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시험대’ 오른 황교안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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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시험대’ 오른 황교안 리더십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6.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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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손 잡고 당대표 오른 황교안, 총선 앞두고 친박과 거리두기 시작
친박, 신당 창당으로 반격…황교안, ‘절묘한 줄타기’ 보여줄 수 있을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친박과 거리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친박과 거리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뉴시스

모든 국회의원의 목표는 재선(再選)이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메이휴는 자신의 저서 <의회, 선거 커넥션>에 “‘재선’은 모든 의원들에게 가장 중요할 뿐만 아니라, 다른 목표들을 그려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성취돼야만 하는 목표”라고 썼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명제는 현실 정치를 설명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탄생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리멸렬(支離滅裂) 그 자체였던 친박(親朴) 세력에게는 자신들의 공천을 보장할 수 있는 정치적 구심점(求心點)이 필요했다. 이때 친박의 눈에 띈 인물이 황 대표였다.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국무총리이자, 대중적 호감도가 높았던 황 대표는 친박이 갈망했던 ‘새로운 얼굴’의 조건에 정확히 부합했다.

황 대표 역시 자신이 친박의 지원을 받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설에 호응하고,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것이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탄핵이 타당했던 것인지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전당대회 결과도 비슷했다. 전대가 열린 2월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황교안이 친박 표는 다 가져갈 테니, 50%는 확보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황 대표는 정확히 50%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자신이 당내 주류(主流)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당대표 황교안 vs 대권후보 황교안

당대표에 오른 뒤에도 황 대표의 기조(基調)는 유지됐다. 황 대표 주변에는 한선교 전 사무총장,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이헌승 대표 비서실장, 민경욱·전희경 대변인 등 박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들이 포진했다. 대외적으로도 그는 ‘태극기 부대’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강경 발언을 지속했다. 이로써 친박의 ‘황교안 프로젝트’는 결실을 맺는 듯했다.

하지만 친박이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황 대표의 최종 목적지는 당권이 아니라 대권(大權)이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대권은 곧 ‘중원(中原) 장악’과 동의어다. 좌우에 묶여 있는 고정 지지층 60%를 제외하고, 흐름에 따라 지지 정당과 후보를 바꿀 수 있는 40%의 표심이 성패를 결정한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황 대표가 대권의 길로 가려면 중도 확장이 필수적이다. 여전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친박 대표’나 ‘극우 보수’ 이미지로는 권좌(權座)에 도달할 수 없다. 황 대표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당을 장악한 이후, 지속적으로 외연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바로 이 대목에서 황 대표와 친박의 이해관계(利害關係)가 충돌한다. 친박이 황 대표를 옹립(擁立)한 것은 공천을 보장받기 위해서였다. 반면 대권을 노리는 황 대표에게 당면한 과제는 중도 확장을 통한 총선 승리, 대권 도전이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황 대표가 중도 확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친박을 겨냥한 대대적 ‘물갈이’일 수밖에 없다.

홍문종 의원의 탈당을 시작으로, 친박도 대안 모색에 나섰다. ⓒ뉴시스
홍문종 의원의 탈당을 시작으로, 친박도 대안 모색에 나섰다. ⓒ뉴시스

친박과 결별하는 황교안

결별의 징후는 황 대표 쪽에서 먼저 나타났다. 황 대표는 3일 전대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태블릿PC 조작설’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황 대표는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느냐’는 김진태 의원의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신상진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신 위원장은 지난 6일 BBS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있었고, 그 뿌리가 되는 2016년 제20대 총선 공천에서 후유증이 많았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물갈이 폭도 크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친박 물갈이’를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자연히 친박도 반응했다. 김진태 의원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반발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확실한 중심을 잡아주셔야 하는데, 사과를 너무 많이 하고 안 해도 될 사과를 하는 것을 보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홍문종 의원은 아예 당을 떠났다. 홍 의원은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태극기 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정통 지지층을 결집하고 보수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나섰다”면서 한국당 탈당을 선언했다.

진짜 시험대 오른 황교안 리더십

홍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자, 일각에서는 ‘잘 된 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당 이미지를 극우화(極右化)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던 친박이 당을 떠날 경우, 중도 확장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을 생각해야 하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당 김용태 의원은 17일 MBC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수 세력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절실하고, 그 와중에 분열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에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불확실성은 보수 통합에 더 나쁜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이번 일은 그 불확실성이 조기에 분출된 것이라, 오히려 보수 통합에는 순풍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친박의 영향력이다. TK(대구·경북)를 핵심 기반으로 하는 친박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한다면, ‘제2의 친박연대’가 결성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제18대 총선 과정에서 친이(親李)계의 ‘공천 학살’에 반발한 친박계가 탈당 후 친박연대를 결성,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14석을 획득했던 과거 사례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17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친박신당’은 반드시 생긴다. 상당한 분열이 가늠되며 사실상 보수의 분열을 점칠 수 있다”면서 “최소한 20석, 원내교섭단체는 구성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홍문종 의원은 아예 “내년 총선 전까지 신공화당으로 의원 40~50명이 올 것 같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18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 역시 “박 전 대통령은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인데 친박연대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겠느냐”면서도 “다만 선거라는 게 당선시키기는 어려워도 떨어뜨리기는 쉽기 때문에 친박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황 대표도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도 확장과 지지 세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황 대표가 ‘진짜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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