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신당’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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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신당’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6.21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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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점 없어 미풍 그칠 것 vs 친박 물갈이 되면 대거 탈당 이뤄질 수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치권에서는 ‘친박 신당’이 낳을 파장을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오간다. ⓒ시사오늘 김유종
정치권에서는 ‘친박 신당’이 낳을 파장을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오간다. ⓒ시사오늘 김유종

여의도가 때 아닌 ‘친박(親朴)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홍문종 의원이 대한애국당과 힘을 합쳐 신당을 창당키로 하면서, 제2의 ‘친박 연대’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러자 정치권에서는 ‘친박 신당’이 낳을 파장을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오간다. 대개는 신당을 ‘공천 탈락을 우려한 친박들의 모임’으로 평가절하(平價切下)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총선 판도를 바꿔 놓을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심점 없어…미풍 그칠 것

친박 신당이 미풍(微風)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는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성적표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대한애국당은 TK(대구·경북) 지역에 다수의 구청장·시장 후보를 내보냈지만, 1~2%대의 초라한 득표율을 얻는 데 그치며 대부분 낙선(落選)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타난 막강한 화력(火力)이 표로 연결되지는 않은 것이다.

20일 <시사오늘>과 만난 TK 지역 한 언론사 정치부장은 “친박연대는 박근혜라는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가 구심점이 돼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지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데다, 설사 석방된다고 해도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친박신당으로) 따라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은 당원들이나 기초의원들의 요구에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알기로 지금 TK에는 그런 분위기가 별로 없다”면서 “홍 의원을 따라 나갈 당원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당이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한국당 내 대표적 친박 인사(人士)로 꼽히는 김진태 의원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 의원이 태극기 세력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취지에는 저도 동의하지만, 그 방법론은 다를 수가 있다”며 “(친박신당에) 동조할 의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명의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태흠 의원 역시 18일 성명을 내고 “보수 우파를 공멸시키는 것이고, 문재인 좌파 독재 정권의 장기 집권을 돕는 촉매 역할을 할 뿐”이라며 홍 의원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초·재선 의원들도 성명을 통해 “홍 의원은 더는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과 행동을 삼가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공천 탈락자 대거 탈당할 수도

반면 친박신당의 위력을 가늠하기는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친박 물갈이’가 현실화될 경우, 공천 탈락자들이 대거 탈당하는 시나리오도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제18대 총선에서의 ‘친박연대’ 역시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들이 이미 존재하던 ‘미래한국당’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던 만큼, 한국당 공천이 끝난 뒤에야 친박신당의 ‘진짜 파괴력’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21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도 친박신당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TK 지역에서는 아직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이 큰데, 만약에 박 전 대통령이 지지 메시지 같은 것을 내놓는다고 하면 친박신당이 어느 정도의 표를 가져갈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친박신당을 지지한다고 하면, 공천에서 탈락한 분들은 저쪽으로 가볼까 하는 유혹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생각도 비슷하다. 박 의원은 19일 MBC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근혜는 존재 그 자체가 정치”라며 “박 전 대통령 추종 세력이 많기에 최소 20석을 넘겨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당 연쇄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본다”면서 “공천파동이 있을 거고, 친박들이 자동적으로 (친박신당으로) 가면서 총선 전에 숫자가 채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친박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그 위력은 생각보다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선 한국당 관계자는 “친박신당에서 교섭단체를 만들 정도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한국당 후보들을 떨어뜨릴 정도는 될 것”이라며 “TK에서 창원성산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건 한국당에게 완전히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3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4만2159표를 얻어 4만2663표를 획득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에게 504표 차로 패했다. 이러자 당시 한국당에서는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가 가져간 838표가 승패를 갈랐다며, ‘보수 통합’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만약 이 같은 보수 분열의 파장이 ‘텃밭’ TK에서 재현된다면, 한국당이 입을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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