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최성안號, 2차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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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 최성안號, 2차 시험대 올랐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6.12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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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명은 '리스크 관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삼성ENG) 대표이사 사장 ⓒ 삼성엔지니어링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삼성ENG) 대표이사 사장 ⓒ 삼성엔지니어링

지난해 1월 대표이사 취임 이후 실적 회복이라는 첫 시험를 무사히 치렀던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올해 두 번째 시험대에 오르는 눈치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삼성엔지니어링은 매출 5조4798억 원, 영업이익 2060억8079만 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39.45%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701억9643만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안정 대신 모험을 택하며 해외사업에 역점을 둔 최 사장의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EPC 방식 플랜트 수주를 앞세워 해외시장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선보이며 국내 건설사 중 해외수주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취약점이었던 수주잔고를 2018년 말 기준 2.5년 치까지 확보해 체질 개선도 이뤘다. 화공사업본부장, 플랜트사업1본부장 등을 역임한 최 사장이 화공플랜트 전문가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그룹 일감 의존도를 낮추면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깊어 보인다. 공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등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거둔 수익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60.62%에서 2018년 53.87%로 감소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삼성엔지니어링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03%, 460.28% 뛰었고, 분기순이익도 778.25% 증가했다. 반면, 전체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은 51.12%로 전년 동기보다 약 8%p 줄었다. 경기침체로 국내 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여건이 어려워도 해외로 보폭을 넓혀야 한다는 판단이 먹혀든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종료단계 프로젝트의 이익개선과 현안 프로젝트의 마무리로 화공부문이 안정화돼 실적개선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올해의 경우 지난해 전후로 수주한 양질의 프로젝트 실적이 본격 반영돼 외형회복과 실적개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윽고 시련의 계절은 찾아왔다.

지난 3일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프로젝트 컨소시엄 파트너사인 알투우키, 알투우키 협력사인 비젼에게 피소됐다고 공시됐다. 소송가액은 7231억7262만 원 규모로, 지난해 말 기준 삼성엔지니어링의 자기자본 대비 70.0%에 해당한다.

얀부 프로젝트는 2012년 삼성엔지니어링이 현지 건설사 알투우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따낸 1조6156억 원 규모의 사업으로, 2017년 1월 발주처인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이 기존 계약보다 더 높은 사양의 주요 기기를 요구하면서 공정률 55% 단계에서 계약해지됐다. 이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상대로 약 50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한 바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원고(알투우키, 비젼)는 프로젝트 계약해지의 원인이 당사에 있음을 주장하며 발생된 손실의 보상을 당사에 요청하고 있으나, 당사는 계약해지의 원인이 발주처에 있으므로 청구 내용 상당 부분이 근거가 약하고 부당하다고 본다"며 "오는 8월 반대서면을 제출할 예정이며, 원고의 컨소시엄 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당사의 손해금액 청구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피소사건은 소송가액 자체가 상당한 데다,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리기에 인적·물적자원의 낭비가 우려된다. 또한 해외사업 수주에 역점을 둔 최 사장의 경영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삼성엔지니어링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소를 제기한 알투우키 등 현지 업체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업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중동 수주전 참여에 삼성엔지니어링이 어려움을 겪을 소지도 있어 보인다.

낙관적인 관측도 있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설사 삼성엔지니어링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이 나더라도 컨소시엄으로 공사를 진행해, 타 업체들 역시 책임 공유가 불가피하다"며 "소송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는 위축되겠지만 2020년 중동 발주시장의 개선으로 실적·수주 전망은 좋다"고 내다봤다.

다만, 1차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최 사장이 2차 시험을 치르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목명은 리스크 관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은 급격하게 해외수주를 늘린 직후 천문학적 부실이 발생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과거가 있는 기업이다. 때문에 이번에도 해외수주의 증가가 바로 리스크로 직결되는 게 아닌지 하는 걱정이 있다"며 "아무리 선별 수주를 한다고 해도 이번 피소사건처럼 현지에서 질러버리면 소송에서 이기든 지든 파장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 단기적 손실은 없어도 수주활동에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최 사장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최 사장은 중동 발주시장에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는데, 이번 사안을 어떻게 푸는지가 그의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다. 적잖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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