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야권통합③>문재인, 대망론 양날의 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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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야권통합③>문재인, 대망론 양날의 검…왜?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8.04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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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지지율 급등…역할론 넘어 대망론으로…정치권 안팎 관심 집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문 이사장은 지난달 20일 뉴시스와 모노리서치가 공동 조사한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1.8%를 기록하며 손학규 민주당 대표(11.3%)를 제쳤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지지율도 비슷했다. 리얼미터가 7월 넷째 주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손학규 8.7% vs 문재인 8.2%’의 구도를 보이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쳤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이사장의 지지율 추세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모노리서치의 6월 여론조사 결과는‘문재인 8.5% vs 손학규 16.5%’였다. 문 이사장이 전월대비 3.3%의 상승추세를 보인데 반해, 손 대표는 무려 5.2%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문 이사장의 대망론이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지지율의 상승 추세 때문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문 이사장에게 지지부진한 야권통합의 불쏘시개와 박근혜 대항마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망론…‘태풍이냐, 미풍이냐’

문 이사장은 아직 정치권 입문 전이다. 차기 대권 출마와 관련해서도 침묵 내지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대권잠룡들을 위협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문 이사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이 방증된 셈이다. 그의 저서 <운명>이 베스트셀러를 기록 중인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주식 상장 전임에도 불구하고 우량주로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문 이사장의 최대 강점은 ‘신뢰·강직’ 등으로 대변되는 이미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한 결과, 그에게서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문 이사장은 부산경남(PK) 출신이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각각 ‘DJ와 노무현’이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영남표의 분산 때문이었다.

1997년 대선 때는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2002년 때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각각 한나라당의 PK표를 분산시켰다. 지극히 공학적인 표 계산이지만, 결국 2012년 대선 판도도 한나라당의 PK표를 야권이 얼마나 선점할 수 있는냐에 따라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문재인 역할론과 동시에 남부민주벨트라는 대선 승리 전략을 설파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또 그는 새 인물이다. 한국 정치의 특징 중 하나는 대선 때마다 어김없이 부는 ‘새 인물론’이다. 1992년 대선 때는 정주영 국민당 후보, 1997년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 2002년 노무현 민주당 후보, 2007년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등 그간 대선 때마다 ‘제3 인물’의 득표력이 기존의 정치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이 중 ‘정주영 이인제 문국현’ 등이 대선에 실패했고, 노무현만이 집권에 성공했다. 창당을 한 후보는 모두 패했고, 기존의 정당에서 출마한 노무현 후보만이 대선에서 이겼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본지가 <야권통합 가능한가>라는 시리즈로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한 결과, 한결 같은 주장은 바로 ‘문재인 역할론=야권대통합’이었다. 문 이사장이 지리멸렬한 야권대통합을 성사시킨 다음, 민주당 안에서 대권후보로 나선다면 대세론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시소게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미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 새 인물론’ 등은 오히려 문 이사장에게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문재인 바람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나 정치평론가들은 문 이사장의 검증을 문제 삼으며 문재인 경쟁력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기자에게 “문재인 대망론이 불거지는 이유는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는 등 친노진영의 좌장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면서도 “아직 정치권 입문 전이고, 검증이라는 절차가 남아있다”고 선을 그었다.

시민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신뢰감을 주기는 한데, 대권까지는 아직 판단 유보”라는 것이다.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맨 오른쪽).ⓒ뉴시스

마산이 고향인 직장인 이승엽(32·남)씨는 문재인 대망론과 관련해 “문재인 이사장의 인기는 미디어의 힘이 크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PK에 반 한나라당 정서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자연스럽게 PK에 반 박근혜-비 박근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문재인 이사장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대권후보로서는 아직까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심표근 씨(31·남)도 “문재인 이사장이 언론에 떠오르고 있기는 한데…뭐랄까, 아직까지 정치인으로서 리더십 등을 보여준 적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지난 4월 재보선 이후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하락하면서 문재인 이사장이 대안론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권 후보로서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친노 박재호 전 국민체육공단 이사장은 문재인 검증과 관련해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국민들이 하는 것이지, 정치권이 하는 게 아니다”라며 “노무현 대통령도 2002년 당시 대선 때 기득권 층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비토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문 이사장이 야권통합 역할을 넘어 본격적인 정치판에 뛰어들지에 의구심을 던진다. 문 이사장이 권력을 쟁취하려는, 권력의지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정치권에 입문하지 않는 이유도 권력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정치권에 입문한 뒤 PK 지역의 바람을 태풍으로 만드는 진용을 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도 문 이사장의 정치권 입문과 관련해 “본인이 결정할 일”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문 이사장이 원탁회의에 참여한 만큼, 빠르면 추석 이후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 때 민주당이 PK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영남 분열’ 전략을 위해선 문 이사장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문 이사장의 PK 바람이 ‘태풍인지, 미풍인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대세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PK 영향력이 극대화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탄핵정국 속에서도 한나라당은 ‘박근혜 바람’을 통해 PK 지역에서 한 석을 제외하고 모두 석권했다.

문재인의 PK 바람이 태풍으로 전환되기 위한 조건이 이 지점에 있다. 문 이사장이 내년 총선 때 ‘문재인 vs 박근혜’ 라는 방정식에서 이겨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승리시 문재인 바람은 태풍으로, 패배 혹은 정치 외유를 계속 할 경우 문재인 바람은 찻잔 속에 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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