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우미건설의 검단 땅 매입, 의미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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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우미건설의 검단 땅 매입, 의미 있는 이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5.30 16: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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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과감히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계획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천 검단, 파주 운정, 고양 일산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매 주말마다 3기 신도시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과천 등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3기 신도시 전면 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도 본격적으로 집단행동에 들어간 양상입니다.

1·2기 신도시 중에서는 특히 검단 지역의 불만이 상당한 분위기인데요. 파주 운정, 고양 일산 등 수도권 서북부에 위치한 다른 신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개발완료율이 저조한 데다, 인접 지역인 인천 계양, 부천 대장 등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됐기 때문입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간 부동산 투기세력부터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을 접수한 실거주 목적의 실수요자까지, 모든 수분양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입주가 채 진행되지 않았고, 약속됐던 지하철 개통도 지지부진해 허허벌판 상태인 검단신도시, 정부가 검단을 버렸다는 볼멘소리가 충분히 나올만하다는 생각입니다.

검단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검단신도시에 신규 공급된 아파트들은 대부분 미분양의 늪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검단 한신 더휴',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는 각각 0.94 대 1, 0.8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고, 지난 3월 이후 분양된 '검단불로 대광로제비앙', '인천 대방노블랜드 1차' 등의 청약마감률은 2순위까지 합산해 각각 3%, 6%에 그쳤습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검단 파라곤'도 총 874가구 공급에 1·2순위를 합쳐 264명만 청약을 신청하면서 체면을 구겼는데요.

다만, 우미건설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우미건설은 지역 분양시장이 침체되기 직전인 지난 1월 '검단신도시 우미린 더퍼스트'를 공급해 평균 경쟁률 2.37 대 1을 기록하며 1순위 청약 마감을 이뤘습니다. 특히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타입인 전용면적 84B㎡의 경우 6.97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후에 미계약분이 발생하긴 했으나 워낙 소규모였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없이 완판까지 달성했습니다. 검단의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사전에 파악하고 한발 앞서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거둘 수 있었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미건설 CI ⓒ 우미건설
우미건설 CI ⓒ 우미건설

그런 우미건설이 또다시 한발 앞서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눈치입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우미건설은 지난 28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인천 검단지구에 공급한 공동주택용지 AA8블록 추첨에서 당첨돼 조만간 해당 부지를 400억 원대에 매입할 계획입니다. 중견업체 우미건설에게 적잖은 비용입니다. 이자 등을 제외해도 지난해 영업이익의 4분의 1(1/4)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부지 규모는 약 1만8169㎡로 전용면적 60~85㎡ 아파트 400여 가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이밖에 우미건설은 최근 검단지구 AB1블록 추첨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수분양자, 건설업자 모두 등을 돌리고 있는 검단 땅을 우미건설은 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구매하려는 걸까요.

매입 결정의 배경에는 검단신도시 우미린 퍼스트 분양사업을 빠르게 진행한 것과 같은 전략적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검단 부동산 시장이 완연한 하락세에 들어갔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침체와 세간의 우려를 모두 상쇄시킬 수 있을 만큼의 잠재력을 갖춘 지역이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검단은 7만5000여 가구 규모의 신도시로 계획된 곳입니다. 반면, 이번에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 계양, 부천 대장은 각각 1만7000가구, 2만 가구에 불과합니다. 1~2년이 아닌 10년 후를 내다보면 남은 수요량을 검단이 끌어갈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우미건설이 매입할 예정인 검단신도시 AA8(빨간 원). 동남쪽 끝에 자리해 인천 계양과 가깝고, 서울 강서 마곡지구 접근성도 지역 내 다른 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다 ⓒ 인천도시공사 검단신도시 토지이용계획도
우미건설이 매입할 예정인 검단신도시 AA8(빨간 원). 동남쪽 끝에 자리해 인천 계양과 가깝고, 서울 강서 마곡지구 접근성도 지역 내 다른 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다 ⓒ 인천도시공사 검단신도시 토지이용계획도

특히 우미건설이 당첨된 AA8블록은 검단지구 동남쪽 끝에 위치해 인천 계양과 맞닿아 있으면서 서울 마곡지구 접근성을 갖춘 부지입니다. 검단과 계양의 인프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고, 직주근접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사업지역을 선점한 셈입니다. 한 수 앞을 읽은 것이지요. 우미건설이 매입을 시도했던 또 다른 부지 AB1블록 역시 검단지구 동남쪽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 대목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관계당국들이 지하철 연장 등 광역교통망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당장의 어려움보다 미래가치에 무게를 둔 겁니다.

아울러, 중장기적인 포석을 뒀다는 생각도 듭니다.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원성이 고조되면서 정부가 이들을 달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검단 땅을 매입했다는 건 다른 건설사들과는 달리 관계당국과 발걸음을 맞추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호반건설, 반도건설, 중흥건설 등 다른 중견건설사들은 이번 검단지구 공동주택용지 추첨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 택지 공급 부족으로 많은 중견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우미건설의 이 같은 결정은 향후 사업지역 확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 우미건설의 계산대로 풀리지만은 않을 겁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지속돼 검단신도시 활성화가 결국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비수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그럼에도 우미건설의 검단 땅 매입이 의미 있는 이유는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과감히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수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심화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내실경영을 핑계로 과감한 투자를 꺼리고 있고, 오너일가와 최고경영자들은 부의 세습과 단기적 성과에만 목을 매 개척정신을 발휘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격언은 옛말이 됐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불굴의 기업가 정신도 목격하기 어려워진 현실입니다. 대형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적·물적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발 앞선 행동으로 미래를 도모하는 우미건설의 경영전략에 대해 우리 경제인들이 한번쯤 살펴봤으면 좋겠네요.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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