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文, '김원봉 발언' 신중했더라면?
[정치텔링] 文, '김원봉 발언' 신중했더라면?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6.09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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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만 챙기는 발언엔 정권재창출 요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정치권에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 문 대통령이 독립운동가인 동시에 공산주의자인 약산 김원봉 선생을 언급하면서다. 청와대가 '정파와 이념을 넘어 통합으로 가자는 게 대통령 메시지의 핵심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범 야권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어나는 중이다. 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에 더 신중했다면 어땠을까. 다음은 기자가 가상으로 추론한 두 가지 가상 미래 시나리오다.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이날 문 대통령이 독립운동가인 동시에 공산주의자인 약산 김원봉 선생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에 새로운 논쟁이 시작됐다. ⓒ뉴시스

#어떤 미래1 : 집토끼만 관리한 靑-與, 농장잃기 직전

제20대 대선을 앞둔 청와대와 민주당은 고심에 빠졌다. 취임 이후 하락해온 뒤, 반등에 실패한 낮은 지지율이 문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억울한 마음이 든다. 집권 이후 적폐청산에 온 힘을 쏟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충성도 높은 핵심 지지층이 건재하다. 그런데, 더 이상의 표 확장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대로는 정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

난감해진 민주당의 책사들은 그 원인을 찾아 거슬러올라가기 시작했다. 누군가 뜻밖의 답을 도출했다. 진정성보다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사례로 문 대통령의 2019년 현충일 추념사가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이날 김원봉을 언급했다. 앞의 내용은 통합의 메시지다. 청와대가 당시에도 '핵심'이라고 주장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김원봉의 광복군 합류가 독립운동 역량의 결집 계기였으며 국군 창설의 뿌리와 한·미동맹의 토대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앞의 내용을 모두 지우고 갈등만 남겨놓고 말았다.

김원봉이 항일무장투쟁에 앞장선 독립운동가로서 고평가받을 만한 인물임은 이론이 없다. 그러나 이후, 월북 후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냈다는 점에서, 특히 현충일 언급에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아무리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고 한들, 여전히 북한을 받아들이기엔 준비가 어려운 국민들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적국이었던 북한에 대한 적대감은 간단히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풀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념을 넘어 감정의 영역이 된 만큼,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 특히 6·25전쟁의 피해자들이 여전한 상황에서, '안타깝지만 비극은 비극대로 밀어두자'는 주장은 일방적인 요구가 될 공산이 컸다. 결국 항일과 반공의 교집합에 위치한 중도세력은, 문재인 정부에게 등을 돌렸다.

통합 실패는 다시 오래된 구도를 불렀다. 사라지나 싶었던 진보와 보수의 구도가 부활한 가운데, 선명성이 강조됐던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집토끼를 붙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집토끼만으로 선거를 이긴 대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군정종식을 위해 민정당, 공화당과 손을 잡고 문민정부틀 탄생시켰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위해 기꺼이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도 손을 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몽준 전 의원과 단일화를 강행했다.

그러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집토끼'만으로 치른 2007년 대선에서 참패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승리 역시, 중도에 가까운 안철수, 유승민을 껴안지 못한 보수의 자멸이 상당부분 자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또 다시 '집토끼'만 챙기는 우를 범했다는 분석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걸었던 20년 집권론은 공허해졌다. 다시 한 번 민주당 참모진의 고민이 깊어간다.

#어떤 미래2 : 반공세대도 감싸안은 文, 정권재창출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사실 '태생'부터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흔치 않은 특전사 출신 대통령이다. YS가 과거 공비에게 모친을 잃는 비극 속에서 '빨갱이'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듯이, 문 대통령도 군과 관련해선 속칭 '까임방지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역시 그러했다. "우리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존경은 익히 알고있는 바, 이날은 한국전쟁의 희생자들, 월남전 참전용사들 등을 중심으로 언급이 이뤄졌다. 이는 남북간 이뤄지고 있는 평화분위기, 베트남과의 우호와는 또 별개의 이야기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그나마 안보를 앞세우고, 색깔론을 내세워 공격해온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은 더욱 위축됐다. 문 대통령은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스스로 벗음으로서 '산토끼'들을 불러모았다. 재집권을 위한 플랜을 짜던 민주당의 지도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더불어민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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