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퍼펙트 스톰’ 휘몰아치는 삼성전자, 위기탈출 ‘넘버 원’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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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퍼펙트 스톰’ 휘몰아치는 삼성전자, 위기탈출 ‘넘버 원’ 해법은?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9.07.14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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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악재로 경제정책 방향 선회 불가피… 국가경제 총체적 난국
삼성전자,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 수출 규제에 미래 성장 발목 잡혀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의혹’ 명확히 규명하되 임직원 사기 생각해야
이재용 부회장, 일본 출장 마치고 귀국… 방일 성과에 정부 측도 관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놓아줘야 할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기범 기자]

여러 국내외 악재가 겹쳐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연결기준으로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의 올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매출은 4.24%, 영업이익은 56.29% 감소한 액수다.(사진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 ⓒ 뉴시스
여러 국내외 악재가 겹쳐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연결기준으로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의 올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매출은 4.24%, 영업이익은 56.29% 감소한 액수다.(사진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 ⓒ 뉴시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볼프강 페터슨이 연출하고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20년 전 재난영화 제목이 아니다.

‘복수의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절체절명의 초대형 경제위기가 초래되는 상황’을 초강력 폭풍에 빗대 표현했다. 

원래 위력이 세지 않은 둘 이상의 태풍이 충돌해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뜻하는 기상용어였지만, 보다 널리 알려진 것은 2011년 7월.

이미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뉴욕대 교수가 미국경제의 이중침체(double dip), 유럽 경제위기, 중국경제 경착륙 등 악재들이 겹쳐 늦어도 2013년까지 세계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한 이후 일반적 경제용어가 됐다.

하지만 그 파급력은 1991년 미국 동부 해안을 강타한 태풍을 그린 동명영화의 참혹함 그 이상이다.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태풍 못지않게, 수많은 이들의 생사가 국가경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불경기와 맞물려 생존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자영업자가 사지(死地)로 내몰리고, 청년 실업자는 늘고 있다. 여기에 동맹을 자처했던 미국과 일본마저 정치·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 중반대로 낮췄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훨씬 엄혹하게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선 작년 10.9%보다 8.03%나 낮아진 2.87%의 최저임금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대한민국 경제 형편이 여러 가지로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가야 할 경제사회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소 속도 조절과 방향 조절 같은 것들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워 방향 선회가 불가피하단 사실을 현 정부도 자인한 셈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가 줄기차게 내세웠던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실현 공약은 요원해졌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런저런 악재가 겹친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다.

그 퍼펙트 스톰의 징후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현 상황에서 명징해진다.

바로 자타가 공인하는 반도체·스마트폰 글로벌 ‘넘버 원’ 삼성전자다.

 

◇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 퍼펙트 스톰 몰아치는 글로벌 ‘넘버 원’

지난 4월 30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앞줄 한 가운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왼쪽에서 첫째)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4월 30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앞줄 한 가운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왼쪽에서 첫째)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현재 재계 안팎에서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삼성 위기론’은 허투루 넘길 수 없다. 바로 우리 미래 먹거리의 단면과 방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연결기준으로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의 올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전기 대비 다소 나아진 성적이었지만, 실상은 초라했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매출은 4.24%, 영업이익은 56.29% 줄었다.

1년 전에 비해 반도체에서만 8조원 넘는 영업이익이 빠졌다는 평가다. 지속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주원인이었다. 기대했던 갤럭시 S10은 맘먹은 대로 터지지 않았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은 반도체를 중국에, 완제품은 미국에 수출하는 삼성전자를 고래 싸움 틈바구니에서 등터지는 ‘새우’ 신세로 만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 조치는 삼성전자 목을 옥죄고 있다. 양국 간 공방은 차치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전 세계 메모리 칩 공급을 위협하고 있다”는 미국 CNN 보도는 의미심장하다. 

메모리 칩과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불소화 폴리아미드(fluorinated polyamides), 포토리지스트(photoresists), 불화수소(hydrogen fluoride) 수출 규제는 5G와 시스템반도체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삼성전자 앞날을 끊어버릴 수 있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의 라이벌이자 비메모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최고실적을 냈다.

지난달 3조245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2% 늘었고, 올해 가장 좋은 실적이다. 삼성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 4월 30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2030년까지 133조원을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예상치 못한 사태였다. 당시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찬사는 또 다른 민관협력의 롤 모델을 제시하는 듯했다.

대통령까지 나선 지원 약속은 정부 미래 비전을 가장 빠르고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국가 인증을 삼성에게 내준 격이었다. 이는 삼성은 물론, 전 국민에게도 커다란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다시 한 번 경제발전 토대를 이룰 수 있다는 새 희망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 ‘정신적 감옥’ 속 삼성 임직원… 최소한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돼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옥 ⓒ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옥 ⓒ 삼성바이오로직스

그러나 7월 현재 ‘미래 비전’ 실현은커녕, 삼성은 시계제로 상태에서 ‘태풍의 눈’ 한 가운데에 빠진 ‘일엽편주’(一葉片舟)의 모양새다.

정작 국내외 온갖 악재 중에서도 삼성의 발목을 잡는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된 검찰 수사다.

지난해 2월부터 검찰은 삼성전자 본사를 비롯한 삼성바이오 등 계열사 압수수색을 수십 차례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 임직원 8명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했다. 김태한 대표 등 삼성바이오 임직원들은 잇달아 소환돼 조사 중이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전기계열사의 미래 사업을 책임지는 사업지원 테스크포스(TF) 소속 임원도 소환되며 2명이 구속됐다. 사업지원 TF는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경쟁력 중에 최고로 손꼽히는 것은 특유의 탄탄한 조직력이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오너를 중심으로 전문경영인들로 구성된 유기적 조직이 움직이며 계열사 역량을 결집시켰다.

그러나 사정당국의 삼성 경영층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으로 인해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은커녕, 주요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요한 시기 삼성의 온 조직이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 한 마당에 정부나 언론의 지원은 고사하고, ‘골든 타임’을 놓치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에 대한 현 정부의 육성·지원 약속과는 다소 유리된 모습이다. 정부가 이미 인정한 삼성 미래 사업의 성과와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더욱 그렇다. 정부 지원 약속에 대한 아쉬움과 의구심이 묻어 나오는 이유다.

삼성바이오 수사의 본질이 그 중심선상에 있다. ‘분식 회계 의혹’은 어느덧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분식’으로 규정지어졌다. 현 수사의 핵심 사안도 결국 승계 관련 여부다.

문제는 ‘분식 여부’에 대한 수사 결론은 아직 확실히 나오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오로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면서 삼성 경영진에 대한 구속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작 검찰 수사의 출발선상인 분식회계 유무를 밝히는 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분분한 사안에 대해 미리 유죄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무죄추정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기업 핵심 경영진들이 미래 대비는커녕, 검찰 소환이나 구속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위기 상황에 처한 국가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기업 경제활동과 검찰 수사는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시시비비는 법적으로 명확하게 가리되, 기업이 일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올해처럼 삼성이 힘든 상황은 아마도 사상 처음일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가 비상인 상태에서 각자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놓치지 않도록 최소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 임직원들이 “정신적 감옥에 갇혀 있다”며 “국가경제를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일원으로 살아 왔다는 자부심으로 힘든 역경을 이겨왔는데, 국내외 악재가 오히려 시너지를 일으켜 ‘질식’ 수준에까지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모든 범죄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라도 불시에 잡혀 갈수 있다는 압박감이 임직원을 옭아맬 수 있다”며 “삼성이기 때문에 색안경을 쓰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정치가 경제를 놓아줘야 할 때”…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쓴소리’ 

지난 12일 일본 수출 규제 방안 마련을 위한 출장을 마치고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시스
지난 12일 일본 수출 규제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출장을 마치고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시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2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7일 황급히 출장길에 오른 지 엿새만이다.

지난 10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30대 총수 간담회에 불참하면서까지 이뤄진 일본 출장이었다.

그동안 일본에서 이 부회장이 누구를 만났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철저하게 ‘위기 대응’에 방점을 찍고 기업인과 금융인을 비롯한 현지 재계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삼성 특유의 일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조언을 구하고, 반도체 핵심 소재를 확보할 수 있는 ‘우회 수출’ 방안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쪽에선 정부 측도 이 부회장의 이번 일본 출장에 대해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해결돼야 할 국가 간 문제를 기업이 떠맡아야 하는가에 대한 재계 좌장격 인사의 쓴소리도 나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얘기다.

최근 박용만 회장은 자신의 SNS에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며 “중국과 미국 모두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어지며 제조업 제품의 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우리는 여유도 없으면서 하나씩 터질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놓아줘야 할 때”라고 썼다.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을 어찌 피해갈지, 이제 공은 정부 당국으로 넘어간 모습이다.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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