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에서 非운동권은 6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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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안에서 非운동권은 6두품”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9.06.14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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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운동권의 뿌리는 86세대… 文체제 이후 운동권 대거 유입 된 후
수직적 운동권 문화 당내에도 영향… “민주vs 반민주 구분, 정치공학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민주당 내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어 비운동권 출신들의 의사가 당 운영에 반영되지 않으며,  운동권 출신의 ‘반독재 도덕적 우월주의’가 점차 강경해져 사회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민주당 내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어 비운동권 출신들의 의사가 당 운영에 반영되지 않으며, 운동권 출신의 ‘반독재 도덕적 우월주의’가 점차 강경해져 사회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이인영이 ‘비주류’라고요? 당권파가 아닐 뿐이지 무슨 비주류입니까. 당 방계(傍系)라는 얘기겠죠. 진짜 비주류는, 국민의당 떨어져 나가고 20대 공천에서 아웃되면서 거의 안 남았죠. 한 15% 남아 있으려나요?”

이달 초 기자와 만난 국회의원 A는 더불어민주당 신임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주류’라고 수식하자 손사래를 쳤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비주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민주당 안의 ‘비운동권 출신’이라고 즉답했다.

“민주당 안에는 운동권이 아니면 내부적으로 출신 성분을 가르는 암묵적 정서가 있습니다. 일단 운동권 출신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죠. ‘저 사람은 운동을 안 해본 사람’, ‘저 사람은 부르주아 출신’ 이라는 낙인을 찍어요. 필요할 땐 비운동권 출신들을 가리키며 ‘중도’, ‘경제’ 운운하고 이용하지만, 중요한 경쟁을 하게 되면 항상 불이익을 주죠. 운동권의 갈래는 있지만 그들은 항상 패권적으로 뭉쳤습니다. 이미 하나의 주류 계파에요. 운동권 아닌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조 섞어 ‘6두품’이라고 불렀죠.”

민주당 안에서 운동권 출신들의 당 장악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정치권엔 이런 말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진보당에서 성공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투옥 경력. 둘째, 호남 출생이다.’ 

이중 가장 먼저 손꼽히는 ‘투옥 경력’이 바로 반(反)독재 투쟁 학생운동으로 군사 정권에 의해 부당한 수배를 당한 경우다. 현재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 의원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뼈아픈 명예이기도 하다.

“민주당 운동권의 뿌리는 86세대… 文체제 이후 운동권 대거 유입”

1987년 6월 항쟁을 분수령으로 전대협이 출범하면서 학생운동의 조직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전대협은 학생이던 임수경을 북한에 보내는 등 과감한 통일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정치권에 그 영향력을 뻗치기 시작한다.

이 전대협의 탄생과 함께한 1기 의장이 바로 현 원내대표인 이인영 의원이다. 1기에 속한 멤버로는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우상호 의원과 대표적 친문(親文)파인 김태년 의원이 있다. 

1기뿐 아니라 2기, 3기 등 전대협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다. 최재성·정청래·송영길·조정식·유은혜·서영교 등을 포함해 ‘문재인의 사람’이 된 임종석·강기정·한병도 모두 전대협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20대 총선을 통해 원내에 입성한 신진 정치인 중에서도 운동권 출신이 대다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안철수 및 동교동계와 분열을 겪은 후 일명 ‘문재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운동권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국민의당에게 뺏긴 취약한 지역 기반을 좌파 운동권 세력으로 채웠다고 주장했다.

“20대 총선 당시 김종인 대표가 직접 공천했던 몇 명을 제외하고는 새로 들어온 ‘젊은 사람’은 거의 운동권이었어요. 강병원, 제윤경 같은 학생운동 출신 말고도 참여연대나 민변, 전교조 등 범좌파 운동을 포함하면 박용진, 이재정 등 다양하죠. 특히 2015년 당대표 경선에서 한노총 위원장을 지냈던 이용득 전 최고위원을 포함해 양대 노총 세력들이 대거 들어왔습니다. 

흔히들 정치는 지역 기반과 계층 기반을 토대로 하는 거라고 말하죠. 그런데 문재인 측이 호남의 반노 정서와 동교동계의 이탈로 지역 기반이 취약해지니까 이것에 대한 보완 개념으로써 계층 기반을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계층적 기반 확장 전략으로 밖에 있던 운동권 세력들을 당원, 최고위원으로 직접적으로 유입해서 공천도 준 것이죠. 꼭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당 안에 결집시켰어요. 계층 기반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서로간의 공약, 정책 연대를 하게 됐고, 딱 잘라서 언제부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때부터 민주당 정책이 좌경화된 경향이 있었어요.”

이어 그는 대부분의 운동권이 학생 운동의 뿌리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민변, 전교조, 범좌파 운동권의 뿌리는 86 운동권에 있어요. 이들이 계속 학생운동만 한 게 아니라 30대 들어서 정치권으로 바로 온 사람이 있고, 노동운동으로 갔다가, 시민운동 하다가 들어온 사람도 있고 제도권 들어온 시기가 다 다른 것뿐이에요. 전대협 의장 쯤 되는 간부 세력은 17대 총선에서 젊은 피를 수혈할 때 바로 들어왔습니다만, 간부는 아니었던 사람들은 30대쯤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하든 참여연대를 하든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어요. 그러니 본류는 마찬가지로 80년대 주사파 운동권이 지배적인 셈이죠.”

1987년 6월 항쟁을 분수령으로 전대협이 출범하면서 학생운동의 조직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전대협의 탄생과 함께한 1기 의장은 현 원내대표인 이인영 의원이다. 1기뿐 아니라 2기, 3기 등 전대협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다. ⓒ시사오늘 박지연
1987년 6월 항쟁을 분수령으로 전대협이 출범하면서 학생운동의 조직력은 강력해졌다. 전대협의 탄생과 함께한 1기 의장은 현 원내대표인 이인영 의원이다. 1기뿐 아니라 2기, 3기 등 전대협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다. ⓒ시사오늘 박지연

운동권 문화 당내 민주주의에도 영향… “민주세력 vs 반민주세력 구분, 정치공학적”

이 기사에선 전대협을 비롯한 운동권 세력의 대북관과 색깔론을 굳이 논하지 않으려고 한다. 문제는 이들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어 비운동권 출신들의 의사가 당 운영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과, 운동권 출신 의원들의 ‘반독재 도덕적 우월주의’가 점차 강경해져 사회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는 현실이다.

한 보좌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대협 기수, 운동권 기수가 민주당 내부에선 사회 경력보다 우선하고 있다”며 “까마득한 운동권 후배들은 함부로 얘기 못하는 문화가 있다. 조금만 비공개석상으로 가도 운동권 위계 서열이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A 의원 역시 “운동권은 군사 정권에 저항한 세력이지만 군사 문화가 팽배해있는 집단”이라며 “굉장히 권위주의적이고, 그렇기에 80년 운동할 때 주도적으로 자기희생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부채의식을 가져야하는 문화”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지난 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대표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운동권에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 5·18이나 노동정책 측면에서 더 강경한 주장을 펼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운동권 사쿠라’라고 부릅니다. ‘사쿠라(가짜)’소리 듣기 싫으니까 더 강경한 주장을 펼치는 거에요. 더 강한 주장을 해야, 더 세게 나서야 열정이 있는 사람처럼 비춰지니까요. 지금도 보세요. 마치 민주화운동을 전매특허 낸 것처럼 목소리 높이고 있죠. 

지금 운동권 세력 속에서 문 대통령은 그들의 포로가 돼서 꼼짝을 못 합니다. 꼼짝 못하니까 그들 의견에 일치하는 더 강한 주장만 하게 되어 있습니다. 약하게 말하면 ‘민주화 운동 안 해서 독재 세력에 대한 증오심이 약한 사람이다’는 소리 들을까봐 더 강경하게 나섭니다. 그 사람들보다 온건하게 나가면 ‘니가 운동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 연약한 생각을 한다’는 비난을 받는 게 내부 습성이니까요. 그래서 그렇게 박근혜 대통령이나 5·18을 물고 늘어지는 겁니다. 그래야 박정희 독재에 대한 반발심이 강하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일각에서는 점점 더 강경해지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논조가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 구도로 사회를 분열시킨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총선을 위한 정치 공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던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지난 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민주화 운동은 자기들 혼자 했나? 너는 독재자, 나는 민주화세력 구분 짓는 것을 보면 ‘내가 정의니 내 말만 들어라’ 식이다. 민주화를 외쳤던 사람들이 정작 민주적이지 않다. 5·18은 권력에 저항한 운동이다. 지금 권력자는 민주당 자신이다. 그렇다면 권력이 5·18을 독점하고 반토막내서 많은 국민들이 이를 함께 기념하지 못하게 하는 게 맞나? 5·18이라는 상징자본을 독점하면서 자기들이 정치 권력화 하는 것에 이용하고 있다. 진짜 5.18을 생각한다면 다른 생각 하는 사람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표 원장 역시 “문재인 정부에 있는 사람들도 진짜 민주주의 운동을 제대로 한 사람들이라면 국가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치 공학적인 차원에서 민주 세력 대 반 민주 세력으로 나누어서 상대를 반 민주 세력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는 본인 정권의 정당성을 얻고 총선을 위해 민주 세력을 결집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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