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손학규가 '정병국 혁신위'를 받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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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텔링] 손학규가 '정병국 혁신위'를 받았다면?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6.02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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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정당 불씨 살리고, 명예·실리 회복기회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오신환 원내대표. 손 대표는 최근 안철수계, 바른정당계가 내민 ‘정병국 혁신위’안을 거부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내홍의 불길이 잡힐 줄 모른다. 안철수계는 바른정당계 최다선 정병국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정병국 혁신안'을 내놨다. 바른정당계도 이를 수용했지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자신에 대한 퇴진 문제를 논의하는 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 대표가 만약 이 '정병국 혁신위'를 수용했다면 어땠을까.

#어떤 미래 : 손학규, 혁신위 전격 수용…본인 거취 포함 모든 사안에 "선당후사(先黨後私)"

바른미래당이 직면한 과제는 무겁다. 총선에서의 생존이다. 일단 당이 살아남아야 그 다음이 있다.

원래 손 대표의 생존 전략은 호남에 기반한 부활로 풀이되고 있었다. 전남 여수가 지역구인 주승용 의원과, 전남 영암이 고향인 문병호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한 것도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당내 여론은 달랐다. 지도부 퇴진을 내건 바른정당계 오신환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손 대표는 점점 궁지로 몰리고 있었고, '정병국 혁신위'가 내밀어졌다.

손 대표는 마침내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전격 수용'을 내걸었다. '선당후사'라는 말과 함께, 2선으로 후퇴한다.

당내에서 손 대표 퇴진을 주장했던 이들은 '늦었지만 환영'이라면서 그의 결정을 반긴다. 그리고 정병국 혁신위가 가동됐다.

정병국 의원이 재조명된다. 정 의원은 민주화운동을 이끈 상도동계의 막내격인 그는, 계파와 지역색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흔들리던 바른정당계가 진정되고, 당의 정체성은 명확해진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경쟁적으로 극단을 향해 치닫는 사이, 바른미래당은 착실히 중도에서 지지층을 불려나가기 시작했다. 중도정당의 불씨를 살려낸 손 대표의 결단에 대한 평가도 올라간다.

결국 바른미래당이 버티는 동안 '호남 정당'을 표방했던 민주평화당이 먼저 무너졌다. 민주당으로 일부는 흡수됐지만, 손 대표와 가까웠던 중진 몇은 바른미래당으로 돌아온다. 이는 당권과 무관하게, 손 대표에게 최후의 도전으로 가는 실마리가 됐다. 이제 손 대표는, 당의 대주주인 안철수, 유승민과 함께 마지막 경쟁을 준비한다.

#현재 : 실리를 잃은 끝에는 명예도 없다

이상은 손 대표가 '정병국 혁신위'를 받았을 때의 가상 미래다. 반드시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바른미래당 내 지금의 교착상태는 풀리고 상황이 움직일 공산이 크다. 정병국 혁신위가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차선책인 것은 분명한 셈이다.

이는 손 대표로서도 명예회복의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바른미래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지난 달 30일 기자에게 "자신이 아닌 지금 우리를 위해 어떤 정당이 필요한가 고심해야 한다"면서 "이대로라면 너무 불명예스러운 마지막"이라고 손 대표를 우회 비판했다.

손 대표가 밀어붙이고 있는 구상처럼 호남정당이 된다고 해서 꼭 그에게 기회가 오는 것도 아니라면, 과감하게 바른미래당의 원래 목표인 중도정당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 행보처럼 보인다. 지난 달 16일, 민추협 35주년 기념식에서 한 원로 정치인은 "손학규는 이렇게 사라지긴 아쉬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사실상 정계은퇴를 두 차례나 했지만 복귀에 성공한 저력이 있는 손 대표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 손 대표는 명예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병국 혁신위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겨지는 이유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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