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이미지 돋뵈는 글쓰기
[사색의 窓] 이미지 돋뵈는 글쓰기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6.27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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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마음속에 그림이 그려지면 대체로 좋은 글에 가깝다. 이미지는 그림을 만들고, 그림을 보여준다. 감각을 통해 쓴 글은 구체성을 띠게 되고, 독자는 감각을 통해 이야기에 빠져든다. 잘된 이미지, 잘 쓴 글을 보면 글쓴이가 부럽기도 하다. ⓒ인터넷커뮤니티
마음속에 그림이 그려지면 대체로 좋은 글에 가깝다. 이미지는 그림을 만들고, 그림을 보여준다. 감각을 통해 쓴 글은 구체성을 띠게 되고, 독자는 감각을 통해 이야기에 빠져든다. 잘된 이미지, 잘 쓴 글을 보면 글쓴이가 부럽기도 하다. ⓒ인터넷커뮤니티

전 직장에 입사할 때 치렀던 논술시험이 생각난다. 경력공채인지라 면접만 보면 채용 여부가 결정될 거라 생각했는데, 사전 공지 없이 작문시험을 보는 것이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얼마간의 생각 끝에 이미지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다. ‘신입사원 부모님께 보내는 서신 글을 써라’는 주제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잡고 나니, 글 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결국 면접관의 눈에 띄었고, 입사에 성공했다.

마음속에 그림이 그려지면 대체로 좋은 글에 가깝다. 이미지는 그림을 만들고, 그림을 보여준다. 감각을 통해 쓴 글은 구체성을 띠게 되고, 독자는 감각을 통해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라는 말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 같다. 

책이나 신문 칼럼을 읽을 때 습관처럼 어떤 이미지가 있는지 유심히 살피게 된다. 어떤 글은 이미지가 선명하게 잡히기도 하지만, 어떤 글은 추상적인 언술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잘된 이미지, 잘 쓴 글을 보면 글쓴이가 부럽기도 하다.

이미지는 마음속으로 그려지는 그림이다. 그림이 그려져 구체적인 것이 되면 글 쓰는 게 쉬워진다. 구체적이지 않으면 이해되기 어렵고 전달하기도 어렵다. 물론 찬찬히 읽어 이해할 수도 있으나 독자들이 즉각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오래 두고 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시(詩)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이미지 만들기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시인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표현한다. 이전의 방법이나 내용을 흉내 낸 시라면, 그 작품은 읽을 가치가 없을 것이다. 새로움의 추구, 이는 작가의 숙명인 것은 자명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만드는 사람이 시인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 다 젖으며 피었나니 / 바람과 비에 맞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 ‘흔들리며 피는 꽃’ 

시를 많이 읽으면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산문(散文)에 시를 원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가 만든 이미지를 갖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도 있다. 수필의 경우, 구상 단계에서부터 이미지를 상상하고 시작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미지가 ‘글 씨앗’ 역할을 하는 것이다. 평소 이미지 글을 수집하고 정리해 두면 성공적인 글쓰기로 나아갈 수 있다.  

‘이미지 수집’이라는 목적을 갖고 글을 읽으면 집중이 잘 된다. 그저 책장을 넘기는 독서에서는 얻을 게 많지 않다. 야구선수가 목적 공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듯, 독서도 목표물을 분명히 하면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대중가요를 듣다 보면 이미지가 돋보이는 노랫말이 많다. 몇 분 내로 가사(歌詞)를 전달해야 하기에 그림을 그리듯 노랫말을 쓸 수밖에 없다. 노랫말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데, 대중의 마음이 움직일 리는 없다. 쉽게 이해되는 노랫말, 성공의 요체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 나를 속인 사람보다 니가 더욱 야속하더라 / 한두 번 사랑 땜에 울고 놨더니 / 저만큼 가버린 세월 /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청춘아 너는 어찌 모른 척하고 있느냐 / 나를 버린 사람보다 니가 더욱 무정하더라 / 뜬구름 쫓아가다 돌아봤더니 / 어느새 흘러간 청춘 /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나훈아 노래 ‘고장 난 벽시계’ 
 
이미지가 선명할 때 노랫말은 구체성을 띠게 되고, 대중은 노래에 빠져들게 된다. 아이들의 노래에 구체적인 사물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머리로 받아들이기 전에 감각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노래를 더 많이 찾고 부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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