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를 가다③-영등포을] 여의도와 대림동 모두 품은 곳…보수·진보 ‘격전지’
[지역구를 가다③-영등포을] 여의도와 대림동 모두 품은 곳…보수·진보 ‘격전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6.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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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과 유권자 성향 비슷한 여의동 vs. 서민 많은 신길·대림동 구도…인구구조 변화 커 향후 전망 미지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여의도는 서울에서도 가장 서울스러운 곳으로 손꼽힌다. ⓒ시사오늘
여의도는 서울에서도 가장 서울스러운 곳으로 손꼽힌다. ⓒ시사오늘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을 등지고 큰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저 멀리 있는 KBS 본사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거기서 더 걸어가면 금융감독원 건물이 나오고, 맞은편에는 각종 금융 회사들의 이름이 걸린 빌딩숲이 자리한다. 약간만 고개를 들어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랜드마크였던 63빌딩도 눈에 들어온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정치·경제 중심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곳, 바로 여의도(汝矣島)다.

대림동의 풍경은 마치 중국의 한 작은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사오늘
대림동의 풍경은 마치 중국의 한 작은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사오늘

그러나 여의도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 대림역 근처에 도착하면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곳곳에 걸린 한자 간판, 여기저기서 들리는 중국어, 키 작고 낡은 주택과 상점까지, 대림동의 풍경은 마치 중국의 한 작은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여의도와 대림동 사이에는 대림동과 마찬가지의 서민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었으나 뉴타운 건설로 분위기가 180도 바뀌고 있는 신길동이 위치한다.

여의도는 애초부터 정치·경제·사법 중심지로 설계된 곳이었다. ⓒ영등포구
여의도는 애초부터 정치·경제·사법 중심지로 설계된 곳이었다. ⓒ영등포구

흥미로운 부분은, 이렇게 생활상이 뚜렷이 구별되는 여의동과 신길동, 대림동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여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여의동과 신길 1·4·5·6·7동, 대림 1·2·3동을 포함하는 영등포을은 정치적으로도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은 ‘격전지(激戰地)’에 해당한다. ‘87년 체제’가 수립된 후 있었던 10차례의 선거(재보궐선거 포함)에서 자유한국당계 정당이 6번, 더불어민주당계 정당이 4번 승리를 가져갔을 정도다.

이처럼 영등포을에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원인은 입체적인 인구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대한민국 최초의 신도시’로 계획된 여의동은 개발 당시부터 상류층의 거주지로 이름이 높았다. 애초 설계부터가 국회의사당과 서울시청, 법조단지 등이 들어서는 ‘정치·경제·사법의 중심지’였던 데다, 1971년부터 여의도에 들어서기 시작한 고층 아파트단지는 중대형 평형에 최신식 기술이 적용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로 고소득층이 이주해왔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영등포역은 주요 간선들을 거쳐가야 하는 곳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지방에서 상경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형성됐다. ⓒ영등포구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영등포역은 주요 간선들을 거쳐가야 하는 곳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지방에서 상경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형성됐다. ⓒ영등포구

반면 신길동과 대림동은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기능해온 곳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부선과 호남선 등의 주요 간선들은 모두 영등포역을 거쳐야 했다. 자연히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아 상경(上京)한 사람들은 영등포역 근처에 둥지를 틀었고, 주거지가 형성됐다. 특히 대림동은 당시 제조업의 메카였던 구로공단과의 거리가 가까워, 공단 근로자들이 모여 사는 일종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은 정치적으로 여의동과 신길동, 대림동을 갈라놨다. 지금도 고학력·고소득층이 주를 이루고 있는 여의동은 보수 성향이 강한 반면, 서민들이 사는 신길동과 대림동은 진보 성향이 강하다. 실제로 역대 선거에서 영등포을의 구도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여의동 vs.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신길동·대림동’의 모양새를 띠어 왔다.

여의동은 제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승리를 안긴 몇 안 되는 지역이었다. ⓒ시사오늘
여의동은 제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승리를 안긴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시사오늘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영등포을의 정치 성향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제18대 대선에서, 여의동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1만3547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7053표를 던졌다. 그러나 영등포을에 포함된 동(洞)들인 신길 1·4·5·6·7동에서는 박근혜 후보에게 2만5342표, 문재인 후보에게 2만6935표를, 대림 1·2·3동에서는 박근혜 후보에게 1만6482표, 문재인 후보에게 2만511표를 줬다.

심지어 여의동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 속에서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6581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6109표를 던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4158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2081표)에게 간 표수를 합치면 문재인 후보 득표수의 두 배를 넘어간다.

여의동의 보수세와 신길·대림동의 진보세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영등포을은 서울의 대표적인 격전지로 자리매김했다. ⓒ시사오늘
여의동의 보수세와 신길·대림동의 진보세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영등포을은 서울의 대표적인 격전지로 자리매김했다. ⓒ시사오늘

총선에서도 이런 경향은 반복됐다.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는 여의동에서 8150표를 얻어 5106표를 획득한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후보를 1733표 앞섰다. 하지만 신길 1·4·5·6·7동과 대림 1·2·3동 중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합계 3만2341표 대 3만5221표로 고배(苦杯)를 마셔야 했다.

가장 최근 선거인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여의동은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6315표)에게 1위 자리를 선사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 후보가 1위를 한 곳이 423개 행정동 가운데 16개동밖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의동의 보수 성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반대로 신길 1·4·5·6·7동과 대림 1·2·3동은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대림동의 급격한 외국인 인구 증가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시사오늘 박지연 기자
대림동의 급격한 외국인 인구 증가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시사오늘 박지연 기자

다만 이러한 50대50 구도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들어 이 지역 인구 구성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까닭이다. 먼저 대림동에서는 외국인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채 300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대림동 외국인 인구는 2008년 1만4555명을 거쳐 2019년 기준 1만8231명까지 늘어났다.

이와 달리 한국인 수는 2010년 6만8071명에서 2019년 5만500명으로 1만7000명 이상 줄어들었다. 대림동 인구 4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인데, 이 같은 흐름이 현재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킬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달 초 <시사오늘>과 만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영등포을 선거인수가 13만 명을 조금 넘었는데, 대림동에만 등록 외국인이 2만 명 가까이 된다”며 “아무래도 난민이나 외국인에게 포용적인 성향이 강한 진보 정당이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겠지만,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축적되지는 않은 상황이라 예측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뉴타운이 건설되면 고학력·고소득 젊은층 유입으로 지역의 진보세가 강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시스
뉴타운이 건설되면 고학력·고소득 젊은층 유입으로 지역의 진보세가 강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시스

신길동은 뉴타운이 변수다. 원래 이 지역은 대림동과 마찬가지로 다문화가정과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었다. 그러나 뉴타운이 건설되면서 이들이 밀려나고, 상대적으로 고학력·고소득 계층이 이 지역에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이전 뉴타운들에서는 젊은층이 유입되기 때문에 진보 성향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은 은평 뉴타운(61.7%), 길음 뉴타운(61.8%) 등 이미 입주가 마무리된 뉴타운 지역에서 평균 득표율(은평구 58.7%, 성북구 56.7%)보다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교육과 주거 여건이 좋은 뉴타운에 30~40대 젊은 유권자들이 몰려든 것이 지역의 진보 성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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