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무소(犀)의 속(腹)➀] 이용호 “무소속? 오히려 자유롭다…힘 없다는 것은 오해”
[무소속, 무소(犀)의 속(腹)➀] 이용호 “무소속? 오히려 자유롭다…힘 없다는 것은 오해”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9.05.28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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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무소속 의원 인터뷰
“무소속? 오히려 자유롭다…다만 책가방 무게 늘어”
“민주당 입당 신청, 지역발전 위한 것… 내년 총선, 오로지 지역 민의에 따르겠다”
“남원공공의료대학 설립 일등공신은 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호남 지역 침체 부채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여사자성불경(如師子聲不驚)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여풍불계어망(如風不繫於網)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여연화불염진(如蓮花不染塵) 흙탕 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여서각독보행(如犀角獨步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제목은 불교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Suttanipata)’의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동반자를 얻는다면 그와 함께 모험을 떠나라. 그러나 그런 동반자를 얻지 못했거든,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혼자서 가라”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정당에서 떨어져 홀로 서게 된 무소속 국회의원들은 종종 스스로를 ‘무소의 뿔’로 비유하곤 한다. 고독한 정도(正道)를 홀로 걷겠다는 의지도 불태운다.

그러나 정당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정치에서, 무소속 의원들에 대한 소식은 거물급 정치인이 아니고서야 ‘깜깜이’에 가깝다. 소속 정당만 보고 투표한 지역구 주민들은 특히나 억울하다. 분명 여당 혹은 야당이라서 찍었는데, 갑자기 무소속이 되었다. 우리 지역구 일은 잘 하고 있나? 예산은? 원내(院內)에서는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지?

그래서 〈시사오늘〉이 알아봤다. 무소속 의원들의 행보와 그들의 솔직한 마음은 무엇일까. 그들은 자발적 ‘아웃사이더’일까, 비자발적 퇴출자일까? 앞으로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싶은 걸까, 정당의 세(勢)가 필요할까?

첫 번째 대상은 “무소속이라 어렵다기보단 오히려 자유롭다”고 말하는,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이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서면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무소속 의원만의 고충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의원은 “사실 큰 어려움이랄 것은 별로 없고, 오히려 자유롭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무소속의 고충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용호 의원은 “사실 큰 어려움이랄 것은 별로 없고, 오히려 자유롭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사진은 지난 본회의 당시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1인 피켓시위를 벌이는 이 의원. ⓒ뉴시스

국민의당 분당 사태 속 무소속行… “무소속? 오히려 자유롭다…다만 책가방 무게 늘어”

이용호 의원은 호남에서 태어나 자랐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DJ) 정부에서 국무총리 비서실을 시작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으나, 선거에선 두 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처음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은 3년 전인 2016년 제20대 총선이다. 

이 의원은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민의당 출신이다. 국민의당 출발 지점은 사뭇 비장했다. 민주당 내 주류 계파와 패권주의에 학을 뗀 호남계와 안철수계, 손학규계 정치인들이 ‘반(反)계파주의’를 외치며 뭉쳤다. 20대 총선에서 예상 밖의 대승(大勝)을 거뒀고 원내 제3당 지위를 굳혔다. 그러나 입지가 점점 약해지자 호남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강행, 결국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분당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서 이 의원은 고심 끝에 독자 노선을 택했다. 원내교섭단체를 이룬 바른미래당에도, 부족하지만 호남계가 똘똘 뭉친 민주평화당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당시 민주평화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원의 영입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정당 생활에 익숙한 정치인이 무소속으로 원내 생활을 하기엔 더 어렵지 않았을까. 무소속 의원만의 고충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의원은 “사실 큰 어려움이랄 것은 별로 없고, 오히려 자유롭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소속 국회의원만의 장점과 어려움을 꼽는다면.

“지난 4월 말 국회는 ‘패스트트랙 갈등’으로 고성·욕설·감금·난투극까지 ‘추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이 때 한 발짝 떨어져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당에 소속돼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굳이 한 가지 어려움을 꼽자면 ‘공부량’이 훨씬 늘었다는 것이 아닐까. 당에 있으면 당 연구소, 정책위 등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전문위원의 도움도 많이 받는다. 무소속이면 그만큼 독자적인 연구 시간을 늘려야 한다. 지금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시절보다 책가방이 더 무겁다.” 

“민주당 입당 신청, 지역발전 위한 것… 내년 총선, 오로지 지역 민의에 따르겠다”

이 의원은 지난 1월 손금주 무소속 의원과 함께 민주당에 입당 신청을 했지만, 당원자격심사 끝에 불허됐다. 이와 관련해 윤호중 사무총장은 “당원이 되기에 아직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운하지 않았을까. 이에 이 의원은 “제 정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소회하며 “응원해준 지역민들과 당원들이 입었을 상처를 보듬고, 지역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작년 말 공개 입당 타진 상황과 관련해 한 마디 한다면.

“현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남원·임실·순창 지역발전과 통합을 이루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하려고 했다. 현 정부가 성공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고, 국민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입당 선언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소통도 있었고, 큰 장애 없이 입당이 되리라 희망하기도 했다. 할 말은 많지만, 이제 와서 그 때의 일들을 하나하나 밝히는 것은 불필요한 듯하다. 제 정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정치를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의정활동에 더욱 충실하고 있다. 저를 응원하고 환영해주신 지역민들과 당원들이 입었을 상처를 보듬고, 지역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도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인가.
 
“향후 진로는 오직 지역민들의 요청과 민심에 따라 결정하고자 한다. 다만 오는 총선은 인물을 뽑는 선거다. 선호하는 당이라고 해서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뽑는 ‘묻지마’식 정치풍토는 바람직하지 않고, 어느 정도 벗어났다. 지역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인물을 뽑아야 지역이 발전하고,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정당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주민들께 제 소신과 진심을 전하고, 지역발전 비전을 제시하려고 한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민주당 이강래, 민주평화당 강동원, 한국당 김용호 등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당 내 예비후보에 맞서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시작한 사람이 마무리도 더 잘 할 수 있다. 20대 국회 임기 동안 공들였던 남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개교, 임실 옥정호 수변도로 개설, 순창 밤재터널 정비 등은 지역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사업들이다. 누구보다 내용과 과정을 잘 아는 제가 확실하게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이용호 의원은 무소속 의원의 덕목을 ‘소신, 성실, 책임’으로 정의하며 “무소속이라고 힘이 없다는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뉴시스
이용호 의원은 무소속 의원의 덕목을 ‘소신, 성실, 책임’으로 정의하며 “무소속이라고 힘이 없다는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뉴시스

“남원공공의료대학 설립 일등공신은 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호남 지역 침체 부채질”

현재 이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지역구 현안’으로 분류되는 남원 국립공공의대 설립 및 순창 밤재터널 개선·임실 옥정호 수변도로 개설과,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정 여부다. 특히 이 의원은 지난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앞두고 “농촌 지역구 줄이는 패스트트랙을 반대한다”며 피켓시위를 벌여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의정 활동에서 가장 중점을 둔 지역구 현안이 있다면.

“서남대 폐교가 현실화되고 지역사회 전체가 충격에 휩싸여있을 때,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키고자 국립공공의료대학의 남원 유치를 최초로 제안했다. 작년 관련 법안만 2건을 연달아 발의했다. 지금도 복지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 남원시와도 긴밀히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또 순창 밤재터널은 사고가 잦아 ‘죽음의 도로’라는 섬뜩한 오명이 붙어 있었다. 2018년 예산심사 막바지엔 국회에서 1인 시위도 불사했고, 결국 1월에 밤재터널 구간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확정되면서 그 동안의 노력이 더 큰 결실로 이뤄졌다. 정말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임실 옥정호도 우여곡절이 많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내려고 한다.”

-원내에서 패스트 트랙 반대 피켓시위도 벌였다. 여야가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패스트 트랙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왜 독일도 문제점이 많아 고치려고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추진하려고 하는가. 국회의원 수는 곧 지역의 힘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수도권에 집중된 마당에 지역구 의원수가 줄어 정치까지 수도권에 몰리게 되면 지방경제는 퇴보하고, 지방분권은 요원해진다.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줄이면 농어촌과 수도권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지역 대표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농어촌은 인구가 급감해 피폐화되고 있는데, 지역 경체 침체를 부채질하는 격이다. 여야4당 합의안에 따르면, 서울은 49석 중 2석, 경기는 60석 중 6석만 조정하면 되는 데 비해, 호남은 28석 중 7석, 25%나 조정해야 한다. 광주 2석, 전남 2석, 전북 3석 순이다. 이대로 지역구가 줄어든다면 호남은 정치적으로 더욱 어려워진다. 

사실 패스트 트랙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자기 지역구가 없어지는데 찬성할 의원이 어디 있겠나. 패스트 트랙이 지정되자마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는데, 여론이 좋지 않으니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정당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진정성 있는 선거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에게 무소속 정치인으로서의 덕목을 물었다. 그는 ‘소신, 성실, 책임’이라는 다소 모범적인 답변을 하면서도, “무소속이라고 힘이 없다는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어느 상황에서든 당리당략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이 선출한 헌법기관으로서의 소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 무소속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무소속이면 힘이 없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일부 있지만, 그렇진 않다. 절박하게, 부지런히 뛰면 여느 의원들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지금도 의원 한 명이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지 실감하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놀기만 하려면 한 없이 놀 수 있고, 제대로 일 하려면 산 하나를 옮길 수도 있다. 물론 무소속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의정활동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자유로운 만큼 책임도 큰 법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무소속으로 남아있을지 알 수 없지만, 어디에 있든 일 열심히 하고 믿음을 주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더불어민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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