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미중 무역갈등…유통가는 탈중국·미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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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미중 무역갈등…유통가는 탈중국·미국행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9.06.03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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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CJ·신세계, 美에 공장 설립·M&A 등 대규모 투자
사드 사태 이후 中 사업 축소…시장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뉴시스

계속되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에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통기업들이 잇달아 ‘미국행’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통가는 최근 몇 년 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만큼 중국 이외의 시장 개척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31억 달러(약 3조6500억원)를 투자해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 에틸렌 공장을 완공했다. 에틸렌을 연간 100만t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설비로 국내 단일 기업 미국 투자 규모로는 역대 두번째다.

루이지애나 공장 설립을 계기로 신동빈 롯데 회장은 백악관 초청을 받아 지난달 13일(현지 시간)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투자 확대 및 협력 방안 등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장 준공 당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대미 투자”라고 치켜세운 데 이어 신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감사를 전했다.

롯데는 지난 2017년 사드 사태로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시장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롯데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백화점은 지난해 12월 톈진 동마로점에 이어 올 3월 톈진 문화중심점, 웨이하이점 등의 영업을 종료했다. 제과·음료 계열사는 공장 매각을 진행 중이다. 

이후 롯데는 탈중국 속도를 높여가며 미국·호주·동남아 등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실제 롯데 측에 따르면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 시장이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했지만 사드 사태 이후 본격화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정책으로 국가별 매출 비중에 변화가 생겼다.

실제 지난 2016년 롯데가 약 2조원의 매출을 올렸던 중국에서의 매출은 2017년 1조1000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는 7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의 국가별 매출 비중도 지난 2016년 25%(1위)에서 2017년 13.3%(3위), 2018년 7.9%(4위)로 3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CJ그룹은 세계 최대 가공식품 시장인 미국을 글로벌 전략의 요충지로 보고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업체 슈완스를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2조원에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물류기업 DSC로지스틱스를 약 2300억에 인수했다. 

CJ제일제당도 미국을 주요 전략시장으로 삼고 ‘비비고 만두’를 적극 전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미국 만두시장에서 비비고 만두로 매출 2400억원을 올렸다. 지난 2010년 진출한 이후 2016년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0억을 달성한 데 이어 2년 만에 2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직접 미국 현지 법인과 공장 등을 방문해 사업을 챙기면서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미국 LA에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2019년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시기로 절박함을 갖고 특단의 사업구조 혁신 및 실행 전략을 추진하라”며 “향후 1~2년의 글로벌 성과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절박함으로 임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도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현지 유통기업 ‘굿푸드 홀딩스’를 약 3075억원에 인수했다. 굿푸드 홀딩스는 연매출 6700억원에 LA·샌디에고·시애틀 등에서 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로스앤젤레스에 ‘PK마켓(가칭)’을 열 예정이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8월 LA에 프리미엄 그로서란트(grocerant) 매장인 PK마켓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소비자가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면 바로 현장에서 조리해주는 매장으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로 각국에 강한 통상 압박 정책을 펼치고 있는 데다 호황을 이루고 있는 미국 시장의 투자 환경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은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기술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내수 침체에 빠진 유통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에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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