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파주 통일동산 호재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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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 파주 통일동산 호재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셋’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6.13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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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경기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 주체인 대림산업이 연이은 호재에도 방긋 웃지 못하는 모양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파주시와 CJ ENM은 '복합 방송콘텐츠 월드' 조성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사업은 파주 통일동산지구 일원에 축구장 32개를 합친 크기인 21만3000㎡, 아시아 최대 규모의 콘텐츠 제작과 체험·관광이 결합된 복합문화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로 연내 착공을 거쳐 오는 2023년 준공이 목표다. 지역에서는 이로 인해 연간 12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통일동산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림산업 CI ⓒ 대림그룹
대림산업 CI ⓒ 대림그룹

통일동산에 호텔·리조트 부지를 확보한 대림산업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대림산업은 경기 파주 탄현면 법흥리 일대 토지(44만8528㎡)에 콘도미니엄, 가족호텔 등을 짓는 통일동산 개발사업을 10년 넘게 붙잡고 있다. 2007년 11월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아 착공했지만 당시 금융위기에 따른 시행사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정률 30%대에서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사업은 사업성, 금융 이자 문제 등으로 대림산업의 골머리를 썩게 했고, 급기야 대림산업은 공사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통일동산 인근에 제2개성공단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았고, 올해 초에는 파주시가 경기도에 '파주 관광특구 진흥계획'을 제출, 지난 4월 통일동산이 29년 만에 관광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앞서 거론한 복합 방송콘텐츠 월드를 포함해 대림산업으로서는 그야말로 '호재일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럼에도 대림산업은 통일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재추진 입장을 밝히기 꺼려하는 눈치다. 그 배경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통일동산 개발사업은 국내외 정치 이벤트에 민감한 프로젝트다. 국제 정세가 어떤 흐름인지, 남북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따라 운명이 좌우된다. 또다시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비슷한 이슈가 터지면 투자금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표류할 공산이 크다. 사업에 우호적인 여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낙마할 경우 역시 고려해야 한다. 우직하게 밀어붙이기에는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미중 무역분쟁도 대표적인 예다. 대림산업은 이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특히 중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애를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한기 전 대림산업 사장은 2015년 경기도-파주시와 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중국 투자자를 끌어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그 일환으로 대림산업은 지난해 8월 중국 투자대행사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로 상황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사업성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대림산업의 통일동산 콘도미니엄은 헤이리 예술마을이나 파주 롯데 프리미엄아울렛을 방문하는 사람들로부터 흉물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실정이다. 통일동산 관광특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공사 재개는 물론, 새로운 콘텐츠 도입 등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통일동산 관광특구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 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카지노 좀 즐기겠다고 공항에서 여기까지 버스를 타고 오겠느냐. 지금도 볼 게 없어서 해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바로 옆에 고양시도 몇 년 전에 관광특구로 지정됐는데 큰 변화가 없더라. 케이컬처밸리 사업처럼 통일동산 개발사업이나 방송콘텐츠 월드 사업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남북 분위기에 따라 방향이 크게 갈리는 사업이라 정권에 따라 눈치보기 식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래드 호텔앤리조트(구 오라관광) CI ⓒ 대림그룹
글래드 호텔앤리조트(구 오라관광) CI ⓒ 대림그룹

아울러, 대림산업의 호텔·리조트 사업이 최근 오너일가의 불공정 행위로 인해 위축됐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림산업은 계열사인 오라관광㈜의 사명을 글래드 호텔앤리조트㈜로 변경하는 등 호텔·리조트 사업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대림산업이 통일동산 개발사업 부지에 글래드 호텔·리조트를 조성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과 대림산업, 오라관광(글래드호텔앤리조트)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히면서 대림산업의 호텔·리조트 사업은 시계제로 상태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호텔 브랜드 '글래드'를 선보이는 과정에서 APD라는 회사와 브랜드 사용계약을 맺었다. APD가 글래드 상표권을 사전에 출원했기 때문이다. 오라관광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APD에 약 31억 원을 브랜드 사용 수수료 명목으로 넘겼다. APD는 이 회장과 그의 장남 이동훈씨가 각각 지분 55%, 45%를 보유한 업체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이를 활용한 장기적인 경영권 승계 플랜을 세웠을 여지가 상당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이 회장과 동훈씨는 APD 지분 전량을 오라관광에 무상양도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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