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국민소환제, 도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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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국민소환제, 도입 가능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6.13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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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민주주의 약점 보완 역할…이해관계 걸리고 악용 가능성 있어 도입 쉽지 않을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현재 계류 중인 국회의원 국민소환법이 이번 20대 국회를 통해 완성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답하면서 국민소환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현재 계류 중인 국회의원 국민소환법이 이번 20대 국회를 통해 완성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답하면서 국민소환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정치권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12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현재 계류 중인 국회의원 국민소환법이 이번 20대 국회를 통해 완성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답하면서다.

이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청와대가 국민 여론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청와대가 국민청원을 정쟁 도구로 삼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또 하나의 논란거리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국민소환제란 무엇인가

국민소환제란 선거로 선출된 대표 중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투표로 파면시키는 제도다. 현재 대다수 국가에서는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국민이 모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등의 ‘대표자’에게 권한을 위임한다.

하지만 현행 체제에서는 권한을 위임 받은 대표자가 유권자들의 기대를 배반하더라도 손 쓸 방법이 전혀 없다. 이 같은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가 국민소환제다. 쉽게 말해, 선출된 대표자가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국민이 직접 소환(召還)해서 추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유사한 제도가 시행 중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교육감을 대상으로 하는 주민소환제가 그것이다. 우리 지방자치법 제20조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에 대한, 지방교육자체에 관한 법률 제24조의2는 교육감에 대한 주민의 소환권을 명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시도다.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 지원 중단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홍 지사 주민소환을 추진했으나, 서명자 수가 청구요건인 도내 유권자 10%(27만1032명)에 미달해 무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같은 당 박주민 의원,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이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시사오늘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같은 당 박주민 의원,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이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시사오늘

국민소환제 도입 가능할까

그렇다면 큰 틀에서 주민소환제와 거의 차이가 없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도 가능할까. 여론은 무르익었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5월 31일 실시해 6월 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77.5%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15.6%에 불과했다.

법안도 나와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2016년 12월,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은 2017년 2월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2017년 2월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상태다. 세 법안 모두 비슷한 뼈대를 갖추고 있어, 논의에 착수하기도 어렵지 않다.

다만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2004년 제17대 총선 때부터 주요 정당들이 공약으로 내세웠고, 매 국회 때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번번이 무산돼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12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제20대 총선이 끝나고도 기득권 내려놓기니 뭐니 말이 많았지만 제대로 된 게 뭐가 있느냐”며 “국회의원들이 절대 통과시킬 리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도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적(政敵)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오히려 자본과 권력을 지닌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 대표자를 소환할 위험도 존재하는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이와 유사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며, 영국조차도 소환요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헌법, 직접민주주의와 만나다’ 토론회에서 “국민소환제가 도입된 베네수엘라의 경우 석유산업에 개입된 이들과 입장을 같이 했던 원내 야당 세력이 정부를 끌어내리려 하고, 차베스는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방어에 나서면서 차베스 임기는 찬성파와 반대파가 거리에 나가 펼치는 폭력적 정치가 일상화됐다”며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차베스 정부 13년을 거치면서 베네수엘라는 사회적 대화나 의회를 통한 타협이 불가능한 사회로 바뀌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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