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 전방위 민간외교 펼치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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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 전방위 민간외교 펼치는 재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7.08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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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 아무리 날고 기어도 외교·정치적 사안 한계 있어…文정부 적극 나서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재계을 대표하는 재벌 대기업 총수, 경제단체들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차원 외교에 나서고 있다 ⓒ 시사오늘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재벌 대기업 총수, 경제단체들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차원 외교에 나서고 있다 ⓒ 시사오늘

국내 재계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전방위적 민간 차원 외교활동에 나선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에 나선 시 3일 만에 일본으로 떠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회장의 일본 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현지 기업인들을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조언을 듣고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 본인이 직접 나서길 꺼리는 이 부회장이 급하게 일본 출장길에 오른 건 그만큼 사안이 시급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더욱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와의 주요 그룹 총수 회동에도 불참한 채 나선 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본격화한 지난 1일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에칭가스, 고순도 불화수소 등 소재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즉시 일본, 대만 등에 구매팀을 파견했지만 확보한 물량은 일주일 분에 불과했다.

일본의 추가 보복 가능성을 엿보고자 현지 분위기 파악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방일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사안이 아니라 외교적인, 특히 선거를 앞둔 양국의 정치공학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더욱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현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전망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청와대 주요 그룹 총수 회동 대신 일본 출장길을 택했다. 롯데그룹과 그 총수일가 특성상 신 회장의 경우 일본 정재계 핵심 관계자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롯데 대표로서 현지 경영현안을 경청하기 위해 출창길에 올랐다는 게 롯데그룹의 공식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이번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더욱이 롯데그룹은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업체다. 신 회장이나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양국 간 갈등이 빨리 해소돼야 보다 안정적인 경영을 모색할 수 있는 셈이다.

경제단체 차원의 민간외교도 진행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2019 한중일 기업가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중일 3국 기업인들이 혁신산업 관련 기업전략을 논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생각이 열려있는 젊은 기업인들이 모인 행사인 만큼, 이번 사태의 꼬인 실타래를 밑에서부터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서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한 발 앞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달 26일 '기업에서 바라본 한일관계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과 일본 경제협력 관계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정치적 환경이 어려웠을 때도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와 경제인들의 우호친선 관계는 항상 공고히 유지됐다"며 "양국 경제인들과 기업들이 양국 관계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같은 자리에서 아키요시 요시로 동우화인켐 대표이사는 "정치와 경제를 별개로 인식해 변함없이 고객사들을 응대하고 있으며,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의 개정 법률을 준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처럼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재계의 민간외교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만 사태의 발단 자체가 경제인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외교적·정치적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기업인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이나 경제단체가 아무리 팔을 걷고 나서면 뭐하느냐. 그래봤자 우리는 장사꾼에 불과하다. 양국 관계가 이렇게 되기 전에 정부는 도대체 뭘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아베 신조 총리가 참의원 선거 때문에 경제보복에 나선 것이라고 마냥 방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내년 총선에 앞서 이번 사안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 않느냐. 치고 박고 하기 전에 정부나 국회에서 외교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게 먼저 아니냐. 평소 미래지향적 친일을 주장했던 정치인들 다 어디에 숨었는지 안 보인다. 서로 비판하기만 바쁘다"며 "그러는 사이 일본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계는 다 죽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일 청와대에서 주요 30개 기업과 간담회를 열고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관련 대책을 논의한다. 이번 행사에는 재벌 대기업 총수들과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간담회 전에 일본에서 귀국해 얼굴을 비출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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