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혁영 “마을행복 사업, 보령시와 세상 바꾸는 일”
[인터뷰] 권혁영 “마을행복 사업, 보령시와 세상 바꾸는 일”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6.16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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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영 보령시 기업인협의회장
마을가꾸기로 새로 태어난 충청남도 보령시 성주면 ‘은골마을 ’
마을박물관 개관·역사책 발간·민요단 창단…변화는 진행 中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보령=김병묵 기자)

사람을 만나러 나선 길에, 마을을 만났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충남 보령시 성주면 개화3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아담한 작은 박물관이 하나 나타났다. 그곳에서 행복한 마을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혁영 보령시 기업인협의회장은 인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마을을 기자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진한 애정이 묻어나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어느새 나도 일명 '은골마을'로 불리는 개화3리의 주민이 된 듯했다. <시사오늘>지난 5일 보령 오석고을박물관에서 권 회장을 만나고, 또 그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가꾸고 있는 오석(烏石)의 고향, 은골마을을 만났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권혁영 보령시 기업인협의회장은 가장 가까운 것부터,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려 한다며 그것이 마을을, 보령을,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원래 사업가인데, 마을가꾸기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뭔가.

"이 마을에서 20여 년 째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 한국지방자치경영연구소, '향부숙'이라는 교육기관에서 1년 간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지방이, 마을이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싶었다. 마을에 변화가 필요해서 두 팔을 걷어붙였다. 우수마을, 창조적마을로 가기 위해 지난 2016년 행복한 마을 추진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이 마을박물관 개관, 마을 역사책 만들기, 민요단 창단 등이다"

-마을 주민들의 협조가 필수일 텐데, 어떻게 설득했나.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권 회장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 사람들도 자연스레 찾아와 주고, 사람이 들고 나는 거다”고 강조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일단 내가 솔선해서 나섰다. 지난 2016년에 땅 5000평을 마을에 기증했다. 내게 진심이 보이자 마을의 다른 분들도 이젠 기꺼이 나서주셨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생기는 작은 공원 부지는 이장님이 기증하신 땅이다.

 또 여기저기 성공적인 마을에 선진지 시찰을 다녀오고 나면, 마을 어르신들도 나름 느끼는 게 많았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자는 목표로 이뤄지는 일이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마을을 만드는데, 반대할 주민은 없다. 많은 자발적인 협조에 늘 감사한다."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 마을의 목표인가.

"우리가 행복해야 모든 것은 그 다음이다. 관광지를 목표로 삼은 게 아니지 않나. 우리가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 사람들도 자연스레 찾아와 주고, 그렇게 마을에 사람이 들고 나는 거다. 민요단도 그래서 시작했다. 방문객들이 오면 불러주기도 하지만, 일단 어머님들이 민요를 모여 부르며 행복해야 보는 이들도 즐겁다."

-처음에 시작은 쉽지 않았을 텐데.

"다행히 내가 사업을 하니, 임시로 내 돈을 미리 쓰기도 하고 인맥으로 싸게 부탁하기도 하면서 마을가꾸기를 압축적으로 속도를 냈다. 마을박물관도 친구가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도와줬다. 줄 것이라곤 감사패밖에 없어서 고맙고 미안했다. 하지만 성과가 눈에 보이니, 마을분들도 흥이 나고 협조가 늘어서 점점 일이 수월해졌다. 예를 들어 마을박물관만 해도, 처음에는 물건을 달라고 부탁해야 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이런 건 어떠냐'며 가져와주신다."

권 회장이 안내해준 은골마을 마을박물관에는 오래된 전축부터 삐삐, 농기구부터 누군가의 군복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시대를 넘나들며  전시돼 있었다. 권 회장은 그 사이에서 〈은골마을 오석돌장이 이야기〉라는 제목의 한 권의 책을 꺼내들었다.

"이게 마을 역사책이다."

그가 내민 책에는 마을의 역사부터, 주민들의 생애가 상세하게 사진과 함께 구술돼 있었다.

-역사책 발간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는 꽃은 언제든 심을 수 있지만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역사는 묻힌다며 마을역사책 만들기 사업을 추진해 이를 성공리에 마쳤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마을주민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곧 마을의 역사고, 마을의 역사가 모인것이 보령시의 역사, 보령시의 역사가 우리나라의 역사 아닌가.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이런 의식이 전체적으로 공유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보령시에 마을의 역사책을 만들겠다고 마을가꾸기 사업 지원을 요청했더니, 마을가꾸기는 꽃을 심는거지 책을 쓰는게 아니라고 거절당했다. 꽃은 언제든 심을 수 있지만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역사는 묻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항의 끝에 지원받고, 우연히 귀농한 작가분께 부탁하게 돼서 만들어졌다. 이 마을역사책의 가치에 대해선 아무리 강조하고 크게 떠들어도 부족함이 있다."

-이렇게 마을가꾸기에 힘을 쏟을 수 있는 동력은 뭔가.

"눈에 보이는 변화다. 그냥 무기력하게 사라져가는 시골마을과, 뭔가 열심히, 즐겁게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마을은 확연히 다르다. 마을이 좋게, 조금더 좋게 변하는게 보이다 보니 그것이 큰 기쁨이다.

 행복은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내 고향이나 다름없는 우리 마을이 행복해지는 것이 보령이 행복해지는 거다. 마을만이 아니라 기업에도 해당된다. 보령시 기업인협의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일대 일로 회사마다 찾아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한 업체에 가서 고민을 듣다보니 판로가 줄어 걱정이라길래, 유사한 직종의 다른 업체를 연결해줬다. 그 업체를 통해 바로 외국 바이어를 소개받았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기업 한 두 개가 소통하고 잘 되다 보면 보령 전체의 경제와 기업이 살아난다. 내가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순 없지만, 가장 가까운 것부터,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려 한다. 처음엔 마을을, 그렇게 보령을, 결국엔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권 회장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틀림없이 이곳 은골마을은 더 행복하고, 창조적이고, 찾아올만한 곳이 돼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향후 은골마을의 비전을 말해준다면.

"우리는 모두가 꺼리는 국립 수목장을 나서서 유치했다. 이런 식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원래 묘지가 많아서 묘지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라면, 한번 생각해보라. 묘를 아무데나 쓰는가. 명당에만 묘를 쓴다. 그러면 곧 그곳이 명당마을이다. 당장 어감이, 이미지가 달라지지 않나. 조문객들이 왔다가 밥 한끼라도 먹고, 농산물 한 봉지라도 사 가면 그게 곧 마을이 살아나는 길이다. 아예 그들을 조문객이 아니라 관광객이라고 여기면 꺼려질 것도 없다. 이 외에도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많다. 분명한 것은 틀림없이 이곳 은골마을은 더 행복하고, 창조적이고, 찾아올만한 곳이 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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