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답이 될 수 없다
분양가 상한제, 답이 될 수 없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7.11 18:4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집에 대한 패러다임 바꾸는 중장기 대책부터 마련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형평성'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적폐 청산과 공정경제 기조 아래 공급자가 절대우위에 있는 왜곡된 주택시장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집값 안정화 효과를 꾀하는 전략을 택했다. 자산 과세 형평성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던 종합부동산세·보유세 개편, 투기세력을 절대악으로 규정했던 금융규제, 수요자 지위 강화를 위한 공공부문 후분양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과정에서 정치공학적으로 민감한 구호인 '집값 하락'을 직접적으로 앞세우는 일은 최대한 피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그 연속선상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일종의 최고가격제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중심으로 실수요자에 비해 지배적인 지위에 있는 공급자(건설사·조합)들이 높은 가격을 책정해 전체 집값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는 공급자 이익을 감소시키는 대신 수요자 편익을 늘리는, 궁극적으로는 수요자의 지위를 끌어올려 주택시장 내 형평성을 강화시키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형평성에 무게를 둔 부동산대책이 거듭 시행되면서 혹자들은 현 정권이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성토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결과가 너무 좋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19대 대선 직전인 2017년 4월 6억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2019년 4월 8억2500만 원으로, 2년 만에 40% 가까이 상승했다. 정부가 형평성에만 치중해 시장에 개입하다보니 주택시장 내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시장경제는 제발 시장에 맡겨달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비판이라는 측면에서 마냥 타당하지만은 않다. 또한 주택시장 내 각종 규제를 풀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했던 과거 정권의 부동산대책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부산 영산대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노무현 정부 때 15.91%로 가장 높았고, 이어 박근혜 정부 8.25%, 이명박 정부 7.98%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세가격 상승률은 박근혜 정부가 18.16%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이명박 정부 17.90%, 노무현 정부 2.26% 순으로 집계됐다. 집값이 폭등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였지만, 시장 내 수요자 지위가 폭락한 시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였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형평성 강화 부동산대책을 펼치는 문재인 정부, 그리고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반발하는 비판론자, 양쪽 모두 현재 주택시장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인식을 함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양쪽의 주장대로 역대 정권에서 각기 다른 부동산대책을 펼쳤지만 결과는 비슷했다는 것도 서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대상은 단순 방법론이 아니라, 왜 같은 결과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탐구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일본 경제보복 관련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한국 경제의 문제점 중 하나가 자본이 늙어간다는 것이다. 돈이 너무 안정적인 분야에만 몰린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안정적인 분야'는 부동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양에 그리스·로마신화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다. 한 번 치솟은 집값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한결같은 우상향의 흐름 속에서 집은 돈을 낳았고, 돈은 다시 집을 낳았으며, 그리고 집은 권력마저 낳았다. 이를 목격한 사람들에게 부동산시장은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인됐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증폭됐다.

그 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2017년 귀속 양도소득과 금융소득'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불로소득 규모는 부동산 양도차익 약 84조8000억 원, 주식 양도차익 17조4000억 원, 배당소득 약 19조6000억 원, 이자소득 약 13조8000억 원 등 136조 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부동산 양도차익은 상위 1%가 23%, 상위 10%가 63%를 가져간 반면, 하위 50%는 5%를 가져가는 데에 그쳤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사회에서 집이란 '사는'(live) 것이 아니라 '사는'(buy) 게 됐다. 규제를 강화하면 오히려 집값이 뛰고, 규제를 풀면 공급자 절대우위 주택시장의 왜곡된 구조가 더욱 굳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 같은 집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형평성 강화 부동산대책을 펼치는 문재인 정부, 그리고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반발하는 비판론자, 양쪽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주택시장 내 문제의 해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주택시장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인됐는데 정부가 신규물량 분양가에 최고가격을 설정한다고 해서 과연 집값이 잡힐까. 경기침체로 마땅히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재건축·재개발 시장 내 공급자들은 비록 이전보다 수익이 적어도 지배적인 지위에서 주택 공급을 이어갈 것이다. 수요자들은 '로또 아파트'를 노리며 제2, 제3 금융권을 찾을 공산이 크다. 나아가 최악의 경우 이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 현상과 맞물리면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국가경제를 파탄 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제도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집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장기 대책(실질적 국가균형발전, 토지 공개념, 비주거형 집합건물 외 다주택 보유 원천 금지 등)이 선행 또는 병행되지 않는다면 분양가 상한제는 되레 집값 폭등의 기폭제로 작용할 소지가 상당해 보인다. 정책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시행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어떤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도훈 2019-07-11 20:17:05
토지공개념은 더 큰 이념의 논란이 있고 ,주거형 다주택원천금지는 법으로 제정되어야 하는바 ,당신이 말한 대안은 분양가상한제보다 더 현실성이 없거나 실현불가능한 방법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