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광폭행보가 정치권에 던진 숙제…‘집토끼 딜레마 ’
트럼프 광폭행보가 정치권에 던진 숙제…‘집토끼 딜레마 ’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7.01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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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전통적 지지층 어찌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1일 보도했다. ⓒ뉴시스=노동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광폭행보가 정치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달 30일 예상 밖 북미대화 성사에 정당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진은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노동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광폭행보가 정치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달 30일 예상 밖 북미대화 성사에 이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야, 보수·진보 진영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같은 숙제를 풀게 된 모양새다. 소위 '집토끼'라 불리는 전통적 지지층 일부가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손 내밀기'에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북미회담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속에 성사된 이번 회담이 최근 하락세였던 정부여당의 지지율 반등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실 당직자는 1일 기자와 만나 "TV로 보면서 환호성을 질렀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통적 진보 지지층의 '반(反) 트럼프 목소리가 신경쓰인다.

민주노총은 지난 29일 서울광장에서 'No 트럼프'라고 적힌 노란 팻말을 흔들며 반미시위를 열며 정부에 항의했다. 김명환 위원장을 중심으로, "내정간섭, 대북제재 중단"등의 구호를 외쳤고 "트럼프는 대북제재 존속과 강화로 남과 북의 협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30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 몇몇 진보 단체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앞과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 하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민주당의 핵심당직자는 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우리를 지지했던 이들 중 아주 일부다. 우리 대다수 지지층을 대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민주노총의 행보가 여러모로 정부여당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최소한 한반도평화정책에 대해선 비난 대신 상식선에서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등 보수정당도 트럼프 대통령의 광폭행보를 겉으로는 반기지만 불편한 기색이다. 한국당은 30일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 2년여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이 형식적인 것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하며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한국당의 한 당직자도 1일 "김정은보다 더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이 트럼프인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며, "민생문제, 경제문제 등 여러 이슈가 '깜짝 북미회담'으로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곤란한 것은 한국당과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다. 한미동맹을 강조해온 보수층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힘을 싣는 광폭행보를 보이자 혼란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도 함께 혼란에 빠졌다. 어떤 노선을 선택해야 '보수 코어 지지층'을 붙잡을 수 있을지가 고심이다. 한국당으로서는 '전략 변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의 또 다른 중진의원실 당직자는 1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전략을 완전히 경제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성조기를 흔드는 태극기부대에 맞춰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너무 종북몰이 하듯 정부여당을 비판해오다 보니 이럴 때 곤란해 지는 것"이라고 자조했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환영 집회를 여는 한편으로, 광화문에 설치했던 천막당사를 잠시 철수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한미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서울시당의 한 관계자는 1일 "반북친미가 그분들(태극기부대, 우리공화당) 구호라고 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저렇게 북한에 손을 뻗으니 난감들 했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한 관계자는 같은 날 통화에서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학계의 한 학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낡은 이분법 정치가 아직 남아있어서 생기는 딜레마라고 본다. 친미, 혹은 반미중 하나가 절대적인 정의일 리 없고, 북한에 대한 인식도 이젠 탈이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정책적 사안별로 냉정하게 자신의 지지 정당을 선택하면 되는데, 패거리정치나 지역주의, 이념문제 등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이라고 본다. 정당들도 자꾸 자신의 집토끼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토끼들이 모여들도록 '중심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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