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대권, 결국 시대정신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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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대권, 결국 시대정신이 중요˝
  • 정세운·윤종희·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8.10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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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동반성장·양극화 해소·교육혁신 통해 국가경쟁력 지속시켜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세운·윤종희·최신형 기자]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 모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로써 정 위원장의 실력과 호감도는 검증됐다고 할 것이다. 이런 정 위원장이 2012년 대권 잠룡으로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장 본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직접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동반성장위원회와 30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정 위원장은 대선출마와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국민들의 공감과 선택, 그리고 시대정신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재오 특임장관을 의리 있는 인물로 높이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치적 세력화, 국민들 눈에 부정적으로 비쳐"

-19대 총선 때 강남을 지역에 출마한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출마의향은 있습니까.

“아니, 이 일(동반성장위와 제주7대자연경관 추진위)도 하기 바쁜데….(웃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2012년 대권잠룡으로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요.

“지금 동반성장위원회 일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다른 데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대권에 출마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세력화'일 수 있는데 다른 대권후보와 비교해서 세력화가 안 돼 있는 것 같습니다.

“‘세력화’가 능력과 역량으로 비춰질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의 눈에는 다른 부정적 문제가 더 커 보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세력을 통해 조직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국민들의 공감과 선택, 결국 시대정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들의 물밑지원이 한창이라는 얘기도 있던데요.

“처음 들어보는 얘기입니다.”

정 위원장의 ‘대선출마’를 놓고 부정과 긍정의 양면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당장 ‘돈’과 ‘조직’이 필요하다는게 일반론이다. 하지만 부정론자들은 대접받는 데만 익숙한 교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근성이 떨어지는 정 위원장이 과연 대선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긍정론자들은 정 위원장이 총장시절 학교발전기금만 1600억 원을 모은 사실을 상기하며 ‘재계와 학계, 정치권 모두 그를 인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 위원장이 깃발(대선출마)을 들었을 경우 파괴력이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를 키우기 위해 정운찬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이 대선주자 등을 거론하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실제로 2009년 9·3 개각 당시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번 총리 인선은 차기 대권주자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이 세종시를 고리로 박근혜 전 대표의 충청권을 흔들기 위해 내정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것도 이때부터다.

"2007년 대선 때 민주당과 정치로 접촉한 일 없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쪽 대권주자로 거론되지 않았습니까. 왜 거부하신 겁니까.

“저한테는 전혀 접촉이 없었습니다. 여권잠룡이라는 말은 모두 레토릭입니다. 거부한 게 아니죠. 접촉이 없었는데….”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접촉을 시도했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얘기를 해야 된다니까.(웃음) 나한테는 접촉조차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공천권을 달라고 해서 무산됐다는 얘기까지 들렸습니다.

“내가 왜 총선 공천권을 달라고 합니까. 그럴 정도로 정치를 알지도 못합니다.(웃음) 민주당과 정치로 접촉한 일이 없습니다.”

-DJ정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로 영입하려고 했다던데요.

“1998년 한국은행 총재, 1999년 금융감독위원장 직 등을 제안 받았죠. 근데, 금융감독위원회는 구조조정 등을 해야 하잖아요. 내가 ‘피 묻히기 싫다’고 거절했죠. 그리고 1999년 8월 청와대에서 DJ에게 단독으로 경제강의를 해 줄  수 있느냐고 제안이 왔어요. 내가 좋다고 했죠. 그 때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죠.”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자주 만났습니까.

“내가 서울대 총장 시절이니까 청와대에 자주 갔었죠. 그러나 개인적으로 간 적은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1990년도 때 3당 합당에 반대를 했잖아요. 멋있더라고요.(웃음)”

정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시절,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감독위원장 직을 제안 받았으나 고사했다. 노무현 정부는 그에게 경제부총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했다.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인수위원장과 서울시장 후보 등을 제안 받았으나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그러다가 ‘같은 서민 출신으로 서민을 위해 일해보자’는 대통령의 총리직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가 ‘내가 정부에 들어가 균형추 역할을 하자’는 생각에 받아들인 겁니다.”

-요즘은 어떻습니까. 야권인사들과는 자주 교류하고 있습니까. 아무래도 야권인사들과 친하잖아요.

“요즘은 거의 안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기도 하죠. 교류가 거의 없어요. 총리 시절 야권대표를 예방한 게 기억에 남는데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노철래 친박연대(현 미래희망연대) 원내대표가 ‘취임사대로만 하십시오’라고 했어요. 기억에 강하게 남았죠. 하지만 당시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예방을 거부해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정 위원장은 총리 인사청문회 통과 직후인 2009년 9월 30일 취임인사차 여의도를 찾았지만, 당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측 거부로 무산됐다.

민주당 측은 “어제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됐는데, 바로 다음날 정 총리를 만나는 것은 모양새가 적절하지 않다”고, 자유선진당 측은 “정 총리가 어제 ‘경기 과천과 인천 송도를 놓고 세종시 모델로 삼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소속 의원들이 격앙됐다”며 정 총리의 예방을 거부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는 친합니까.

“손학규 대표가 경기고 1년 선배입니다. 손 대표가 당시 웅변반이었는데, 놀러갔다가 인사했었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는 자주 만나십니까.

“이명박 정부 총리 지명 직후에 김근태 전 장관에게 전화를 했더니, 별로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연락이 거의 없었어요.(웃음)”

-이재오 특임장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리가 있습니다. 정치 뿐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도 의리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재오 장관에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재오 장관이) 거칠다고 하는데, 조금 얘기를 투박하게 하기는 하지만, 의리가 있어 보입니다.”

-김문수 경지지사 역시 차기 여권의 대권잠룡으로 분류되는데, 자주 만나서 정치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십니까.

“아닙니다. 김문수 지사 뿐 아니라 정치인 등과는 별로 교류가 없습니다.

"이재오, 의리 있는 정치인…호감 가지고 있어"

-학자로서 박정희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일단 인권문제에서 괴롭힌 게 많잖아요. 분배도 소홀히 했고…. 경제 부분은 불균형이 굉장했지만, 성장은 했죠. 과연 박정희가 없었으면 성장을 했겠느냐는 문제가 있죠. 일종의 가정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지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은 큰 나라가 됐습니다. 인구 5000만 명에 GDP 2만 달러가 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밖에 없어요. 물론 대만처럼 분배에 신경을 쓰면서 천천히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당연히 들죠.”

-정운찬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자연인’ 정운찬에게 비전은 큰 이야기입니다. 다만, 당면한 ‘동반성장’이나 ‘양극화 해소’에 가시적 성과가 있길 바라고, 좀 더 나간다면 ‘교육혁신’과 ‘기업경쟁력’강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지속시켜야 한다. 그런 정도입니다.”

 

정 위원장은 서울대 총장시절 추진했던 대학자율화를 비롯해 고교다양화, 학력요건완화라는 3화정책을 제시했다. 특히 경제양극화와 함께 교육양극화가 2012년 대선 이슈로 떠오른다면 그가 주장한 고교다양화(고교입시부활)는 파괴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정 위원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교육 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편다. 때문에 강북이나 지방에도 경쟁구도를 통해 명문고를 육성하면 자연히 강남 쏠림 현상이 줄어들고, 이는 교육양극화를 해소하고, 강남 땅값까지 잡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놓고 있다.

정 위원장의 교육정책에 대한 소신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총리시절 ‘입학사정관제’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일화가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입학사정관제만 잘되면 대학은 잘될 것”이라며 입학사정관을 실시하는 대학에 지원금까지 내놓겠다는 구상을 했다.

하지만 정운찬 총리는 “입학사정관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힘들 뿐 아니라 부자들한테 유리한 제도”라며 이 대통령에게 입학사정관제를 권장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그 이 후 이 대통령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나온 숱한 의혹이나 비판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일일이 대응하면, 그 의혹 등이 증폭될 수 있잖아요.”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제자 중 김상조 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와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둘 다 훌륭하죠. 우수하고 현실을 제대로 알고 발언을 하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원숙한 경지에 도달하는 것 같아요. 아주 훌륭한 제자들이죠.

한국 케인지안의 선두두자인 정 위원장은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수제자다. 조순학파는 1970∼1990년대까지 한국의 경제를 주도했던 ‘서강학파’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핵심으로 참여한 ‘학현학파’와 함께 한국 3대 경제학파로 불린다.

조순학파는 1970년대 이후 한국의 고도성장 가운데 파생된 압축성장, 불균형 성장 등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적절한 개입을 주장하며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

초과이익공유제가 논란이 됐을 당시인 지난 3월 9일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경제개혁연대 ‘경제읽기’를 통해 “초과이익 공유제의 포인트는 성과 측정의 대상을 협력업체에서 대기업으로 옮긴다는 데 있다”며 “대기업이 연초 설정한 목표이익을 초과 달성한 경우 그 일부를 내부 임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듯, 초과이익의 일부를 협력업체에도 주자는 것”이라며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담당업무 :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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