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 알맹이 빠진 靑 간담회…이재용·신동빈 불참, 전경련 패싱
[일본 경제보복] 알맹이 빠진 靑 간담회…이재용·신동빈 불참, 전경련 패싱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7.1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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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삼성 이재용·인맥부자 롯데 신동빈·대일외교 창구 전경련 없는 간담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국내 재벌 대기업 총수들과 경제단체를 청와대에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 핵심 당사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일본 인맥부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간담회에 불참했고, 재계에서 일본통으로 분류되는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아예 초청 명단에서 빠져 알맹이가 없는 보여주기식 행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날 간담회에는 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등 정부 고위 인사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대기업 30개사 총수·CEO, 주요 경제단체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겠다.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화답해주길 바란다"며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하고 아무 근거도 없이 대북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건 양국 협력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이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재계 측 참석자들에게 "주력산업의 핵심기술, 핵심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정 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국산화 관련 예산을 늘리고 가용자금을 총동원하겠다"며 청와대-경제부총리-주요 그룹 CEO 간 핫라인 구축, 범정부지원체제 상호협력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문 대통령이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기업의 고충을 듣고 현실적인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문 대통령이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기업의 고충을 듣고 현실적인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 뉴시스

이번 간담회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가운데 청와대가 주도한 자리에서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교환하는 등 상호협력 속에서 대책을 모색했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날 행사는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의 일방적 발언은 최소화됐으며, 주로 기업인들이 질문과 건의를 하면 정부가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울러, 일본 정부에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이번 경제보복 조치에 연루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참의원 선거 등 정치공학적인 계산으로 한일관계를 흐리고 있다는 식의 비판여론이 일본 내에서도 서서히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정부와 힘을 모았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그 비판여론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알맹이가 빠진 간담회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사안의 핵심 당사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내 대기업 총수 중 가장 많은 일본 정재계 인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일본 출장 일정으로 간담회에 불참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의 간담회 불참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면서도, 동시에 청와대와 재계의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며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아무리 상황이 안 좋더라도 굳이 그룹 총수가 현지에 오래 머물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 구체적인 일정이 공개되지 않아 추측밖에 할 수 없지만 아마 현 정권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한 청와대가 주요 경제단체 중 전경련만 초청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이번 간담회에 GS그룹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전경련은 일본의 전경련인 게이다렌과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경제단체로 국내 재계의 대일 민간외교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오는 22일에는 '2019 한중일 기업가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한중일 3국의 젊은 기업인들이 모인 행사인 만큼, 이번 사태의 꼬인 실타래를 밑에서부터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영향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전경련을 적폐로 규정한 점, 그 이후 계속 전경련을 패싱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럼에도 아쉬움이 있다. 전경련을 공식적으로 초청하면서 대외 악재에는, 경제위기에는 편을 가를 것 없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중심에 현 정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외계인이 쳐들어오는데 우리끼리 계속 감정전을 펼칠 셈인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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