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한국당의 ‘이상한’ 프레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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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한국당의 ‘이상한’ 프레임 전쟁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5.26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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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독재’ 프레임, ‘박정희 계승’ 주장하는 한국당에게 유리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연일 ‘좌파 독재’ 프레임으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연일 ‘좌파 독재’ 프레임으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뉴시스

‘프레임 전쟁’에 불이 붙었다. 제21대 총선이 11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 유리한 전장(戰場)에서 상대와 맞붙고자 하는 여야(與野)의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가급적 정치적 발언을 삼가던 문재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 발언으로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것이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로 규정하는 것은 모두 총선을 대비한 프레임 전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한국당이 설정하고자 하는 프레임은 명확하다. ‘좌파 독재’다. 한국당은 안보와 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외부의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고집만 부리는 까닭에 안보도 경제도 나날이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모든 것이 문재인 정부의 독선(좌파 독재) 때문이라는 것이 한국당의 외침이다.

문제는 ‘독재’라는 단어다. 우리 역사에서 ‘독재’라는 말이 수식어로 등장하는 정권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이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 독재 대통령”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이승만·박정희 정권은 한국당이 당사에 사진까지 걸어두면서 ‘당의 뿌리’로 인정한 정권이다.

이렇게 되면, 독재 프레임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오히려 한국당을 향하는 비수(匕首)가 된다. ‘문재인 정부가 독선적 태도로 나라를 망친다’는 메시지는 사라지고, ‘독재’라는 단어만 남아 논쟁의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조지 레이코프가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상대편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려면 상대편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충고한 까닭이다.

아마도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과 대북(對北) 유화정책에 대한 집착, 제1야당을 배제한 선거법 개편안 패스트트랙 지정 등을 묶어 ‘독재’라는 단어로 표현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의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당은 오히려 스스로가 ‘독재자의 후예’가 아님을 증명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비판은 온데간데없다.

통계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음을 웅변하고 있다. 국민들도 대체로 경제적 어려움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21일부터 23일까지 조사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50%의 응답자가 문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을 꼽았다.

하지만 한국당은 경제 문제를 파고들어 국민들의 공감을 사기보다는, ‘독재’에 천착하며 엉뚱한 싸움을 하고 있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곧 전장(戰場)이고, 언어는 상대를 전장으로 끌어들이는 미끼다. 과연 ‘독재’라는 표현이 한국당에게 유리한 언어라고 할 수 있을까. 매일같이 ‘독재’를 외치는 한국당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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