “이제는 바른미래당을 찍은 내 표가 사표가 될 걸 뻔히 아는데 어떻게 찍느냐”는 한탄을 들어보면, 1950-60년대에 발표한 뒤베르제 법칙이 2019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뒤베르제는 “소선거구제가 양당체제를 낳는 두 가지 메커니즘 중 심리적 기능(psychological effect)에 따라 제3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당선의 확률이 높은 쪽을 투표하는 전략적 투표행동”이라 말했다.

또한 채진원의 <진영논리의 극복과 중도정치에 대한 탐색적 논의> 논문 332쪽에는 중도 정당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적혀있다.

“중도는 진영논리가 보여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국가vs시장, 자유vs평등, 안보vs평화, 성장vs분배, 세계주의vs민족주의) 모두를 잘못된 대립구도이고 그 양자 간에 어느 한쪽만을 선택하는 절대적인 분리가 아니라 양자 간에 적절한 균형을 맞춰 둘 다를 선택해야 한다는 당위적 논리를 내세우지만, 즉 양비론적으로 양쪽 모두를 비판할 수 있지만 역으로 그것의 적중을 의미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기가 매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이에 대해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장혜영 교수도 “중도 유권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정당을 지지하는데, 이는 이미 거대 정당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다”며 “매력적인 정책을 중도정당이 내세우는 것은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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