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유시민, '편가르기 발언' 안 했더라면?
[정치텔링] 유시민, '편가르기 발언' 안 했더라면?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5.26 14:2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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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의 확장성을 외면한 정치인이 대권을 쟁취한 사례는 없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망언 파문 등 5·18을 둘러싼 논란들이 결국 진화되지 못한 채로 기념식이 치러졌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논란의 당사자들을 중징계하지 않은 채 참석했고, 결국 성난 광주 시민들로부터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본지에선 '황 대표가 당사자 이종명 의원 제명에 나섰더라면' 이라는 가정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표의 확장성을 외면한 정치인이 대권을 쟁취한 사례는 없다는 추론에 도달했다. (관련기사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960)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는 비단 황 대표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황 대표의 반대편, 여권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도 파문을 불렀다. 유 이사장은 지난 12일 광주 토크콘서트에서 "황 대표의 광주행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황 대표가 나타날 땐 즉시 뒤로 돌아서자.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의 지적과 황 대표의 속내 사이의 연관성은 차치하고, 이 발언은 상당한 후폭풍을 불렀다. 바른미래당은 발언 다음날인 13일 논평을 통해 "지역 갈등의 첨병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자유한국당의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념식 당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황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유시민 지령설'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유 이사장이 이러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방향의 발언을 했다면 어땠을까.

#어떤 미래 : 유시민, "황교안도 끌어안자" 광주정신 강조

역사적으로 대권을 잡았던 정치인들은 광주정신이 표의 확장성과 대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오히려 화합과 통합에 방점을 뒀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993년 5월 13일 특별 담화에서 "문민정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부"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제5공화국과의 확실한 결별을 의미했으며, 3당합당으로 대권을 잡았지만 YS가 민주화 투사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유일한 호남 출신 대통령인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오랜 정적(政敵)이라 할 수 있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 손을 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정몽준 전 의원과의 후보단일화로 지지율을 반등시켰다. 노 전 대통령의 적자(嫡子)로, 그의 자서전을 정리하기도 했던 유 이사장은 이러한 점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유 이사장은 12일 광주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뜻밖의 발언을 한다. "황 대표가 광주에 오더라도 따뜻하게 맞아주어야 한다"고 말문을 연 유 이사장은, "한국당의 망언 당사자들이 징계를 받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나, 그에 대해선 다른 국민들도 이미 함께 분노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광주의 포용과 화합 정신으로 노 전 대통령의 숙원인 지역주의를 무너뜨리자"고 덧붙였다.

일부 지지자들의 항의는 받았지만, 유 이사장의 발언은 야권에서도 상당한 호평을 받는다. 이어 기념식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은 '달빛동맹'을 맺었고 정의와 민주주의로 결속했다"며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밝히며 유 이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구·경북(경북경주) 출신이면서 민주화운동과 학생운동을 아우를 수 있고, 노 전 대통령 계보의 정통성도 보유한 유 이사장의 정치적 가치는 점점 상승한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 구상했다가 실패했던, '신민주대연합'부활의 적임자로도 지목된다. 그 배경은 유 이사장의 발언에 숨어있는 확장성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유 이사장이 다른 후보들보다 반 보 정도 앞선 표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달궈지는 여론은 정계 복귀를 완강히 부인했던 유 이사장을 불러내고 있다.

#현재 : 명분과 실리, 확장성의 기회를 놓쳤다.

이상은 유 이사장이 소위 '편가르기 발언' 대신 '편만들기' 발언을 했을 때의 가상 상황이다. 연출된 미래는 기자의 추론일 뿐이지만, 한국의 정치사가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한다. 지역주의 타파가 신념이었던 노 전 대통령의 후계인 유 이사장이, 야당 일부의 지적처럼 지역주의를 조장했을 가능성은 사실 낮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아쉬운 발언으로 명분상은 광주정신의 확대 실패, 실리적으로는 표 확장의 기회를 잃은 셈이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유 이사장에게도, 황 대표와 같은 조언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전 기획의 마지막 문장을 재인용한다. 표의 확장성을 외면한 정치인이 대권을 장악한 사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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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 2019-05-27 09:10:35
요즘 유시민 기사에 대한 댓글 반응 추세를 보면 지지를 철회했다는 등의 댓글이 많아졌는 걸 보면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얼마나 유시민을 무서워하는 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수정 2019-05-26 16:01:45
너무 실망했죠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하는소리가 저정도 수준인가? 유시민 책 전부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