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야권통합②>유시민은 왜 진보진영의 ‘뜨거운 감자’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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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야권통합②>유시민은 왜 진보진영의 ‘뜨거운 감자’가 됐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8.0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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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민주와 진보진영 사이 고립·지지율 하락…87년 6월 항쟁 이후 진보와 자유 각기 다른 길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보는 진보진영의 시선이 따갑다. 동시에 유 대표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진보진영은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의 합류 대상이면, 민주당은 왜 비토하느냐”며 민노당 당권파를 겨냥하고 있고, 민주당은 “유시민 대표는 되는데, 민주당은 왜 통합 대상이 아니냐”고 진보진영을 쏘아붙이고 있다.

달리 말하면, 민주대연합론 vs 진보대연합론이라는 민주개혁진보진영의 헤게모니 전선에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이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유시민’이라는 브랜드는 독특하다. 정치권 밖에서는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정치권 내부에는 우군이 적다. 때문에 밖에선 개혁적인 진보자유주의자라는, 안에서는 분파주의자라는 긍정과 부정의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뉴시스

진보진영과 유시민 사이의 간극…왜?

‘5.6% vs 3.5%…. 전자는 국민참여당 창당 직후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정당 지지율이고, 후자는 2011년 7월 넷째 주 국민참여당의 지지율이다. 국민참여당이 창당된 지 20개월(지난해 1월 18일 창당)이 됐으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지난해 4월 재보선 등의 연이은 패배로 인해 당의 존재감이 퇴색되고 있다. 동시에 유 대표의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유 대표는 리얼미터의 7월 넷째 주 여론조사에서 6.6%를 기록하며 4위에 그쳤다.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8.7%,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8.2%를 기록했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대내외적인 환경이 유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진로를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가 4월 재보선 패배 직후 진보대통합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아니다. 국민참여당은 이미 지난 4월 10일 진보진영에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에 합류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백만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기자에게 “우리가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논평을 냈으나, 언론에서 관심을 갖지 않았다”라며 혹독한 언론환경에 노출돼 있음을 내비쳤다. 또 유 대표는 지난 3월 당 수장에 오른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채만을 승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유 대표는 8월 현재 한진중공업과 유성기업 노조 탄압 등 노동현안과 관련해 좌클릭 중이다.

실제로 유 대표는 3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해결을 위한 야5당 국회 회담에 참여한 데 이어 이날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 22일째 단식 중인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을 찾아가 단식 중단을 호소하며 진보진영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섰다.

그런데도 진보진영 내부는 유시민 대표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의 좌클릭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여 문제가 통합진보정당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압박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 2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은)사회경제적 정책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며 또다시 ‘유시민=신자유주의’ 논리를 폈다.

정호진 전 진보신당 서울시당 공동대표(현 영등포당협협의회 위원장)도 기자에게 국민참여당의 좌클릭 행보와 관련해 “국민참여당은 자유주의 정당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에 참여한다면, 왜 민주당이 안 되는가 라는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박상병 박사 역시 “자유주의 정당과 진보신당이 합당하는 것은 일종의 코미디로, 진보진영과 국민참여당 모두 손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진영과 진보진영 사이에 좁혀지기 힘든 심리적 간격이 존재하는 셈이다.

▲ 3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 단식 중인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을 찾아가 단식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국민참여당

그렇다면 이 같은 간격은 어디서부터 파생된 것일까. 1987년 6월 항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게 학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참여정부 시절 ‘87년 체제이냐, 97년 체제이냐’의 논쟁에서도 보듯이 우리사회는 여전히 민주화운동 세력과 노동운동 세력 간의 보이지 않는 심리적 경계심이 존재한다.

이는 군부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YS정권이나 그 이후 DJ-참여정부로 이어지는 민주화 시대에도 경제적 민주화는 요원했다는 노동 계층의 불만이 내재돼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같은 해 7∼9월에 노동계의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다.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도 <진보의 재탄생>에서 이 시점을 계기로 학생운동 층과 노동운동 층이 각자 다른 길로 갔다고 말했다. DJ의 정권 이후 학생운동을 했던 각 대학의 학생회장들이 정치권 러시를 한 반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는 여전히 미약했다는 얘기다. 진보신당이 참여정부의 사회양극화 등을 문제 삼으며 국민참여당에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동시에 유 대표가 지난 2일 당 최고위에서 “많은 인내, 우리부터 마음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1987년 6월과 7∼8월에 한 번 나뉘었고, 이후로 이래저래 나뉘었던 진보개혁 세력의 마음 등 이런 것들을 하나로 모아가는 것이 나누는 것보다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참여당은 진보진영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자당의 통합진보정당의 합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참여당이 진보신당 등 연석회의에 참여한 각 정파의 비토에도 불구하고,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측과 공조하는 것도 대중적 진보정당의 당위성 때문이다.

“국민참여당을 지지하는 정도의 각성된 정치주체 등이 진보통합당에 들어와야 기존의 진보정당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현재의 정치구조가 지속되면, 희망이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학영 시민회의 상임대표)”

한편 친노진영의 좌장 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원탁회의를 통한 야권단일정당 추진에 나설 방침을 확정, 국민참여당의 입지는 상당히 위축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이달 말 진보신당이 당 대회 개최를 통해 연석회의 최종합의문 승인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기 때문에 오는 8월 말까지 국민참여당의 행로가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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