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줄서라’ 부드러운 트럼프에 국내 재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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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줄서라’ 부드러운 트럼프에 국내 재계 고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7.01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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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재벌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대미 투자를 부드럽게 권유해 재계가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차라리 화웨이 제재 등을 직접 언급하며 강하게 압박했다면 대응하기 더 쉬웠을 것이라는 푸념까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롯데, CJ, 한화, 두산 등 국내 주요 재벌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손경식 CJ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허창수 GS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등이 참석했다. LG그룹에서는 구광모 회장 대신 권영수 부회장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 현대차, SK, 롯데, CJ, 두산 등 기업들이 미국에 많이 투자했고 일자리 창출도 했다.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 총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을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기업들을 찬사와 함께 추켜세우고, 부드럽게 대미 투자를 요청하면서 간담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히려 재계는 고민에 빠진 눈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국내 기업인들에게 '알아서 줄서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방한 바로 직전에 일본에서 미중 무역협상 재개 합의를 한 데다, 판문점 회담이라는 역사적 행사가 열릴 걸 알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국제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왜 거론하겠느냐"며 "국내 기업인에 대한 언중유골이고, 중국에 대한 성동격서라고 본다. 알아서 줄을 서라는 의미다. 간담회에서 총수들에게 발언 기회조차 제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와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시기에 동아시아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 입지가 더욱 굳건해진 미국 정상의 투자 독려는 국내 기업인들에게 부담 그 자체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로 인해 투자금 마련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차라리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라는 식으로 강하게 압박했다면 대응하기 쉬웠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손경식 CJ 회장은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10억 달러 정도를 미국에 추가로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대미) 추가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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