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화웨이 이슈, 그룹 리스크로 확산될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LG유플러스-화웨이 이슈, 그룹 리스크로 확산될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5.23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LG유플러스발(發) 이슈로 LG그룹이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화웨이'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중국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화웨이가 미국산 부품을 구입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앞으로 3달 간 유예해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미 시장은 숨 가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구글은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일시적으로 보류하기로 했으나, 화웨이 스마트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 서비스 업데이트를 받은 후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 돌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조치는 미중 무역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서 화웨이와 관련한 보안 우려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영국계 반도체설계업체 ARM은 임직원들에게 화웨이와의 사업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통신업체 EE, 보다폰 역시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실정이다. 유럽연합(EU)의 화웨이 배제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될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 사용금지 행정명령이 (미중) 무역협상 테이블을 떠나는 것보다 10배는 더 중요하다. 화웨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안보에 큰 위협"이라며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등 서방세계에서 화웨이를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배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인사다.

서방세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LG그룹에게 치명타다. LG유플러스가 국내 5G 네트워크 망 구축 장비를 화웨이로부터 납품 받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우선 화웨이 장비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나,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지속된다면 이를 끝까지 고수하긴 어렵다는 게 지배적이다.

더욱이 북미 지역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의 주력 시장이며, 최근 LG그룹은 미국에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해 현지 스타트업 투자에 공들이고 있다. LG라는 기업이 보안 우려가 있는 화웨이 장비를 쓴다는 사실이 미국 시장에 퍼진다면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실제로 LG그룹의 타격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외교부 당국자를 만난 자리에서 LG유플러스를 직접 거론하며 "이 통신사(LG유플러스)가 한국 내 민감한 지역에서 서비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권영수 권영수 ㈜LG 부회장 책임론이 대두될 소지도 있다. LG유플러스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하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전세계 170개국에서 어떤 보안 문제도 제기된 적 없다"며 화웨이를 옹호하는 말을 한 바 있다. 또한 권 부회장은 과거 LG유플러스 대표이사를 역임할 당시 화웨이 5G 장비 도입을 주도한 인물이다. LG유플러스-화웨이 간 이슈가 그룹 경영진 리스크로 다가오게 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나 LG전자나 당장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다. LG유플러스는 5G 망 구축이 조금 지연되겠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이고, LG전자는 오히려 화웨이의 위기가 북미 지역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기업 이미지에 큰 충격을 입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국내에서는 이미 온라인상에 'LG=화웨이'라는 이미지가 깔려있지 않느냐. 이게 해외로 확산돼 버리면 쉽게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