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칼럼> '아리송과 어물쩡', 반복된 청문회 악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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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칼럼> '아리송과 어물쩡', 반복된 청문회 악습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1.08.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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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답답한 인사청문회를 보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동성 자유기고가)

지난주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된데 이어, 이번 주에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 절차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법치주의를 내세운 국가라는 점에서 두 법조 라인에 대한 인사 검증은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두 법조인에 대한 청문회는 여러 아쉬움을 남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는 우선, 청문회 기간에 드러난 여러 의혹에도 불구, 하나 같이 국민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상대 후보자의 경우 후보자 본인의 병역문제가 주요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병역 면제의 이유가 됐던 디스크 발병 원인과 그리고 치료과정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아리송한 답변이 이어졌다. 

또 특정 재벌기업으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진 '고급 승용차 논란'은 지난해 정국의 쟁점이 됐던 이른바 '스폰서 검사 의혹 사건'과 연관돼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여기에 더해 한 후보자의 세금탈루 의혹이나 부동산 매매, 비상장주 주식 매입 의혹 등에 대해서도 각종 의혹이 오갔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은 없었다. 

사정은 최근 실시된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마찬가지다. 특히, 권 후보자는 장남의 병역이 주요 논란거리가 됐는데, 서울대 재학 중 공익근무를 위해 주소지를 이전했다는 것.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공익)근무의 편의를 위해 주소지를 옮긴 점은 유감이다"면서도 "(아들이)서울대 인근(관악구 봉천동)에서 3개월간 살았고, 하등의 편법이나 특혜·탈법이 없이 산업기능요원으로 성실히 근무했다"고 밝혀 위법 사실이 없음을 강조했다. 

또 권 후보자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편향된 법 적용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는데 이는 그가, 최근까지 청와대 민정 수석을 지낼 만큼, 이 대통령의 측근인사라는 이유에서다. 

국회는 이들 두 사람에 대한 청문회를 통해, 만들어진 인사보고서 채택을 두고 다시한번 시각차를 드러내며 날카로운 갈등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행 여야의 대립구도에서는 자연스런 과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 정파를 떠나 이번 청문회를 지켜보는 일각의 시선은 여전히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는 먼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두 사람의 인사 청문회가 '예상했던 대로, 과거 청문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욱 이들에게서 제기된 의혹도 지난 청문회에서 드러난 다른 후보자들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공직사회의 도덕 불감증이 어디까지 뻗어있나'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 

단발성, 폭로성 의원들의 '한건주의'도 재차 문제로 거론된다. 후보자의 비위 사실에 대해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인기영합적 작태'도 군데군데 드러난 것. 하지만 무엇 보다 두 후보자의 어정쩡한 답변 태도는 이들에게 국정의 중책을 맡길 수 있겠느냐라는 의문마저 던진다. 

청문회에 나선 의원들의 질의와 태도와 후보자들의 답변이 모두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더러 의혹 가운데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비로소 확인되는 것들도 상당하다.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혀내자는 식의 발상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제기된 의혹만이라도 그 자리에서 밝혀져야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한다. 

국민들이 보고 있으니 존재감을 각인하자라는 식의 질의 태도나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답변 태도는 국민들에게 도리어 정치 혐오만을 되살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국회, 후보자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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