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구한말 미국의 親日과 한일 무역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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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구한말 미국의 親日과 한일 무역 갈등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07.14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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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다 이념이 앞선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언제나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불행히도 미국이 구한말 당시의 親日정책을 답습한다면 우리는 제2의 을사늑약을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현실보다 이념이 앞선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언제나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사진제공=뉴시스
불행히도 미국이 구한말 당시의 親日정책을 답습한다면 우리는 제2의 을사늑약을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제공=뉴시스

구한말 미국은 일본과 손잡고 조선의 식민지화를 도모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이권을 침탈한 대표적인 열강 중의 하나였다.

1876년 일본의 무력시위에 굴복해 강제로 개항한 조선. 이보다 앞서 미국은 이미 일전을 치룬 적이 있었다. 제너럴 셔먼호 사건을 구실로 강화도를 침략, 신미양요로 불쾌한 인연을 맺었다. 강화도 조약이후 처음으로 찾은 서구 열강도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은 조선과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에서 눈길이 띄는 대목인 제1조는 “제3국이 한쪽 정부에 부당하게 또는 억압적으로 행동할 때에는 다른 한쪽 정부는 원만한 타결을 위해 주선을 한다”라고 기록했다. 이른바 ‘거중조정’ 조항이다.
 
하지만 미국은 치외법권과 최혜국 대우라는 불평등한 내용도 잊지 않았다. 특히 최혜국 대우는 통상·항해조약 등에서 한 나라가 다른 외국에 부여하고 있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상대국에도 부여하는 대표적인 불평등 악소 조항이다.
 
미국은 아관파천 이후 러시아와 함께 조선의 이권침탈에 나선 대표적인 나라였다. 미국은 경인선 철도 부설권을 획득했다가, 후일 일본에 팔았고, 운산 금광 채굴권은 끝까지 챙겼다. 조선 백성들의 고통은 이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미국의 진면목은 을사늑약 체결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일본의 최고 맹방은 미국이었다. 러일전쟁 당시, 미국은 막대한 차관 제공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조선 침탈을 묵인했고, 러시아의 조선 포기를 국제적으로 확인한 포츠모스조약 체결의 중재자도 미국이었다.
 
미국은 을사늑약 체결 직전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우호조항인 ‘거중조정’도 헌 신짝 버리듯 내팽개쳤다. 미국은 고종의 간절한 요청을 묵살했고, 일제는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며 한반도 지배를 앞당겼다. 국제 현실에 어두워 미국의 진심을 끝까지 몰랐던 무능한 고종도 우리 백성의 불행이었다.
 
하지만 미국도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당하자 일본를 적대시했고, 결국 태평양전쟁으로 맞붙었다. 일본은 미국의 핵공격에 무력화됐고, 무조건 항복했다.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에 反하는 어떠한 세력도 용납하지 않는 현실주의 외교정책의 대명사다.
 
지난달 판문점 미북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대형 정치쇼라는 비판이 미국에서도 제기됐다. 트럼프는 희대의 독재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온갖 정치적 수사를 남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자신의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미국은 최근 불거진 한일 무역 분쟁에서도 자신들의 냉정한 계산기를 두들기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최근 아베 정권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최강국 한국을 겨냥해 주요 수출품목 제한이라는 도발을 감행했다. 현해탄은 북극보다 더 얼어붙었다. 일본은 우리의 굴복을 원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결사항전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미 정부는 현 사태에 대해서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대결 해결보다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되는지 더 고심하는 모양새다.
 
불행히도 미국이 구한말 당시의 親日정책을 답습한다면 우리의 설 땅이 좁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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