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향기 있는 삶을 위한 단상 
[사색의 窓] 향기 있는 삶을 위한 단상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6.13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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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도서관 책 숲을 거닐면 행복해진다. 지식과 정보가 담긴 책들을 접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고심하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기도 한다. 나와 어울리는 책을 발견했을 때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첫사랑을 만난 반가움이랄까. 책을 펼치면 살맛난다. 도서관 책 냄새는 영혼을 맑히는 풍경((風磬) 소리 같다. 

이것 때문일까? 헌책 특유의 냄새를 문화유산으로 남기려는 작업이 시작됐다. 영국 런던대 교수팀은 고서(古書)의 향기를 후대에 물려주기로 했다. 설문조사 결과 70%가 고서의 향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응답자들은 고서 냄새를 ‘초콜릿향’ ‘바닐라향’ ‘커피향’ 등으로 평가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작가 이효석은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수필에서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는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고 적었다.  

사람이 치열하게 살지 않고서는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 향나무처럼 자기 몸을 태우면서 향기를 내는 존재는 드물다. 향나무가 죽어서도 향기를 뿜어내는 것은 그만큼 삶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산 송곡서원 향나무 1번목. ⓒ뉴시스
사람이 치열하게 살지 않고서는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 향나무처럼 자기 몸을 태우면서 향기를 내는 존재는 드물다. 향나무가 죽어서도 향기를 뿜어내는 것은 그만큼 삶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서산 송곡서원 향나무 1번목. ⓒ뉴시스

풀 냄새가 삶에 활력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가끔 한강공원 산책길에서 비릿한 듯 시큼한 듯한 풀 냄새를 맡는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공공근로로 웃자란 풀을 베고 난 다음이다. 햇볕이 내리쬐면 풀 향은 짙어진다. 풀은 잘리면 냄새를 풍긴다. 그 이유는 상처받은 식물들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피톤치드를 내뿜기 때문이란다.  

동물로부터도 배울 점은 많다. 독수리는 70년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수리가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독수리는 40년 정도 살면 부리와 발톱이 무뎌져 더 이상 먹이 사냥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때 독수리는 절벽으로 몸을 던져 무디어진 부리를 없애고, 새 부리가 나오길 기다린다. 그리고 새로 나온 부리로 이번에는 자기 발톱을 하나 하나 뽑는다. 이런 아픔과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독수리는 새롭게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독수리에게 40세는 생과 사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람도 나이 마흔이면 자기 혁신을 위한 삶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평균 기대수명 80세의 절반을 지나며 제2의 삶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내 안에서 가치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타성에 젖은 삶에서 주체적인 삶의 방식으로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40세는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터닝 포인트가 된다. 

우리네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남들은 가지고 있는데, 나만 안 가지고 있다는 소외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명품’을 산다. 눈앞의 일에 급급해 ‘나는 누구인가’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과 마주하는 것에서 멀어지고 있다. 사람은 근심걱정이 많아지면 향기는커녕 속이 타면서 얼굴이 누렇게 변해간다.  

한 존재가 치열하게 살지 않고서는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 향나무처럼 자기 몸을 태우면서 향기를 내는 존재는 드물다. 향나무가 죽어서도 향기를 뿜어내는 것은 그만큼 삶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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