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손학규 ‘변칙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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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손학규 ‘변칙의 리더십’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7.15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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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각오 무색한, 원칙 없는 변칙적 행보
스스로 당 사분오열 자초하는 당사자 되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변칙의 리더일까. 주대환 혁신위원장 사퇴로 엿보는 손 대표와 그간의 변칙적 행보. 그리고 바른미래당의 내일은? ⓒ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변칙의 리더일까. 주대환 혁신위원장 사퇴로 엿보는 손 대표와 그간의 변칙적 행보. 그리고 바른미래당의 내일은? ⓒ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바른미래당의 미래가 '바르지' 못하다는 우려가 들려왔다.  ‘바른미래스러운 얼굴이 손학규 당 대표면 말 다했다’는 회의적 눈초리다. ‘변칙의 왕좌’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다는 쓴 소리도 있어왔다. 이처럼 일각이 지목하듯 손 대표야말로 원칙이 없는 변칙의 리더일까?

손 대표에 앞서 우선 이 얘기부터 해야겠다.

‘그’는 분명 바른미래당의 젊은 혁신위원들에게 맡긴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스스로 깼다. 불과 열흘이 지난 뒤였다. 이유는 하나였다. 손학규 대표 재신임을 검증하겠다는 혁신안 때문이었다. 이 안을 들고 최고위 상정에 올려야 될 혁신위원장이었다. 그러나 안건을 올리기로 한 날 그는 기습적으로 사퇴를 선언했다.

‘사퇴’로 뚜렷해진 것이 하나 있었다. 당을 위한 혁신위원장이 아닌, 손 대표를 위한 호위무사 자격으로 투입된 혁신위원장이었다는 것이다. 손 대표에게 불리하면 나쁜 혁신안, 유리하면 착한 혁신이었을까.

‘손학규 대표 최측근’ 싱크탱크 동아시아 미래재단의 이사로 있던,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렇게 문제제기한 이는, 주 전 위원장이 사퇴를 선언했던 지난 11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바른미래당의 한 전직 의원이었다. 그가 볼 때 주 전 위원장이야말로 “반 혁신적”, “무책임한 자”라고 했다.

그는 “정당 정치나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한 국민의 여망에 부흥하겠다는 것이 아닌, 바른미래당의 살길을 위한 혁신도 아닌, 오직 손 대표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이익 친화적 행동을 했다는 것”이라고 작심발언했다.

더 심하게는 이런 말도 했다. "하필이면 뽑아놓은 젊은 혁신위원들이 손 대표의 정치적 이익에 맞지 않은 안건을 다수결로 처리하다보니 본인은 더 이상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당에서 처음부터 혁신위를 구성한 것 자체가 사기였다"고 일갈했다.

혁신위마저 변칙적 산물에 불과했던 것일까. 풀어보면 지난 1일 당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주대환 당시 위원장은 "우리는 원팀", "계파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잉크도 마르기 전인 지난 11일 그는 큰일이나 난 듯 혁신위를 박차고 나왔다. "계파갈등이 재현됐다", "젊은 혁신위원들을 조종해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이 있다"는 것이 사퇴의 변이었다. 

원래 이날 혁신위는 손 대표 재신임 검증 등의 혁신안을 당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전날 심도 깊은 논의 끝에 현 지도부 체제로는 내년 21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젊은 혁신위원들 사이에서 커져갔다. 결국 8~9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21대 총선 승리를 위한 비전 공청회 개최, 손 대표 재신임 국민 당원 여론조사, 해당 실행 안에 대한 평가와 판단 등 세 가지 안을 놓고 투표에 붙이기로 했다. 그 결과 찬성 5대 반대 4로 손 대표 재신임 검증이 포함된 혁신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된 이 안은 당 최고위 회의에 올리지도 못했다. 주 전 위원장이 기습적이다시피 사퇴하면서 혁신위는 앞날마저 불투명해져 버렸다. 이유는 당헌당규상 혁신위 해산도 쉽지 않지만, 정상가동하기에도 여의치가 못하기 때문이다. 회의 소집 및 혁신안 상정 권한은 위원장에 있다. 그런데 그 위원장이 사퇴한데다 후임 위원장 선임 권한은 손 대표에게 있다. 자신의 재신임이 담긴 혁신안을 손 대표가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오히려 당권파는 이 모든 판을 깨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남은 혁신위원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맏형인 권성주 부산수영구지역위원장(전 대변인)은 12일부터 혁신위 정상화를 기치로 무기한 단식농성까지 돌입했다. 혁신안 사수에 대한 이들의 결심도 상당했다.

권 위원장은 당일(1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우리 혁신위원들은 바른미래당이 내년 21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각오다. 대한민국 국운을 어깨에 짊어지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를 위해  "혁신위는 해산되면 안 된다. 끝까지 혁신안을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는 단순히 손 대표의 재신임 문제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검증 과정을 왜 퇴진으로 받아들이는지도 모르겠다"며 ”손 대표가 이번 일로 결속을 다지면 원팀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곡기마저 끊고 만 젊은 혁신위원의 ‘정상화 촉구’에 손 대표가 일말이라도 귀 기울일지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15일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 당권을 잡은 이후부터 원칙 없는 변칙주의자로 변신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이는 기존의 손 대표 트레이드 마크였던 책임 정치와는 상당히 다른 궤"라고 전했다.

설명에 따르면 그동안 손 대표와 당권파는 선거법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해 당 의총 직전, 걸림돌이었던 이언주 의원에 대해 막말을 이유로 당원권을 정지해 버렸다. 그럼에도 오신환 의원(현 원내대표)의 반대 변수가 떠오르자 사보임을 강행해 결국은 통과시켰다. 뿐만 아니라 손 대표 퇴진론에 대한 시간을 벌기 위해 혁신위 카드를 꺼낸 것도 변칙의 일환이었다. 그럼에도 재신임 문제가 불거지자 이번엔 아예 혁신위원장 사퇴와 혁신위 해산으로, 반칙에 가까운 변칙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일침이었다.

심지어 손 대표는 올 추석으로 미룬 사퇴 여부 관련 카드도 철회할 조짐이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손 대표는 4‧3 창원성산 재보선 참패에 대핸 책임론이 커질 당시 "추석 전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사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15일 최고위 회의를 끝내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유효한지 모르겠다’는 듯 애매한 답변을 취한 것이다.

사실상 손 대표가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전망은 일찌감치 진단된 바 있다. 얼마 전 그를 만났다는 학계 출신의 한 관계자 말로는 '얘기를 들어보니 손 대표가 퇴진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거였다.

당을 살리고 나라를 위한 구국의 결단 앞에서는 원칙만이 순리도 아니며, 변칙이라 해도 그것이 역류이자, 반칙 또한 결코 아니다. 승리의 관문 앞에서는 둘 다 필요하며, 어디든 예외적 허용이 있다. 중요한 것은 진정어린 명분이다.

그러나 손 대표는 당을 살리는 대표가 아닌, 쪼개짐의 길로 돌진해가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상기하면 손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수락 연설에서 영호남, 보수와 진보가 결합한 통합의 가치를 강조했다. 미래형 진보 외에도 개혁적 보수까지 모두 아우르는 중도개혁통합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소리 높였다. 

그러나 이제는 솔직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영호남 대신 호남에만 기반 하려는 것은 아닌지', '보수와 진보의 결합이 아닌, 범여권(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하고만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지',  '당내 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바른정당계 개혁보수 출신들이 나가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등이다.

결국 변칙을 쓰면서까지 당의 창당 정신을 주도적으로 깨려는 당사자가 손 대표 본인은 아닌지를 묻게 되는 순간이다. 물론 이 같은 시선에 고개를 젓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당 이종철 대변인도 최근 만남에서 손 대표의 변칙을 묻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했다. 오히려 “손 대표는 신의나 원칙, 약속을 아는 훌륭한 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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