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를 가다④-광진을] 보수정당 당선자 전무…기적 도전하는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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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를 가다④-광진을] 보수정당 당선자 전무…기적 도전하는 한국당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7.16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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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서민 주거지에 건국대·세종대도 위치…민주당계 전승(全勝) 기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역이었던 광진구는 최근 한강변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광진구청
단독주택과 빌라촌 사이로 저 멀리 보이는 고층 아파트는 광진구의 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광진구청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구의역에서 내리면, 대로변에 늘어선 작은 상점들이 눈에 띈다. 상점들 사이로 난 골목길에 들어서면 약간은 낡은 단독주택과 빌라가 보이고, 약간 고개를 들면 저 멀리 솟아 있는 높은 아파트와 빌딩을 발견할 수 있다. 낮은 건물들 위로 보이는 몇몇 고층 빌딩과 아파트. 서울 광진을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전통적으로 광진구는 ‘서민의 보금자리’였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광진구는 경기도 양주군에 속했기 때문에, 청와대와 서울시청을 품고 있는 종로(관련기사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153)처럼 주요 기관들이 들어설 만한 입지조건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여의도(관련기사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234)와 같은 계획도시도 아니었으니, 강북 최동단(最東端)인 광진구는 자연스럽게 서울 변방의 평범한 주거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강남과의 거리가 가깝다는 장점이 주목받으면서, 광진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특히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강남에 닿을 수 있는 자양3동의 경우 주상복합 초고층아파트와 대형쇼핑몰이 들어서는 등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의 개발이 진행, 지역에서 손꼽히는 부촌(富村)으로 성장했다. 이로써 광진구는 오랜 기간 터전을 잡고 살아온 서민층과 자양3동을 중심으로 한 고소득층, 건국대·세종대 재학생들인 젊은층이 어울려 사는 혼합적 인구 구성을 갖추게 됐다.

강남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자양3동은 상당 부분 재개발이 이뤄진 상태다. ⓒ시사오늘
강남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자양3동은 상당 부분 재개발이 이뤄진 상태다. ⓒ시사오늘

서민 많고 호남향우회 강세…민주당 ‘무패’

하지만 인구 개요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이 지역은 여전히 서민층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자양3동을 중심으로 값비싼 아파트촌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단독주택과 빌라가 더 눈에 띄는 동네다. 여기에 서울 외곽의 베드타운이 대체로 그런 것처럼, 산업화 시기 일자리를 찾아 상경했다가 집값이 싼 지역에 자리 잡은 호남 출향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8일 <시사오늘>과 만난 광진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여기는 호남 사람들이 많이 산다. 호남향우회도 엄청 세고. 선거 때 되면 한국당 사람들도 거기 쫓아다닌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실례(實例)로 제20대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새누리당 정준길 후보는 7개 동의 모든 호남향우회를 돌며 호남 출신 유권자들에게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탄핵 역풍이 불었던 제17대 총선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광진을 국회의원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다. ⓒ시사오늘
탄핵 역풍이 불었던 제17대 총선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광진을 국회의원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다. ⓒ시사오늘

이뿐만 아니라 광진을에는 건국대와 세종대라는 두 개의 종합대학이 위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젊은층은 진보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광진을의 인구 구성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러다 보니 광진을은 성동구로부터 분구(分區)된 제15대 총선 이래 단 한 번도 보수정당이 당선된 적 없는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제15대 총선 이후 열린 모든 선거를 통틀어 광진을에서 승리를 거둔 보수정당 후보는 제17대 대선에서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유일했다. 보수와 진보가 각각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아래 총집결, ‘5대5 싸움’을 벌였던 제18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8000표 차 이상 앞섰던 것을 보면, 광진을의 정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광진을에서 보수적 성향을 띤다는 구의3동과 자양3동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벌어진다. ⓒ시사오늘
광진을에서 보수적 성향을 띤다는 구의3동과 자양3동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벌어진다. ⓒ시사오늘

그나마 광진을에서 보수적 성향을 띠는 곳은 구의3동과 자양3동이다. 하지만 이 두 곳 역시 강남처럼 보수정당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지역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구의3동과 자양3동은 제18대 대선에서 유이하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행정동이었는데, 그마저도 구의3동에서는 509표 차, 자양3동에서는 159표 차에 불과했다. 광진갑에 속하는 광장동처럼 다른 지역에서의 표 차이를 상쇄할 정도로 ‘확실하게 밀어주는’ 성향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11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자양3동은 학군도 괜찮고 교육 수준 높은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아서 오히려 뉴타운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부촌이라고는 해도 평창동이나 강남 같은 데는 아니라서, 꼭 보수가 유리하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반반이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여전히 이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모양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여전히 이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모양새다. ⓒ뉴시스

추미애 기반 탄탄하지만…‘피로감’ 변수

다만 다가오는 제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우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인구 구성 자체는 여당에 유리하지만, 추미애 의원에 대한 피로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 의원은 1996년 제15대 총선 이래 광진을에서만 여섯 차례 출마, 5선을 달성했다. 이는 탄탄한 지역 기반을 지녔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지역구 주민들이 피로감을 느낄 공산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욱이 한국당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이 지역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해 내년 총선을 대비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찬반투표 건으로 서울시장에서 사퇴한 뒤 광진구 자양동으로 이사,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종로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5년 넘게 광진구에 거주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다시 광진구 자양동으로 돌아가 제21대 총선 출마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내세워 광진을에서의 첫 승을 노린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내세워 광진을에서의 첫 승을 노린다. ⓒ뉴시스

무엇보다 오 전 시장은 그동안 추 의원이 상대했던 한국당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나 경력 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인물로 꼽힌다. 추 의원에 대한 피로감이 높은 상황에서, 그 대항마(對抗馬)로 대권 후보급 인사(人士)인 오 전 시장이 나선다면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평가다.

앞선 한국당 관계자는 “광진을이 험지 중 험지인 것은 사실이지만, 오 전 시장도 나름대로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민주당에서 추 의원을 이길 만한 사람이 없으니 다음 총선에도 추 의원이 나올 텐데, 그러면 중도 쪽에 있는 분들은 ‘이제 추미애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오 전 시장은 대권 후보급이니 소위 ‘큰 인물론’이 나올 수도 있다”며 “(인구 구성상) 민주당이 확실히 유리한 곳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만약 내년 총선에서 이변이 벌어진다면 광진을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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