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文 단상] “나는 네 생각과 다를 뿐이죠” … 다르다/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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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文 단상] “나는 네 생각과 다를 뿐이죠” … 다르다/틀리다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6.14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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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많은 사람이 "난 네 생각과 달라"라고 해야 할 표현을 잘못 쓰고 있습니다.  단지 나와 다를 뿐인데, 틀린 것으로  말해 버립니다.  말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상황에 맞는 올바른 말글을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인터넷커뮤니티
많은 사람이 "난 너와 달라"라고 해야 할 표현을 잘못 쓰고 있습니다. 단지 나와 다를 뿐인데, 틀린 것으로 말해 버립니다. 말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상황에 맞는 올바른 말글을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인터넷커뮤니티

일상생활에서 “나는 네 생각과 틀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많은 사람이 “난 네 생각과 달라!”라고 해야 할 표현을 잘못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언쟁이 발생할 수도 있겠죠.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같지 아니하거나,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는 것을 ‘다르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둘은 쌍둥이 형제임에도 성격이 다르다’ ‘그토록 노력하더니 그 친구들과는 확실히 달라졌다’처럼 씁니다.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바라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는 것을 ‘틀리다’고 합니다. 예컨대 ‘집에 와서 보니 계산이 틀렸다’ ‘차가 이렇게 막히니 제시간에 도착하긴 틀렸다’처럼 쓰입니다.  

이 두 말을 구별해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불편함을 느낍니다. 다른 뜻을 표현하는 단어를 왜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는 걸까요? 아마도 단어가 주는 영향에 대해 예민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그 부분을 고치려 드는 게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말하는 입장보다는 듣는 입장에서 ‘틀리다’는 말을 들으면, ‘내 말과 행동이 잘못됐나?’ 생각할 여지가 큽니다. 그러나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그 다름을 인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즈음 여의도 상황을 보면 상대 당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듯합니다. 여야가 국회 파행을 두고 ‘네 탓“에 열을 올립니다. 자기 진영과 상대 진영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막말 악순환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습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을 때 그는 틀린 것이 됩니다. 나와 의견이 다를 뿐인데, 네 말은 틀린 것으로 무시해 버립니다. 정치는 상대방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타협과 협치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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