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정년 연장, 경제구조 대수술 병행을
[이병도의 時代架橋] 정년 연장, 경제구조 대수술 병행을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6.08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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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 필수 과제
생산인구 급감, 협의 서둘러야
고용·임금 구조 개혁과 동반 필수
노동개혁 없는 연장은 기업과 청년에 역풍
각종 복지에 영향…청년취업 대책 별도 마련을
최저임금 실패를 반면교사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정년연장 문제가 공식 제기됐다. 정부가 결국 정년 연장 카드를 들고나왔다. 

정부 스스로 신호탄을 쏘아올림으로써 이제 사회적으로 정년연장 논의는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정년 연장은 현재 65세부터 받는 기초연금에서부터 지하철 무임 승차까지 복지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이루 말할 수 없다. 크고 작은 변화가 200여가지나 된다는 분석이다.

60세 퇴직으로 고용시장에서 즉각 배제되는 현실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압도적 1위를 기록한다. 정년 퇴직 이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위험 구조를 어떻게든 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현실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육체노동자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올렸고, 최근 서울시 버스노사는 현재 61세인 정년을 63세로 늘리는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정부가 정년연장 논의를 꺼낸 배경에는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인 생산가능인구(15~64세) 급감과 노인인구(65세 이상) 급증이라는 인구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에 편입되면서 매년 증가폭이 확대돼 2025년에는 ‘노인 인구 1000만 시대’로 진입한다.

그러나 정년 연장은 임금구조 개편과 국민연금 수령 및 노인복지 기준 연령, 청년 일자리 등과 맞물려 있어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다. 대한민국 구조 개혁 차원에서 대수술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0세로 돼 있는 정년을 더 늦추는 문제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5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 대회의실에서 홍 부총리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대화하는 모습이다.ⓒ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0세로 돼 있는 정년을 더 늦추는 문제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5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 대회의실에서 홍 부총리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대화하는 모습이다.ⓒ뉴시스

미룰 수 없는 국가 현안

60세 정년도 불과 2년여 전이지만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의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추가 연장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고령층이 증가하면 사회가 부담해야할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치명적 재앙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노인인구인 고령인구부양비가 1980년에는 10% 미만이었다가 최근에는 20%로 올랐고, 2050년에는 73%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100명이 벌어 73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경제구조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

앞으로 10년간 베이비붐 세대가 빠져나가는 자리를 10대가 메우지 못해 매년 30만~40만명씩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국가경제를 돌리는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정년연장 논의에 뛰어든 것은 생산가능인구를 늘려 경제활력 제고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을 최소화하고 고령인구 부양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진행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이로 인한 각종 경제•사회문제가 앞으로 쓰나미처럼 닥칠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정년연장 문제를 제기한 것은 타당해 보인다.

세계적 추세-심도있는 협의 필요

정년 연장은 세계적 추세다. 고령화 시대 노동력 감소에 대비하고 숙련된 인력을 계속 활용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일본은 2013년 65세로 올린 데 이어 다시 7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독일 프랑스 등도 65세인 정년을 더 올리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도 정년 연장 방안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임금체계 등 노동시장의 제도적 변화와 병행해야 한다. 

특히, 정년연장은 세대 간 충돌이나 기업의 부담 등 여러 가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심도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

실제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구성원의 고령화로 인해 조직의 역동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성과 부진 근로자 해고가 어렵고, 고임금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경직된 노동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예상되는 문제도 한둘이 아니다.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악화시켜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 갈등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정년 연장은 기존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기득권 강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으로 전가돼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될 우려도 있다.

경제활력 저하 논의 불가피

이번 정년연장 논의도 산업별, 규모별로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밀어붙였다간 최저임금과 똑같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년 65세 연장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은 60세 정년 시행 2년 5개월 만이다. 지난 2월 육체노동자의 일할 수 있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올린 대법원 판결이 계기다. 내년부터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급감할 것이라는 통계청의 공식 추계도 논의에 속도를 붙게 했다. 

인구구조 변화는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당장 국민들이 위기를 체감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지만, 이미 수년째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이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그 부작용과 피해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LG경제연구원도 노동 투입 감소가 연간 경제성장률을 0.4~0.5%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는 늘어나고 있으니 경제활력은 저하되고 복지, 의료, 연금 등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할 때 정년 연장 논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예정된 수순...부작용 최소화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0세로 돼 있는 정년을 더 늦추는 문제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령화 쓰나미’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정부가 공표한 것이다.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일정 기간 늘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판결로 불 붙은 정년 연장 논쟁을 공론화해 이번 기회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다. 이달 말 TF의 고령자 고용확대 1차 연구결과 발표가 첫 정부안이 공개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고령 세대의 노동 참여는 고령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을 감소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게다가 생산가능인구 감소까지 감안하면 고령층을 고용 시장에 더 붙잡아 둘 수밖에 없다. 결국 가야 할 길이요 예정된 수순이다. 그렇다면 정밀한 분석과 예측으로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 

이와관련, 통계청은 정년 연장이 젊은 층의 노인 부양 부담을 줄여주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인 '노년부양비' 증가 속도가 9년 늦춰진다는 것이다. 장래인구특별추계 가운데 중위추계의 정년이 5세 연장됐다고 가정하고 분석한 결과 올해 노년부양비(20.5명)는 현행보다 7.4명 떨어진 13.1명으로 집계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65세로 돼 있는 노인 기준을 올리고 낡은 정년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노인인구 급증이 배경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화와 저출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급감은 취업자 수 증가폭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생산, 소비, 투자에 악영향을 줘 경제성장률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년연장 논의를 피해갈 수는 없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 인구는 내년부터 10년간 연평균 32만5천명씩 감소한다. 

2030년대가 되면 감소 폭은 연평균 50만명대로 커진다. 반면 노인인구는 내년부터 10년간 연평균 48만명씩 늘어난다. 2029년에는 노인인구가 1천252만명으로, 전체인구 5명 중 1명꼴이 된다. 이른바 '초고령사회'가 되는 것이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 노인 복지를 비롯한 각종 지원 정책에 투입되는 예산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노인을 위한 의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초연금만 따져도 2022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14%를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의 노동환경이 변혁 수준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미래세대는 고령사회를 부양하느라 허덕이는 재앙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에 기여

정년이 연장되면 고령인구에 대한 사회적인 부양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노인 빈곤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의 현실에서 정년연장의 의미는 작지 않다.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 경제성장률 하락을 완화하고, 고령인구 부양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복지 수혜자였던 60~65세가 일하는 인구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물론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제도 혜택을 받기까지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지연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60~65세 인구가 '부양받는 나이'에서 '일하는 나이'로 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른바 3D업종에는 일자리가 있어도 청년들이 취업을 꺼리고 있어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정년 연장이 고용난을 해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고령 노동층과 달리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받은 뒤 사회에서 경륜과 지식을 쌓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이다.

사회 갈등 역풍 가능성...청년실업 해결해야 

하지만 정년연장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청년실업률이 높아 어려운 상황인데, 노인들이 퇴직하지 않고 일자리를 유지한다면 청년들은 취업할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홍남기 부총리는 "청년층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과연 그런 묘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방안이라면 시작 안 하니만 못할 것이다.

홍 부총리는 “향후 10년간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베이비부머가 매년 80만명이고 10대가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규모는 40만 명”이라며 “고령자 고용확대가 청년층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청년실업 대책 없이 통계 수치만으론 청년 불만을 잠재우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조기 고갈이 우려되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나 노인복지 기준 연령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경우 사회적 갈등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중 최우선은 노동개혁 문제다. 우리의 경우 정년 연장의 최대 난관은 고용이다. 만성적인 구인난의 일본과는 다르다. 청년취업이 ‘바늘구멍’인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신규 채용 여력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나기 십상이다. 

우리보다 앞서 청년실업 문제를 겪었던 일본을 보면 정부의 단순한 셈법에 허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본에선 취업 빙하기인 1993~2004년 사회 진출 세대를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고 한다. 일괄적인 대졸 공채와 연공서열 등 일본 특유의 노사 관행 탓에 졸업 직후 제대로 취업하지 못한 이 세대는 일본이 호황을 맞은 지금까지도 경제적으로 만회를 하지 못했다.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 등 일본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로선 지금의 청년실업 문제가 단순한 세대갈등을 넘어 두고두고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년 연장과 별개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임금구조 재설계 선행을 

기업이 노인을 붙잡는 동시에 젊은이까지 고용할지는 의문이다. 정년연장 인센티브 등 기업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과 정밀한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 

기업들 중 상당수는 근무 연한에 따라 임금을 많이 지급하는 연공서열식(호봉제)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근무연한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서열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당장 기업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직무능력과 생산성에 따른 임금체계 변화 없이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기업이 출혈을 하면서까지 자발적으로 정년연장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다. 기업의 총 근로자 수가 늘지 않으면 결국 청년 신규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연공서열형 임금구조에 대한 재설계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일단 고용이 되면 퇴출하기 어려운 ‘평생직장’의 고용문화도 검토 대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35세 미만의 3배에 달하지만 생산성은 절반 정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손보지 않은 채 정년만 연장한다면 기업 경쟁력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2013년 정년 60세 연장을 추진할 때도 이런 문제점을 보완한 후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같은 보완책 제도화는 미룬 채 법제화부터 서둘러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센티브 제공 확대해야

정년연장을 실제 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검토해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비록 좋은 의도에서 시작했어도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고려하지 못하는 바람에 오히려 실업, 폐업 증가 등의 부작용을 냈다. 정년연장도 노인은 해고하지 말고, 청년들에게도 일자리를 주도록 기업에 강요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기업이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로 가뜩이나 힘든 기업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년연장으로 고용비용이 증가하면 기업 입장에선 신규고용을 기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청년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정년연장 문제는 이를 실행하는 기업의 지급능력과 임금체계 개편, 사회보험제도 변화 등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노동시장 유연화, 임금피크제 등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함께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령자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선 고령자를 60세 정년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게는 세제·재정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임금피크제와 직무급제, 직책정년제 등 고령자들을 생산활동에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인구감소 근본대책 필요 

정년연장 과정에서 연금과 관련한 사회적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연금 의무가입 연령과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각각 5년과 3년씩 늦춰 65세까지 납부하고 68세부터 받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반발이 거세자 복지부 장관이 최종안이 아니라며 겨우 수습했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연금개혁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일수록 실질적인 정년 연장과 연금 개시 사이에 크레바스가 더욱 깊어질 우려도 있는 만큼 이런 사각지대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정년연장이 저출산 고령화의 유일한 해법처럼 인식돼서도 안 된다. 인구구조 변화 문제는 저출산에서 비롯되는데,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정년연장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정년연장은 향후 인구감소와 그에 따른 생산·투자·소비 감소 중 어떤 것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 성장률이 조금만 낮아져도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하면 국가경제 운용은 누가 와도 불가능해진다. 정년연장으로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현실, 수용 가능한 방안 도출을

정년 연장 논의는 사회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청년실업, 임금구조 개편, 고용 유연성 제고, 기업 부담 등 고려해야 할 요소 하나하나가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들이다. 섣불리 방향과 목표를 정해놓고 추진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걸 정부는 알아야 한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해 사회 구성원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개혁과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경직된 해고 요건을 완화하거나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노동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노동시장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나 비탄력적인 고용시장을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도 감당하기 어렵다. 정년 연장 논의를 제대로 하려면 이 같은 고용 구조 역시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절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정년 연장 논의가 시대의 과제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세심하고 면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국 정년연장 문제는 양극화된 노동시장, 경직된 고용형태, 연금제도, 노인복지 등의 해결과 어우러질 때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핵심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한국 사회가 수용 가능한 방안을 도출해내는 일일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의 근본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정년 연장 방안은 심도 있게 발전돼 나가야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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