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김춘추의 통일과 文대통령의 운전자론
스크롤 이동 상태바
[역사로 보는 정치] 김춘추의 통일과 文대통령의 운전자론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05.18 1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김춘추는 삼국통일을 위해 목숨을 건 통일 외교에 전념을 다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토록 신뢰하는 북한의 표현대로 오지랖 넓은 행보에 전념을 다하고 있는 모양이다. 경주 월성 안압지(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김춘추는 삼국통일을 위해 목숨을 건 통일 외교에 전념을 다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토록 신뢰하는 북한의 표현대로 오지랖 넓은 행보에 전념을 다하고 있는 모양이다. 경주 월성 안압지(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김춘추는 삼국통일의 토대를 만든 외교의 승부사였다. 김춘추의 강렬한 통일의지와 실행력이 없었다면 신라는 백제의 식민지 신세를 못 면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춘추는 한반도 삼국 중 최약체 신라를 삼국통일의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그의 조국 신라는 천년 제국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김춘추가 외교 전면에 나서기 전, 동북아 정세는 격동기였다. 중국은 남북조의 혼란기를 통일한 수나라가 무리한 고구려 침공의 후유증으로 멸망했고, 새로운 왕조 당이 들어섰다. 당은 동북아의 패권을 놓고 고구려와 숙명의 대결을 마다하지 않았다.
 
고구려도 연개소문이 영류왕과 반대파 귀족들을 참살하는 쿠데타를 일으켜 대권을 잡았다. 보장왕은 허수아비에 불과했고, 연개소문은 대당 강경책을 고수하며 당 태종과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백제 영욕의 주인공 의자왕은 즉위 초부터 불구대천의 원수 신라를 공격해 40여 개의 성을 차지했다. 신라는 백제의 잇따른 침략으로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빠졌다.
 
일본도 격변기에 있었다. 권력가인 소가씨가 일부 귀족의 반발로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왔다. 한 마디로 동북아는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고, 김춘추는 이 혼란기에 삼국통일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김춘추는 원교근공의 원칙을 잊지 않았다. 현존하는 주적인 백제를 멸하기 위해 먼 곳에 있는 고구려의 도움을 청했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 연개소문은 김춘추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감금했다. 김춘추는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했고, 가까스로 신라에 돌아올 수 있었다.
 
김춘추의 다음 행선지는 백제의 오랜 동맹국인 일본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백제와의 의리를 지켰고, 김춘추는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곳은 당나라였다. 김춘추의 국제정세를 읽는 눈은 정확했다. 당이 고구려 정복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뒀다는 점을 파악했고, 당이 원하는 정답을 제시했다. 즉 당이 고구려와의 정면 승부로는 답이 안 나온다. 당과 신라가 양동작전으로 연합전선을 펼쳐 고구려의 전력을 분산시킨다면 고구려 멸망은 시간문제가 된다는 논리로 설득했다.
 
이를 위해서는 당과 신라가 먼저 고구려 후방인 백제를 쳐야했다. 고구려 원정에 실패해 대륙 제국의 위신을 상실했던 당의 입장에선 “땡큐”였다.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후, 최약체 신라를 기만해 한반도를 차지할 수 있다면 ‘일거삼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도 섰다.
 
신라와 당이 손을 잡고, 백제를 멸망시켰다. 하지만 고구려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천하를 호령했던 수 양제와 당 태종도 고구려에 무릎을 꿇지 않았던가? 하지만 고구려의 국운도 다했다. 연개소문이 죽자 세 아들 간에 내분이 발생했고, 결국 나당 연합군은 수도 평양을 함락했다.
 
비록 김춘추가 삼국통일의 순간을 생전에 보지 못했지만 그의 소원대로 삼국통일의 주인공은 신라가 됐다. 물론 당이 신라를 배신하며 나당전쟁을 치루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신라는 대동강과 원산만에 이르는 영토를 차지하며 천년제국을 이어갈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대결 구도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은 대북 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고, 북한 정권의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김정은이 원하는 대북제제의 고삐를 절대로 풀어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의 불씨를 되살리고자 대북 대화에 전념하다시피 하고 있다.
 
김춘추는 삼국 중 최약체인 신라의 명운을 걸고 고구려-일본-당을 오가며 외교전을 펼쳤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