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근 성공한 황교안…중도 포섭 행보 시동
착근 성공한 황교안…중도 포섭 행보 시동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5.20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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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클릭’으로 당내 지지 기반 다진 黃, 5·18 기념식 참석으로 중도 확장 시동?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반대 여론을 뚫고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황 대표는 1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 참석에 대해 논란이 많다. 광주의 부정적 분위기를 이용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저는 광주를 찾아야만 했다”고 심경을 전한 뒤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로 향했다.

물론 황 대표는 거친 항의를 받았다. “황교안은 물러나라”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고, 일부 시민들은 물을 뿌리기도 했다. 몸싸움도 벌어졌다. 결국 그는 기념식 직후 울타리를 뜯고 행사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와야 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19일 “기회가 되는 대로 자주 호남을 찾아서, 그리고 광주를 찾아서 상처받은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자연히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중도층 포섭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클릭’으로 당내 지지 기반 다진 黃

2·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된 후, 황 대표는 3개월여 동안 지지층의 마음을 얻는 데 집중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으로 지칭하는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냄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점을 감안해 국민의 바람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석방을 요구했다.

또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각각 ‘경고’와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는 데 그치며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 석방 요구나 5·18 망언 징계를 유야무야(有耶無耶)한 것은 ‘정치 신인’ 황 대표가 확고한 지지 기반을 다지고 한국당에 착근(着根)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황 대표의 ‘뿌리 내리기’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지난 석 달 동안 황 대표는 ‘보수 유력 대권 주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쿠키뉴스>와 <조원씨앤아이>가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공동으로 수행해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황 대표는 범야권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29.9%를 얻어 2위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11.5%)를 크게 앞섰다.

당 장악력도 달라졌다. 지난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아무래도 황 대표가 정치를 처음 하는 분이다 보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전당대회 때만 해도 홍준표 전 대표가 나오면 무조건 홍 전 대표가 이긴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황 대표 원톱 체제가 굳어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5·18 기념식 참석, 중도 확장 출발점일까

문제는 확장력이다. 보수 결집을 위한 행보가 황 대표에게 ‘보수 대표 주자’라는 선물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라는 이미지를 강화시킨 측면도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실제로 앞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황 대표는 범여권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총리와 대선에서 맞대결을 펼칠 경우 패하는 것(李 43.1% vs. 黃 37.4%)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황 대표가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황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이 ‘표 확장성 제고’를 위한 승부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5·18 망언 당시, 무소속 서청원 의원과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5·18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숭고한 민주화운동”이라고 단언했다. 서 의원과 김 의원은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던 인물들로, 군사정권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민정계와는 궤를 달리하는 민주계 정치인들이다.

다시 말해 5·18에 대한 시각은 보수 내에서도 소위 ‘개혁보수’와 ‘극우보수’를 가르는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5·18 기념식 참석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은 황 대표가 개혁보수·중도보수를 향해 손을 내미는 상징적 행위라는 논리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당내 세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라도 중도층에 대한 어필을 한 게 바로 5·18 기념식 참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보여주기식’ 행보만으로는 중도층에 어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5·18 망언 관련자 처벌도 제대로 못하고, 5·18 진상조사위 구성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념식 참석만 한다고 중도 확장이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지금으로서는 (5·18 기념식 참석이) 보수 결집용 ‘그림’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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