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을 묻다②] 이순임 “정부 대변인 같은 공영방송, 재미없는데 누가 보나”
[저널리즘을 묻다②] 이순임 “정부 대변인 같은 공영방송, 재미없는데 누가 보나”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6.04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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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임 전 MBC공정노조위원장
“정치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속성 닮아”
“권력 입김 닿지 않는 독립성 담보돼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저널리즘을 묻다' 두 번째는 이순임 전 mbc 공정노조위원장과의 전화인터뷰로 진행됐다.  이 전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본래적 가치 역시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비판의 기능과 역할에 있다고 했다.ⓒ시사오늘
'저널리즘을 묻다' 두 번째는 이순임 전 mbc 공정노조위원장과의 전화인터뷰로 진행됐다. 이 전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본래적 가치 역시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비판의 기능과 역할에 있다고 했다.ⓒ시사오늘

권력에 있어 언론은 장악하고 통제하고 싶은 대상이다. 가장 좋은 홍보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배구조 하에 놓인 공영방송은 수직계열이기 쉽다. 이 때문에 정치와 공영방송의 길은 닮아갔다고, 이순임 전 MBC공정노조 위원장은 말했다. 자신의 경험담에 비춰 정부가 바뀌면, 공영방송을 움직이는 사람들도 바뀌어졌다. 반대편에 있던 자들은 한직으로 물러나 보조적인 일 또는 허드렛일을 하게 됐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권력의 맞은편에 서서 감시와 견제, 비판하기보다 어느 편에 섰느냐에 따라 권언유착에 놓이기 쉬운 공생관계 상황.

그래서 정치와 닮았다고 한 그는 “공영방송이 바로 서려면 영국의 BBC처럼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갈수록 “정부의 대변인 노릇을 하느라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방송은 시청자들한테 외면받고, 시청률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참고로 MBC 노조는 언론노조, 공정방송노조로 나뉘어 있다. 스스로를 중도우파라고 말하는 그는 작년에 공정방송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다. 89년 MBC문화방송 경영부문에 입사해 예능본부 국장을 끝으로 작년 말 MBC에서 정년퇴직했다. 재직 동안 가장 큰 업적은 중국과의 한중방송교류 업무를 꼽았다. 중국에 불어닥친 ‘한류열풍’과 중국방송이 산업화의 길로 방향을 조정할 때에 적지않은 역할을 담당했다. 이화여대에서 중국학 박사를 취득한 후 대학에서 강의도 맡고 있다. 이 전 위원장과 처음 만난 것은 올 초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추진한 망국 10적 규탄대회에서였다. 당시 그는 사회를 봤다. 공영방송 저널리즘에 대한 얘기는 지난달 30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순임 전 mbc공정노조위원장ⓒ시사오늘
이순임 전 mbc공정노조위원장ⓒ유튜브 hdtv화면 캡처

-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본래 가치로 보는 것은.

“언론의 본래 가치와 같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 사회 정의와 정도를 추구한다.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한다. 공정과 균형의 조화 속에서 건전한 오락을 제공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본다.”

- 공영방송의 편파 방송 사례로 최근 꼽는다면.

“지난번 KBS<오늘밤 김제동>에서 ‘김정은을 찬양한다’는 이념 편향적 인물을 출연시켜 정쟁을 가열시킨 점은 대표적인 친정부 편향의 편파 방송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강효상 한미 정상 통화내용 유출 논란’ 관련 외교관이 파면 중징계된 바 있다. 우리나라 외교 현실, 나아가야 할 방향, 기밀 유출 재발방지 해법 모색 등 언론의 대안 제시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옳다. 그러나 처벌 부분 등만 집중 부각되는 경향 역시 한쪽으로 치우친 사례로 볼 수 있다.”

- 신뢰도와 시청률 하락 면에서 이런 점들이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얼마 전 MBC 뉴스가 전국 시청률 1%까지 떨어져 관계자들의 우려를 높인 바 있다. 채널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분석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시청자 수준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친정부 시각으로 뉴스를 하니,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거다. 이전 정부에서는 각 방송사에서 고발 프로그램도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조차 없어져가고 있다. 뉴스든 프로그램이든 정부 여당의 대변인 같이 방송을 하면, 시청자는 피로해진다. 식상해하고, 갈수록 외면하게 된다. 유익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데, 누가 방송을 보나. 그만큼 신뢰도도 시청률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불공정 논란은 적지 않았다. MBC <PD수첩>에서 4대강을 다루려다 결방돼 당시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때는 정부 편에 선 경영진들이 이에 대항한 언론노조의 힘을 못 쓰게끔 억눌렀다. 대신 우파 성향의 피디나 기자들로 앉히고, 언론노조 소속의 직원들은 다른 부서로 발령을 냈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MBC 언론노조의 힘은 막강해졌다. 방송사의 수장조차 언론노조에서 지명한다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다.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교체됐고, 이들이 프로그램과 뉴스를 만드는 최전방에서 뛰고 있다.”

- 전 정부 때 기용된 인사들은 어떻게 됐나.

“박근혜 정부 때 잘 나가던 PD와 기자들은 허드렛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프로그램도 못 만들고 기자 역할도 못한다. 자존심 상해서 못할 일이지만, 반기를 들면 해고가 되니, 가족들 생각해 월급 받고 숨죽이고 있는 거다. 한마디로 MBC 상황은 대한민국의 현 정치권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좌파가 권력을 잡으면 좌파 인사들로 배치가 된다. 반대로 우파 성향의 직원들은 한직으로 밀려나 버린다. 그렇지만 내가 보았을 때 지난 30여 년의 MBC 역사에서 지금 정부가 가장 심해진 것 같다.”

- 왜 그렇다고 보나.

“MBC와 KBS에는 임기가 남은 기존 사장들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끌어내렸다. 이후 새로운 사장이 들어선 후 MBC는 정상화위원회, KBS는 진실과미래위원회라는 해괴한 조직을 만들어 놨다. 이런 위원회에서는 전 정부 때 잘나가던 직원들을 불러다가 “왜 이런 것을 보도했느냐” 추궁하고 괴롭힌다. 최악의 경우는 해고까지 하는 상황까지 간다. 적폐몰이인 것이다. 이 점이 현 정부 들어 가장 심하다고 본다. 2017년만 까지만 해도 MBC는 몇 년에 1명 정도 해고자가 발생했다. 해고라는 발령이 나면 우리 직원들은 굉장히 놀라워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것이 작년 한 해 동안 MBC는 직원 16명을 해고시켰다. 뿐만 아니라 계약직 아나운서 12명을 해고시켜 작년에 도합 28명이 해고되었다. 이후 해고자들은 소송을 통해서 속속 승소를 하고 있다.”

- 왜 해고된 건지? 어떤 내용인가.

“해고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대부분 ‘적폐청산’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이전 사장 시절 2년간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후 일반직으로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사장이 교체되면서 전 사장이 약속한 것은 무시됐다. 그 길로 해고된 거다. 최근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한꺼번에 소송해서 이번에 전원 승소했다. 그 밖의 해고 직원들도 한 명씩 승소를 하고 있다. 이로 볼 때 MBC는 말도 안되는 내용을 가지고 직원들을 함부로 해고했다는 것이 입증됐다.”

- 작년 초 배현진 아나운서 퇴사 문제도 말이 많았던 것 같다.

“배현진 기자는 원래 아나운서로 입사했다가 기자로 전직했다. 배현진 기자도 피해자다. 아나운서들은 프로그램 진행을 많이 하다보니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언론노조에서 파업을 시작하면, 이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 '파업에 유명 앵커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런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배현진 앵커 역시 언론노조 측에서 파업할 때 불러냈다. '한 번만 나와 달라.' 그런데 배 앵커는 우파 성향을 띠고 있다. 자기는 안 가겠다고 했다. 이걸로 노조에서는 침소봉대했고, 배 앵커는 소위 말해 찍히게 됐다. 결국 최승호 사장이 재작년 12월 18일인가 취임하던 날. 그날부로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에서 교체됐다. 그래도 시청자들 앞에서 매일 뉴스를 진행하던 사람인데, 마지막 하루라도 제대로 인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차 없이 잘라 버렸다. 이후 ‘임시로 책상을 배치한 창고 같은 장소’에 발령을 받고 아무 일도 못하게 한 거다. 버텨내기 어려울 만큼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다.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이념에 가득 찬 것이 문제다. 그들과는 벽을 보고 얘기를 하는 것 같다. 대화를 할 수가 없다.”

- 본인의 정치 성향은 어떤가.

“나는 중도 우파다. MBC가 이념편향으로 흐르다보니 나 역시 지금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경우다.”

- 무슨 얘긴가.

“MBC에서 나를 고소했다. 작년에 워낙 이슈화되다 보니 관련 뉴스도 한동안 많이 나왔었다. 작년 3월 18일 건국대에서 2018년 MBC 공채 시험장의 감독관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시험지를 읽다 보니 ‘북한 선군 정치의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내용이 시험문제로 나왔다. 순간 너무나 이상했다. 우리가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건데, 좌파 정부가 들어서니 그런 문제가 나온 것이었다. 또 하나는 주관식 시험에서 부적절 논란의 소지가 발견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북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어쩌고저쩌고 얘기하다가 ‘당신의 생각을 드러내시오’라는 주관식 문제였다. 추측이지만, 수험생들을 마치 좌파인지, 우파인지 가려내기 위한 시험문제인 것 같았다. 수험생들도 너무 놀라는 눈빛으로 시험문제를 풀고 있었다.

차후 MBC 내부 사이트를 통해 ‘대체 최승호 사장은 왜 이런 시험을 냈는지, 의도를 밝히고 수험생들에게 사과하라’는 내용을 공정방송노조 성명서로 냈다. 그랬더니 나를 경찰에 고발하더라. 편향적인 시험문제를 낸 것에 대한 반성은 없이 오히려 그것을 지적한 것에 대해 보복을 한 거였다.” “이 사안은 2019년 5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약식명령으로 벌금 3,000,000원을 받은 상태이다.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일어날 있나? 항소할 것이다.”

- 고발 명목의 이유는 뭐였나.

“MBC는 나를 업무방해, 저작권 위반, 업무상 횡령으로 고발했다. 시험문제를 외울 수가 없어서 참고용으로 문제지를 1부 가지고 나왔다. 적절치 못한 문제를 낸 것을 비판하고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해 성명서를 낸 것인데, MBC의 해명은 전혀 없고 오히려 이를 지적한 나를 문제 삼아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 공영방송이 바로 서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방송사들이 정부, 정치권과 완전히 분리가 돼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해서 결정된다. 정부는 좌파정권이든 우파정권이든 방송사의 독립성을 지켜줘야 한다. 방송은 정부와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해답이며 방송 본연의 자세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상 쉽지가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자기 사람부터 채우려는, 방송을 잡으려는 양상이 항상 벌어진다. 정부야 방송이 홍보수단으로 가장 좋다고 여기니까. 정치권이든 방송국 수장이든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방송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확고한 사명감과 철학을 지녀야 한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으로 되든 간에 방송 본연의 비판과 감시 기능이 작동되도록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 지지부진 상태이기는 하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방송법 개정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사장 선임 기구인 이사회 구성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MBC와 KBS는 관리감독 기관이 있다. MBC에서는 방문진, KBS는 KBS 이사회가 있다. 근데 여야 추천 임원진 비율이 3대 1이다. 아홉 명이면 여섯 명이 여당 편이고, 세 명이 야당 편이다. 인원수에 밀려 야당 인사들이 힘을 쓸 수가 없다. 아무리 좋은 안이라도 정부 노선과 배치되는 안을 냈을 때는 채택이 되지 않는다.”

- 시민 참여를 높이는 국민 이사회 구성도 주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시민 참여, 말은 좋다. 그러나 지금처럼 진영 논리에 휩쓸리면 공정한 인원 구성이 될 수가 없다. 이것은 언론 노조 등에서 주장하는 안인데, 구성 자체가 좌파 인맥으로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 해외는 어떤가.

“해외에도 우리처럼 공영방송사가 정치권에 휘둘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영국의 BBC처럼 모범이 되는 사례도 있다. 독립성이 보장되는 공영방송의 롤 모델을 이야기할 때 영국의 BBC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BBC는 가장 대표적인 공영방송의 모범 사례라고 하겠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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