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약자 중의 약자…범죄피해자 64% 가정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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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 약자 중의 약자…범죄피해자 64% 가정폭력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7.09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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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범죄 가해자 4명 중 1명은 남편
결혼이주자 범죄 피해자 64% 가정폭력
가정폭력 결혼이주자 심리치료 20%이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남편에게 맞은 것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내 가족을 지키고 싶었고, 그래서 남편이 시키는 대로 다 했다. 손빨래를 하라고 하면 손빨래를 하고, 세탁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고, 온수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냉수를 사용했다. 뭐든지 남편이 시키는 대로 따르려고 했다.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엮음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p.63

한국인 남편 A씨(36)가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을 폭행하는 짧은 영상이 지난 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의 여론을 들끓게 했다. 이후 8일 A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며 “이에 대해 신경써달라”고 말했다.

8일 A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고 말했다.ⓒ뉴시스
8일 A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고 말했다.ⓒ뉴시스

각 범죄별로 담당하는 주무부서가 다르다. 그 중 가정폭력을 담당하는 부서는 여성가족부다. 여성가족부는 2010년부터 3년에 한 번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담당 부서인 여성가족부조차 결혼 이주여성의 가정폭력에 대해 별도로 특정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의 관계자는 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결혼 이주여성의 표본이 적기 때문에 빠진 것 같다”며 “각 나라마다 언어도 다르고 한글을 아는 사람도 적기 때문에, 글을 아는 이주여성에게만 한정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공식적 실태조사는 2010년에 머물러 있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결혼 이주가정의 부부폭력 발생률은 69.1%에 달한다는 것이 전부다.

이에 <시사오늘>은 9일 2015년과 2016년 2년간 전국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범피센터) 59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결혼 이주여성의 가정폭력의 자세한 실태를 살펴봤다.

이주여성 범죄피해자 64.0%는 가정폭력 피해자

외국인 범죄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외국인 범죄피해자 지원 형황 및 개선방안 연구〉, 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외국인 범죄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외국인 범죄피해자 지원 형황 및 개선방안 연구〉, 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범피센터가 지원한 사례 중 외국인 범죄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모르는 사람(32.2%)에 이어 남편(25.3%)이 두 번째로 높다. 

이와 관련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외국인 범죄피해자 지원 형황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가해자가 남편인 경우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외국인 범죄피해자 중에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 범죄피해자의 피해 범죄유형(좌 : 전체 외국인 범죄피해자 기준, 우 : 결혼 이주여성 기준)ⓒ〈외국인 범죄피해자 지원 형황 및 개선방안 연구〉, 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외국인 범죄피해자의 피해 범죄유형(좌 : 전체 외국인 범죄피해자 기준, 우 : 결혼 이주여성 기준)ⓒ〈외국인 범죄피해자 지원 형황 및 개선방안 연구〉, 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실제로 같은 시기의 외국인 범죄피해자 전체와 그 중 결혼 이주에 따른 피해 범죄유형을 살펴보면, 외국인 범죄피해자 전체의 가정폭력은 20.7%로 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꼴이다. 반면 결혼 이주여성의 경우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가 64.0%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당시 범피센터에 가정폭력으로 지원을 요청한 전체 18명의 외국인 범죄피해자 중 16명이 결혼 이주여성이었다는 사실은,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범죄피해자의 심리치료 여부(좌 : 가정폭력 피해자 기준, 우 : 결혼 이주여성 기준)ⓒ〈외국인 범죄피해자 지원 형황 및 개선방안 연구〉, 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범죄피해자의 심리치료 여부(좌 : 가정폭력 피해자 기준, 우 : 결혼 이주여성 기준)ⓒ〈외국인 범죄피해자 지원 형황 및 개선방안 연구〉, 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외국인 범죄피해자 지원 형황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성폭력이나 가정폭력범죄의 경우에는 신체적 피해정도와는 별도로 정신적 피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정신적 피해의 크기와는 달리 심리치료를 받는 피해자는 드물었다. 당시 가정폭력 범죄에 따른 심리치료 여부와 결혼 이주여성의 심리치료 여부를 살펴보면, 20% 이하의 피해자들만 심리치료를 받았다.

여성가족부 산하 센터와 범피센터의 차이는?

여성가족부 산하에는 결혼 이주여성을 포함한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센터들이 마련됐다. 대표적으로 다누리콜센터의 경우 가정폭력의 피해를 받은 결혼 이주여성에게 직업교육이나, 무료 법률 상담 등과 같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범죄피해자지원센터(범피센터)의 경우 강력범죄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다. 이와 관련 헌법 제30조는 범죄 피해자 청구권에 대한 것으로,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 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범피센터의 한 관계자는 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결혼 이주여성의 피해는 가정폭력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현실적으로 지원받는 경우는 적다”며 “왜냐하면 피해자를 위한 경제적 지원금이 가해자에게 귀속되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이혼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조건이 맞다면 범피센터에서 경제적 지원이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가정폭력을 다루고 있는 여성가족부 산하의 연계 기관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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