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초고(草稿)는 쓰레기다”
[사색의 窓] “초고(草稿)는 쓰레기다”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7.18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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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나 책을 많이 낸 저술가일수록 고쳐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草稿)는 쓰레기다”라는 말로 고쳐 쓰기를 역설했다. 그는  '노인과 바다'를 200번이나 고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나 책을 많이 낸 저술가일수록 고쳐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草稿)는 쓰레기다”라는 말로 고쳐 쓰기를 역설했다. 그는 '노인과 바다'를 200번이나 고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외로움과 무력함을 달랠 수 있어 좋다. 글 쓰는 사람들에게 정년퇴직은 없기 때문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칭송 받는 피터 드러커 교수는 96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좋은 글은 치열한 수정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은 고칠수록 나빠지고, 글은 고칠수록 좋아진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누에고치가 실을 뽑듯’ 글을 술술 쓰는 사람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대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조차 글쓰기에 대해 “타자기 앞에 앉아 피를 흘리는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할 정도였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일수록 실제 쓰는 시간보다 고치는 시간이 더 길다고 한다. 그러므로 글은 고칠 때부터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되는 것이라 하겠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나 책을 많이 낸 저술가일수록 고쳐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草稿)는 쓰레기다”라는 말로 고쳐 쓰기를 역설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작인 <노인과 바다>를 200번이나 고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쳐 쓰기는 글을 쓴 직후에 해도 되고, 잠시 묵혔다가 해도 되겠지만 언젠가는 ‘완전원고’를 만들어야 한다. 퇴고는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내용을 삭제하고 부족하거나 빠진 내용을 보충하며, 오·탈자 및 띄어쓰기는 물론 문장이나 문단까지 손보는 일이다. 

글이란 조사 하나만 고쳐도 맛이 달라진다. 소설 <칼의 노래>를 쓴 작가 김훈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는 소설의 첫 문장을 쓰기까지 며칠 밤을 고민했다고 한다. ‘꽃이’로 할지 ‘꽃은’으로 할 것인지 조사 하나를 두고 숙고를 거듭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초고가 쓰레기라고 여긴다면 처음부터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 대신 내용에 신경을 쓰며 자신만의 초고를 많이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 처음 완성한 초고를 두고 양파 껍질 벗기듯이 하나하나 검토해 보고 수정을 가한다. 이 과정을 여러 번 거치다 보면 마침내 누구에게나 보여줘도 좋은 제대로 된 글이 완성될 것이다. 

초고는 되도록 빨리 작성하는 게 좋다. 생각이 가는 대로 빠르게 적어나가는 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씨앗이 된다. 처음부터 너무 힘을 줘 좋은 문구를 생각해 내려고 하면 머리도 아프고 진도도 안 나가 쉽게 포기하게 된다.

‘글을 미리 쓰고 100번 고치는 것.’ 이것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힘주어 말하는 글쓰기 방법이다. 그래야 글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과학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학자로 수십 권의 과학 대중서를 집필했다. 

저술가 조관일은 자연스러운 글쓰기를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글쓰기의 대가들이 가르쳐주는 요령에 따르면 ‘아무렇게나 무조건 글을 쓰는 것’이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된다는 말이다. 글을 쓰지 않고 생각만 하면 할수록 장벽이 거대하게 느껴지고, 나중에는 결코 허물 수 없는 절벽으로 생각되어 좌절하고 만다.’

중국의 문장가 구양수는 글을 지으면 벽에 붙여 놓고 시간이 나는 대로 고쳤는데, 어떤 글은 마지막 완성 단계에 이르자 초고 중 단 한 자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전설 같은 일화도 전해진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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