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원전 수출은 해야 하는데”…사그라지는 ‘원전 불꽃’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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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원전 수출은 해야 하는데”…사그라지는 ‘원전 불꽃’ 살려야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5.17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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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원전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 사멸 가능성 높아
일자리창출과 경기활성화 위해 에너지정책 전환 절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탈원전 정책은 한 마디로 우리에게 치명타가 되고 있다. 과학계는 원전 인력 해외 유출, 부품사 도미노 파산으로 세계 최고 원전 기술과 생태계가 붕괴돼 당장 5년 내 기존 원전 운영마저 어려워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탈원전 정책은 한 마디로 우리에게 치명타가 되고 있다. 과학계는 원전 인력 해외 유출, 부품사 도미노 파산으로 세계 최고 원전 기술과 생태계가 붕괴돼 당장 5년 내 기존 원전 운영마저 어려워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55조원,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긴 기업은 무려 3500여 곳에 달했다. 기업이 해외로 나가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우리 재정도 부실해지게 마련이다. 

요즘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대형 공사를 수주했다는 낭보(朗報)를 듣는 게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이렇게 가다간 수주잔고가 몇 년 안에 바닥을 드러내고 문을 닫는 대형 건설사가 나올 것이란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정부 정책은 일자리창출과 경기활성화에 역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탈(脫)원전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으로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소의 비중을 낮추는 에너지정책을 펴고 있다.  

탈원전 광풍 속에 원전산업은 주춤거리고 있다.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은 총 1988개다. 국내에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 퇴직하는 직원이 잇따른다. 상당수 전문인력은 ‘미래’를 위해 해외로 떠난다고 한다. 지난달 KAIST 2학년 학부생 중 원자력·양자공학 전공자는 4명에 그쳤다. 2016년까지만 해도 매년 20명 안팎이 지원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탈원전론자들은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가 재앙 수준이기에 원전을 더 이상 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원전 APR-1400은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가압경수로로 폭발 가능성이 낮다. 안전하다.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일본의 비등경수로와는 안전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UAE)는 수십 조원을 들여 한국형 원전을 선택한 것이다. 

중국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이 나오자 1년 만인 2012년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올해는 안전장치를 대거 보완한 3세대 원전 건설을 본격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원전 없이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이 없다고 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기 집무실에 고용 전광판을 설치해 일자리를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취업률 제고’를 국정1호 과제로 삼을 만큼 일자리창출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현재의 고용 지표는 비관적이다. 지난 15일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는 1년 전보다 8만4000명 증가한 12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20대 실업률은 역대 최악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연말까지 만들겠다며 내놓은 단기 일자리의 내용을 보면 ‘맞춤형 일자리’란 표현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단기 일자리 5만9000개는 대부분 공공근로 성격의 단순 노무다. 서류 복사, 대학교 빈 강의실 소등하기 등 일일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가 수천 개 포함돼 있다. 그러기에 정부의 일자리정책은 고용참사를 ‘단기 알바’로 때우는 데 불과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은 UAE에 수출한 모델로 세계 최고 원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해외수출이 어려워졌다. 탈원전을 외치면서 원전 수출 세일즈를 하는 것은 “우리가 폐기하는 원전을 당신네는 믿고 쓰도 된다”는 격이니, 이런 아이러니한 말이 해외에서 통할 리 없다. 

과학계는 원전 인력 해외 유출, 부품사 도미노 파산으로 60년간 어렵사리 쌓아온 세계 최고 원전 기술과 생태계가 붕괴돼 당장 5년 내 기존 원전 운영마저 어려워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탈원전은 한 마디로 우리에게 치명타가 되고 있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때 뉴딜이란 새로운 경제정책을 추진한다. 뉴딜정책 중 하나는 일자리정책이었다. 당시 단기 아르바이트에 20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데, 일자리창출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새로운 처방이랄 수 있는 경기활성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루스벨트는 ‘금주법’을 푸는 ‘정책 전환’으로 맥주 제조와 판매를 활성화하고 연관 산업에 실업자들이 취업하게 해 경제부흥을 이끌었다. 

지금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억지로라도 만들어 일자리창출과 연관 산업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가 솔깃해진다. 전문가들은 미봉적인 일자리 정책으로는 안 되며 기업이 제대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정책 대전환’을 해야 지금의 고용참사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탈원전 정책 재고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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