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나는 자본시장법인데, 국회 논의 대상조차 못 되고 있습니다
[시사텔링] 나는 자본시장법인데, 국회 논의 대상조차 못 되고 있습니다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5.29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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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모펀드와 국내 사모펀드 간의
역차별 해소 및 혁신성장과 고용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정무위 상정됐지만
꽉 막힌 혁신법안, 언제쯤 뚫릴까 …?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정국이 대치 국면이다. 개혁이 곳곳에 막혀있다. 빈손 국회 탓에 차일피일 미뤄지는 혁신 법안들도 상당하다. 당장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단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지 ‘시사텔링’을 통해 엿봤다.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혁신 법안들이 줄줄이 표류되는 가운데 정무위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논의조차 못되고 있어 관계자들의 답답함을 키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뉴시스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혁신 법안들이 줄줄이 표류되는 가운데 정무위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논의조차 못되고 있어 관계자들의 답답함을 키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뉴시스

“우리 금융은 혁신을 뒷받침하는가?”
국내 사모펀드 경쟁력 강화 개정안 추진

안녕하세요. 나는 자본시장법입니다. 정확히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입니다.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9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혁신성장의 금융부문 대책의 일환으로 자본시장 분야의 개혁과제를 마련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이를 구체화한 사모펀드 제도개편 추진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최 위원장은 관련 추진 배경에 대해 ‘우리 금융은 혁신을 뒷받침하는가?’라는 말로 대신 화두를 던지며 그에 대한 답을 대신했습니다. 같은 달(9월) 사모펀드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최 위원장이 피력한 바를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중국에서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라는 혁신기업이 무섭게 성장해 이제는 글로벌 시총 순위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름도 생소하던 이들 기업이 이제는 국가경제를 이끄는 성장 동력이 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런 글로벌 기업에 비견될 혁신기업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중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의 역할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의 금융도 혁신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대출보다는 투자’, ‘정책자금보다는 민간자금’, ‘단기자금보다는 중장기 자금’그리고 M&A 등을 통해 ‘창업-성장-회수의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를 충족하는 투자수단이 바로 ‘사모펀드’입니다. 지금까지 ‘사모펀드’에 대해 ‘기업 사냥꾼’, ‘정리해고의 주체’와 같은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기업의 성과와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외 유명 학술지에서 95년부터 09년까지 미국 3874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 따르면 사모펀드 투자기업이 비투자 기업에 비해 매출 증가액은 평균 150만 달러, 고용 증가분은 5.3명가량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구조조정 과정 등에서 일시적인 고용 감소는 발생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체질 개선과 매출 증대, 그리고 이것이 고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9월 사모펀드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혁신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국내 사모펀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뉴시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9월 사모펀드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혁신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국내 사모펀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뉴시스

우리의 경우 미국, EU 등 해외 주요국과 달리 2000년대 이후에야 사모펀드 제도가 본격 도입됐고, 급속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8년 6월말 기준 사모펀드 시장규모는 전문투자형, 즉 한국형 헤지펀드가 약 310조원, 경영참여형, 일명 PEF의 투자약정액은 약 66.5조원에 달합니다. 운용사 수는 전문사모운용사가 228개, PEF GP가 232개에 이르렀습니다. 자산운용업 종사자 수 또한 10년 전 4092명의 2배 수준인 7864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그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모펀드는 반쪽짜리 전략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해외 사모펀드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해외에서의 사모펀드는 별도의 규제체계가 없이 발전해왔다면, 우리의 경우 별도의 규제체계에 따라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PEF와 헤지펀드 제도를 순차적으로 도입한 결과, 해외와 달리 이원화된 사모펀드 규제체계는 △중장기 성장금융(Growth Capital) 공급에 한계가 있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기업가치 제고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근 대기업 계열사 지분 약 3%를 보유한 해외 행동주의 펀드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 및 배당 확대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사실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 사모펀드의 경우 이러한 시도 자체가 제약을 받아,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PEF의 경우 기업대출이 금지돼 있고, 헤지펀드의 경우 경영참여를 제한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구조를 활용한 적극적 M&A 추진에 한계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2018년 9월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모펀드 발전방향 토론회 모두발언 중-

그러니까 해외 사모펀드와 비교해 역차별 받는 국내 사모펀드에 규제를 완하고 자율성을 높여 혁신 성장과 고용창출을 이루도록 제도개편을 추진하자는 얘기였습니다. 최 금융위원장은 관련 대책으로 다음과 같은 추진 방향과 기대효과도 전했습니다.

“우리의 사모펀드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원화된 사모펀드 규제체계를 과감히 혁신하는 사모펀드 제도개편 방향이 돼야 합니다. 그 방편으로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의 구분을 없애는 사모펀드 규제체계 일원화 △기관전용 사모펀드 제도 도입을 통해 기관투자자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토록 하고, 금융당국의 개입 최소화 △사모펀드 범위 재정립 △국내 현실에 맞는 규제는 유지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수단 제공 △혁신기업에 대한 성장자본 공급 △기업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편 △선제적 기업구조조정 및 M&A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돼 나간다면, 금융 측면에서는 다양한 융합전략을 활용하는 글로벌 사모펀드 육성하게 될 것입니다. 산업 측면에서는 모험자본이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서 궁극적으로는 국민재산 증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 금융위원장 발언 중-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금융 당국의 제도 개선 추진 방향 이후 해외 사모펀드와 국내 사모펀드 간 역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뉴시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금융 당국의 제도 개선 추진 방향 이후 해외 사모펀드와 국내 사모펀드 간 역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뉴시스

이 같은 문제 인식과 대안을 바탕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인 ‘나’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국회에서는 정무위원회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지난해 11월 14명 의원의 동의를 얻어 관련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에 이릅니다.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 중심의 보수적인 대출’에서 ‘자본시장 중심의 혁신적인 투자’로 전환하게 하는 것 등이 골자입니다. 또 앞선 금융위가 내놓은 안에 보태 사모펀드 투자자 기반 확대를 위해, 사모펀드 투자자 수를 49인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 등도 포함시켰습니다. 다만, 사모펀드를 통한 대기업집단의 지배력 확장 방지를 위한 보완장치는 기존 규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정무위에 상정됐을 뿐, 심사단계에 있는 ‘나’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고 있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국회가 여야 대립으로 파행을 거듭하는데다 정무위 회의도 올해 들어 지난 3월 딱 한 번 열렸을 뿐이어서 과연 언제 ‘나’에 대해 제대로 심사나 할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과연 ‘나’는 언제쯤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꽉 막힌 혁신 법안, 이대로 괜찮은가요?

순조롭게 풀려…내년 초 시행령 나올까
여야 전반적 공감 얻고 있는 점은 ‘다행’

이상은 표류 중에 있는 금융8법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 관련 꽉 막힌 개혁입법의 답답한 심정을 ‘나’로 일인칭화해 재구성해 본 것이다.

앞선 설명대로 국내 사모펀드 경쟁력을 높이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자동차 및 조선소 부품업체나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대출 펀드 지원 등 자급 공급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또 현행 기준 국내 해지펀드의 경우 대기업 지배구조 의결권 행사에 제한이 있어 기업들에 대한 건전한 감시 역할을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측면도 있어 대기업에서도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게 금융 당국의 전언이다.

하지만, 요즘 상황을 볼 때 당초 올해 1분기 안에는 가시적 통과를 이룰 것으로 봤던 정부 당국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금융위 자산운용과 관계자는 2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순조롭게 풀려 내년 초에 시행령이 나오면 좋겠지만, 국회 상황 예측이 불가능하니까 막막한 노릇”이라고 전했다. 법사위 및 본회의 통과는 고사하고 정무위 법안 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속 시원히 뚫릴지는 가봐야 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정치권에서는 회의가 열리지 않아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일 뿐 해당 법안 심사에 대해 상충되는 반대 의견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어서 그 점은 다행으로 여기는 눈치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 측은 관련 통화에서 “상임위 소관 여야 의원 전반적으로 국내 사모펀드 역차별 해소 방안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회의가 재개되면 심사 논의 등은 어렵지 않게 풀릴 것”이라고 봤다. 즉, 혁신 개혁입법 추진 관련 국회 파행 외에는 '큰 걸림돌은 없다'는 것이다.

비록 국회는 놀고 있지만, 정무위 차원에서의 현장 간담회 추진 등 일하는 국회 재개를 위해 슬슬 시동을 거는 행보가 포착되는 점 또한 반가운 일이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유동수 의원 측은 같은 날(2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조만간 정무위 의원들 중심으로 여의도금융협회 관계자를 만나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자본시장법 후속 혁신 법안들에 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발전적 방안을 모색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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