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모든 사고에 우연은 없다
[취재일기] 모든 사고에 우연은 없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7.17 15: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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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축구클럽 사고 취재 과정 ‘반성문’
모든 사고에 우연은 없다…예고된 필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이 취재일기는 기자가 송도 축구클럽 사고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느낀 죄책감에 쓰게 된 일종의 ‘자기 반성문’입니다. 반성문을 시작하려면, 약 한 달 전인 6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부탁이 있어.’

1년 전 신림동 고시 생활을 함께 보낸 스터디원의 카톡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온 연락에 반가움도 잠시, 친구 아들이 송도 축구클럽 사고를 당했다는 얘기를 전해왔습니다. 잠시 후, 전해 받은 태호 아버님의 연락처로 ‘6월 20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내용의 짧은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축구클럽 사고 현장 앞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어린이가 추모 문구를 적은 종이를 붙이고 있다.ⓒ뉴시스
인천시 연수구 축구클럽 사고 현장 앞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어린이가 추모 문구를 적은 종이를 붙이고 있다.ⓒ뉴시스

모든 사고에 우연은 없다

지난 5월 15일 인천 연수구에서 발생한 송도 축구클럽 사고는 초등학생 5명을 태운 축구클럽 승합차가 신호 위반으로 다른 차와 충돌하며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8살 태호와 유찬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번 사고가 있기 전, 이미 2013년 3월 충북 청주시에서 당시 3살이었던 세림이가 통학 차량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후 2015년 1월 ‘세림이법(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의무를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를 태운 ‘모든’ 통학차량의 안전을 책임지자는 취지로 제정된 세림이법에는 축구클럽과 같은 체육시설의 차량은 제외됐습니다.

실제로 세림이법의 적용을 받았다면 영유아용 좌석 안전띠를 매고 보호자가 동승해야 했지만, 축구클럽 차량을 타고 있었던 초등학생들은 보호자 없이 어른용 안전띠를 착용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피해자 유가족은 사고가 났던 연수구의 사거리는 신호체계가 제각각이라 민원이 있었던 지역이었으나 이를 방치했다는 점도 사고의 원인으로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노란불일 때 멈추지 않고 빨리 달렸던 24살의 운전자와 24살에게 30살부터 적용되는 책임 보험을 들었던 축구클럽 대표에게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태호와 유찬이의 죽음에는 △세림이법의 사각지대 △신호체계에 대한 민원 방치 △노란불에 빨리 달리는 문화 △보험과 고용에 안일한 대처 등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이 속속히 드러났습니다. 

모든 사고에 우연은 없었습니다. 어른들의 소홀함과 일상 속 간과에서 발생한 필연적인 사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와 관련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15일 오후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송도 축구클럽 사고 토론회에서 ‘아이를 택배 보낸다’는 표현을 들어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내 아이를 학원 차량에 태우는 건 마치 택배를 보내는 것과 같았다”며 “학원 차량이 알아서 학원으로 배달 보내주고, 또 알아서 아이가 배달돼 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15일 오후 2시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송도 축구클럽 사고 토론회가 열렸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15일 오후 2시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송도 축구클럽 사고 토론회가 열렸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통계 수치를 넘어선 아픔에 관하여

사실 기자는 당시 연수가 겹쳐 가지 못했던 기자회견과 여러 취재 일정에 미뤄진 이 사건이 마음 한편의 짐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세림이법 전후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 통계를 바탕으로 조금 지난 기사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경찰청도 도로교통공단도 “그런 통계는 없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는 소위 ‘엎어진’ 기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마음보다는 머리와 손이 앞선, 숫자 놀음하는 그런 기사를 쓰려고만 했습니다.

태호 어머님께서는 같은 날 토론회에서 “여러분들은 통계 자료를 보면서 이 사고도 하나의 사고에 불과하다고, 또 몇 년도에 몇 명이 죽었는지 그저 하나의 수치에 불과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하지만 그 수치 속 숫자는 한 가정이 무너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촉박하게 흘러갔던 축구클럽 토론회의 마지막 무렵, 태호 어머님의 차분하면서도 떨려오는 음성에 모두가 집중했습니다. 잠시 쉬고 있던 취재진의 카메라는 일제히 한 방향을 향했고, 적막함과 먹먹함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는 기자들의 노트북 타자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이어 민주당 조민경 인천 연수구의회 의원은 “이번 사고는 법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며 “계류 중인 법안이 빨리 처리돼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17일 기준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1만4837건의 의안에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등이 제안한 잠자는 어린이 확인장치·어린이 안전경보장치 의무화 법안(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민주당 김민기 의원 등이 제안한 어린이 통학버스 범위 확대(공공기관, 시민단체) 및 동승 보호자 교육 의무화 법안 등 많은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 법안이 포함돼 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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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2019-07-20 22:55:35
유익한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