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이재명 무죄판결, 한숨돌린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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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재명 무죄판결, 한숨돌린 민주당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5.20 17: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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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성·이슈메이커…‘활용도 높은 카드’
당 분위기 반전에 이해찬 대표도 ‘미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벌금도 아니고 무죄라는건, '악의가 없었다'는 거거든요. 이건 큽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도 이재명 지사와 사이가 이런저런 분들이 계시지만 일단은 다들 박수 쳤을 거에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한 측근 인사가 20일 기자와 만나 들려준 이야기다. 그는 "무죄까지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걸요?"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던 이 지사에 대해 1심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지사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징역 1년 6월·벌금 600만 원은 지사직 상실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지사는 예상을 깨고 무죄판결을 얻어냈다.

이에 민주당도 한숨돌린 분위기다. 당내 비주류로 한때 출당·제명설까지 나왔던 이 지사지만, 반전과 함께 당에서도 박수가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환영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으로선 정치적으로 이 지사가 가진 확장성과, 이슈메이커로서의 역할이 필요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 지사를 옹호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도 한 고비를 넘겼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16일 무죄판결로 더불어민주당도 한숨돌린 분위기다. 민주당으로선 정치적으로 이 지사가 가진 확장성과, 이슈메이커로서의 역할이 필요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 지사를 옹호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도 한 고비를 넘겼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확장성·이슈메이커…'활용도 높은 카드'

이 지사는 당내 비주류다. 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인권변호사가 됐다'며 친노를 자처하지만, 엄밀히 친문계 주류와는 거리가 멀다. 대선 경선 과정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해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아예 이 지사 탈당 요구가 공개적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 시기 이 지사에 대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계륵(鷄肋)"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당심의 최근 추세는, 주류를 벗어나 확장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의 당선이 대표적인 신호다. 이런 분위기 속 이 지사의 생환은, 오히려 당의 확장성에 날개를 다는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경기도 지역구인 민주당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20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당내에 다른 목소리가 없으면 새누리당처럼 무너질 수 있다"면서 "이 지사의 철학에 공감하진 않지만, 이 지사가 우리당에 있다는 것은 확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지사는 소위 '이슈메이커'로 불린다. 성남시장시절부터 행정적 아이디어와 SNS를 기반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민주당 중진의원실의 한 당직자는 같은 날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이 지사를 설명했다.

"지금까진 여러 좋지 않은 이슈들이 있어서 이 지사가 나름 '자제'한 것 같다. 행정을 잘하기도 하지만 더 잘하는 건 그걸 알리는 거다. 자신을 브랜드로 내세우는 것에 능한 것 같다. 이 지사가 민주당 지지율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확장성과 이슈메이커로서의 자질을 갖춘 이 시장은 결국 민주당의 대권주자 후보군에 다시 합류했다. 대권에 대한 가능성과 별개로, 거물급 인사의 복귀는 무너지기만 하던 민주당 대권후보군에겐 호재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는) 이미지도 사실 아직 좋지 않고 당내 기반이 없다시피 하긴 하지만, 꼭 필요한 인물"이라면서 "대권주자급 인사로서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은 카드"라고 평가했다.

당 분위기 반전에 이해찬 대표도 미소

민주당 입장에선 일단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고도 그 분위기를 이어나가지 못했던 민주당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충격적인 법정구속은 더더욱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이 지사의 생환은 터닝 포인트다. 이 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지역화폐나 체납관리단 등, 행정적 시도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당도 함께 그 후광을 향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민주당 경기도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악재가 있어서 그간 도정이 잘 홍보되지 않았다. 민주당에서도 (성과를)가져다가 선전하는 걸 꺼렸다"면서 "이번 무죄 판결로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흔들리던 이해찬 대표의 리더십도 한 고비를 넘겼다. 최근 이 대표는 리더십에 물음표가 붙는 분위기였다. 측근인 김태년 의원의 원내대표 낙선에 이어, 이낙연 조기등판론까지 나올 정도였다.

앞서 이 지사의 제명, 출당 요구 등에도 불구하고 '함께 안고 가기'를 선택했던 이 대표다. 당시에도 상당한 지지자들의 비난에 시달렸었다. 이 지사가 무죄 대신 지사직 상실형이라도 받았다면 그 후폭풍은 명약관화(明若觀火)였다. 이 지사의 무죄판결로 대표로서의 체면치레 이상은 일단 한 셈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20일 기자와 만나 "이 지사가 살아나지 않았으면 이 대표도 곤란해질 뻔 했다. 아마 미소지었을 것이다. 요즘 나오는 이야기들을 알지 않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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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영 2019-05-25 03:21:53
사람사는 세상 미처 못다이룬
노무현의 완성체가
이재명 그에게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