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이어 톨게이트까지…정부, 4차산업혁명 갈등 방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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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이어 톨게이트까지…정부, 4차산업혁명 갈등 방관하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7.03 15: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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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동화 부작용, 서두르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본지가 타워크레인 파업 대란의 본질은 4차 산업혁명 갈등에 있으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한지 불과 1달 만에 또다시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대규모 사회적 갈등이 빚어졌다(관련기사: [크레인 파업 대란] 본질은 4차산업혁명 갈등…‘빙산의 일각’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857).

업계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부터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등에서 고공농성과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또한 3일부터는 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에 함께했다.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이 광장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다른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은 오래 전부터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 왔다. 이는 사법부의 판단이기도 하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에서 모두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불법파견된 상태인 데다, 사실상 한국도로공사 관리·감독 아래에 있기 때문에 한국도로공사 직원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이 같은 판결을 무시하고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에게 자회사 소속으로의 전환을 강요했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들과의 계약을 지난 1일부로 종료했다. 이로 인해 1400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집단해고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 노조원들이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에서 농성 중이다 ⓒ 뉴시스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 노조원들이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에서 농성 중이다 ⓒ 뉴시스

하지만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지위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측면에서 다른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과 괴리가 있다. '하이패스'가 설치되면서 이들의 노동의 가치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여러 산업현장에서 자동화 물결이 거세지면서 한국도로공사 역시 하이패스 전용 나들목 적용을 확대·증설하는 등 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고, '톨게이트 수납원'이라는 직업의 소멸이 가시화되기 이르렀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는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이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요금 수납 업무를 제외하고 도로정비 등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 현장관리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 이상 톨게이트 수납원은 필요없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달 타워크레인 노조의 무기한 총파업 사태와 무척 흡사하다. 당시 핵심 쟁점이었던 소형 타워크레인은 무게 3t 미만의 소형 크레인으로 조종석이 없이도 리모컨으로 작동 가능한 기계다. 특히 숙달된 타워크레인 기사가 아니라도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현장에 있는 인력 누구나 크레인을 조종할 수 있어 인건비 절약과 공기 단축을 위해 최근 많은 건설사들이 이용 중이다. 무인장비들이 도입되면서 현장 노동자들이 설 자리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역행한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거지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순 있다. 자동화로 인한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다스릴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사회적 기구를 조성하는 동시에, 사회안전망 구축과 직업교육 등 중장기적 플랜을 가동해야 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적 갈등 없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현장 노동자들의 지위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등 시간을 벌어주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현 정권은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 수립 없이 그저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것 같다.

타워크레인 파업과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의 궐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미 다양한 산업현장에 자동화 설비가 상당 부분 적용돼 노동자가 기계에 의해 대체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공장, 현대자동차의 자동차공장 등 대형 사업장에서 이와 비슷한 대규모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이미 걷잡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제조업 혁신을 이루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추진 과정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기본 기조를 잊지 않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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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몬 2019-07-04 09:56:20
4차산업과 자동화설비등을 소형무인타워와 비교를 하는건 니 맘이나 뭘좀 제대로 알고 글을쓰시죠.20시간 교육받고 크레인을 움직이는게 사람인데 자동화와 시대의 흐름이니? 웃기지도 않는군.비교를 톨게이트직원과 비교하고.. 어이가 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