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야권통합④>이정희, 유시민 끌어안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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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야권통합④>이정희, 유시민 끌어안기…왜?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8.0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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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유시민, 진보신당 당 대회 앞두고 또다시 공조 행보…정치적 함의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추진하는 통합진보정당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민참여당과 민노당 간의 공조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등에 따르면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국민 공개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하며 지난 5·31 연석회의 합의의 의미와 이행책임 등에 대해 토론한다.

또 이들은 오는 9일 오후 7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두 사람의 대담집인 ‘미래의 진보’ 출간 기념회 후속 행사인 북 콘서트를 개최한다. 지난 3월 이정희-유시민의 공개 토크쇼 이후 이들의 행보가 5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 26일 진보신당 당 대회를 앞두고 <미래의 진보> 출간과 출판기념회 계획을 발표하며 진보신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던 이 대표와 유 대표가 또다시 진보신당의 당 대회를 앞두고 공조 행보를 시작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진보신당은 이달 말경 당 대회를 통해 지난 6·27 당 대회 때 미뤄졌던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에 대한 의결 여부를 결정한다. 이 대표와 유 대표의 광폭 행보가 진보신당 당 대회 의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5일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이하 새통추) 회의에서 국민참여당 합류 여부에 대한 이견 차를 확인한 가운데, 이 대표가 진보신당 측에 진보대통합 협상 시한을 통보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이때부터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와 민노당 당권파가 진보신당과의 통합 논의를 파기하기 위한 행보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종의 이 대표와 민노당 당권파의 통합 파기가 미필적 고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왼쪽)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뉴시스

하지만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 측은 이 같은 추측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진보대통합 토론회와 북 콘서트 등은 양당이 주체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예정된 일정이라는 것이다. 이광철 국민참여당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기자에게 “북 콘서트는 북 콘서트이고 통합진보정당 건설은 통합진보정당 건설이지, 양자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전날(7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대한문 앞에서 단식 중인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을 방문,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합류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도 역시 양측의 입장만 확인한 채 의견을 좁히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노 당권파, 왜 유시민을 원하나?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의 당대 당 통합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5월이다. 지난 5월 20일 민주당 친노인 백원우 의원이 제기한 ‘민노-참여’ 간의 통합설은 유 대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가 끝난 뒤 트위터에 남긴 “저도 이제 제게 주어진 길을 가야겠지요”라는 말과 맞물려 일어나면서 여의도 정가에 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 대표 등 민노당 당권파가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내건 국민참여당에 유화적인 시그널을 보내면서 ‘이정희-유시민’ 의 공조가 시작됐다. 그러자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즉각 “부부가 재결합하려는데 유랑극단 3류 가수가 추파를 던지고 있다”며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이후 진보신당 측은 “민노당은 진보신당인지, 국민참여당인지 선택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통합진보정당의 핵심 주체였던 진보신당 측에서는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고 있다”는 심리적인 반발심이 존재했다. 통합파로 알려진 진보신당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한다”며 당초 진보대통합과 관련해 통합파 vs 독자파의 구도가 민노 통합파 vs 민노-참여 통합파 vs 단일 독자파 등으로 세분화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통합진보정당을 내걸었던 진보신당이 더 극한 정파적 대립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왜 한때 같은 정당이었던 진보신당이 분파되는 상황 속에서 국민참여당 끌어안기를 멈추지 않는 것일까. 민노당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인 야권연대를 가시화시켜 야권 중 가장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독자노선을 고수했던 진보신당은 서울시장에서 ‘노회찬 패배’, 경기지사에서 ‘심상정 중도사퇴’ 등 거듭 악재가 발행하며 사실상 참패를 당했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왼쪽)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뉴시스

민노당이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를 주도하는 명분은 반MB연대를 통한 정권교체에 있으나, 속내는 실익 추구를 위한 행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비민주 연대라는 야권연대  방안을 내걸었던 유 대표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다만 민노-진보-참여 등의 3자 연대가 더 높은 수준의 연대방식인 통합으로 전환됐을 뿐이다.

지난 4월 재보선 이후 유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아직까지는 야권의 유력한 잠룡이다. 대통령제를 표방하는 한국 정치의 권력구도상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당과 대권주자가 있는 당의 영향력은 극과 극이다. 민노당 내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유시민 끌어안기’를 통해 차기 총대선 때 진보진영의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같은 민노당의 전략은 국민참여당의 총대선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 유 대표는 대표적인 비민주 연대론자다. 유 대표는 올 초부터 민주당을 제외한 소수정당이 연대 혹은 연합을 통해 민주당과 1:1로 맞붙어야 한다는, 비민주 연대를 주장했다.

다만 유 대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역 31개의 기초단체 중 19곳을 승리하고도 끝내 경지지사 선거에서 패했다. 후보단일화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다. 지난 4월 김해 선거도 마찬가지다. 약한 조직으로 인한 본선 경쟁력 약화라는 딜레마에 빠진 유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조직이다. 유 대표가 진보신당보다는 민주노총이라는 확실한 조직을 갖춘 민노당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하는 이유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또 ‘민노-참여-진보’ 혹은 ‘민노-참여’ 등의 진보정당이 탄생할 경우 2012년 총선에서 좀 더 많은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이들의 공조 가능성 중 하나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 대표는 차기 총선 때 관악을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했다. 유 대표가 2012년까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비슷한 지지율을 유지할 경우 통합진보정당은 민주당에 더 많은 총선 지분을 압박할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민주당이 그간 야권통합론에 소극적인 이유도 손 대표의 지지율이 극대화되고 있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민주당이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연일 띄우는 것도 ‘문재인 역할론’을 통해 소수정당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야권잠룡들의 지지율이 높을수록, 반대로 소수정당의 총선 지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이정희-유시민 공조는 총선 지분 확보와 대선에서의 민주연립정부 수립을 통한 진보정당의 외연확보에 있는 셈이다. 다만 문재인 이사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친노 원로그룹이 최근 야권대통합을 위한 원탁회의를 여는 등 민주당發 빅텐트론을 지지하고 있어 당분간 민주당과 소수정당 간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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