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공사비 후려치기와 건설 안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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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공사비 후려치기와 건설 안전사고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6.07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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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지난 6일 오후 부산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10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인터넷커뮤니티
6일 오후 부산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10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승강기 통로 청소 도중 나무로 된 작업발판이 부서지면서 추락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커뮤니티

건설사 사전에 ‘밑지는 장사’란 없다고 보면 맞을 듯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이다. 어떻게 하든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러자면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싼 자재나 인력을 사용해 비용을 아낄 수밖에 없다. 저비용은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건설공사와 관련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가령 어떤 사회간접투자(SOC) 사업에 편성된 예산이 1000억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발주처에서는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으로 공사비를 깎아 600억~700억원에 공사를 발주하는 것이다. 애초 1000억원이라는 예산은 제대로 된 시설물을 만들려면 그만큼의 돈이 투입돼야 하기에 책정해 놓은 것이리라. 그런데 왜 공공기관에서는 제값 들이려 하지 않고 공사비를 대폭 깎아 발주를 하는 것일까. 그렇게 해도 온전한 시설물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공사비 후려치기는 마치 ‘요술 방망이’ 같아 요상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거듭났지만, 작년 산업재해로 약 2000명이 사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망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은 고난도의 공정이 대부분이라 사고 발생 위험이 많고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 사망자 중 485명이 건설업 종사자로 가장 많다. 전체 사고 사망자의 49.9%나 된다. 한 해 동안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의 절반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중 약 60%가 추락 사고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건설현장의 추락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발판과 안전난간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불량비계 사용 현장을 상대로 기술 지원을 하며 안전한 비계를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소규모 건설현장에는 추락방지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2000만원 한도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건설현장 불시점검을 벌여 불법·편법 사항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정부의 건설현장 사망재해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건설현장 사고 사망자 수는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00여 명이 추락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공공공사의 저가 공사비 관행이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적은 공사비인데도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려는 시공사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저가 발주와 저가 수주가 다시 한 번 반복된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야간이나 주말 작업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한 피로 누적과 현장관리 미비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공공공사 공사비 후려치기가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산업현장의 안전도 위협받는다. 경기침체로 안전경영에 지속적인 투자가 힘들기 때문이다. 공정이 수시로 변하는 건설현장은 특히 더 그렇다.  올초에 타워 크레인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서울 청담동 신축 공사 현장. ⓒ인터넷커뮤니티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산업현장의 안전도 위협받는다. 경기침체로 안전경영에 지속적인 투자가 힘들기 때문이다. 공정이 수시로 변하는 건설현장은 특히 더 그렇다.  올 초에 타워 크레인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서울 청담동 신축 공사 현장. ⓒ인터넷커뮤니티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 1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한 곳에 모여 “안전사고를 줄이자”라며 결의를 다진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계속 이어지는 건설현장 추락사고를 보면 건설사 최고경영자의 안전경영 방침은 선언적 의미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을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 법률안에는 건설현장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원청 건설사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CEO의 결의 다지기나 법 규정만으로 근절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공공공사의 공사비 현실화를 위해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발주기관의 귀책사유로 인한 공사기간 연장과 그에 따른 공사비 증액조차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있어 시공사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산업현장의 안전도 위협받는다. 경기침체로 안전경영에 지속적인 투자가 힘들기 때문이다. 공정이 수시로 변하는 건설현장은 특히 더 그렇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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