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통계수치의 함정, 맹신과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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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통계수치의 함정, 맹신과 불신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7.19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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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조작된 통계수치는 불신을 받고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러기에 ‘통계의 함정’에 빠지거나 통계를 악용해 억지 주장을 펼쳐서는 안 된다. 잘못된 여론조사는 민심을 왜곡한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그 여론조사는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커뮤니티
조작된 통계수치는 불신을 받고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러기에 ‘통계의 함정’에 빠지거나 통계를 악용해 억지 주장을 펼쳐서는 안 된다. 잘못된 여론조사는 민심을 왜곡한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그 여론조사는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커뮤니티

통계수치가 때론 순수하지 못하다고 보는 게 옳다. 통계작성 주체에 따라 거짓 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계가 가지는 의도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상대방 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 

오늘날 사회는 숫자와 확률로 표현되고 의미를 전달한다. 우리 국민은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행복한 것 같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6월 국민 삶의 질 지표’가 역대 최고의 개선 실적을 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말 국민 삶의 질이 좋아진 것일까?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통계청 자료에서 실적이 좋지 않은 17개 지표는 삭제되고 대신에 좋아진 8개 지표가 더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의도된 숫자로 자화자찬(自畵自讚)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통계청이 현 정부의 삶의 질 개선 정책에 맞춰 ‘맞춤 통계’를 내놨다는 비판을 한다.

통계 때문에 여러 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5월에 1분기 가계소득동향조사에서 상위 20%(5분위)와 하위 20%(1분위) 소득 격차가 5.95배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자료가 발표됐다. 이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이 교체됐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은 통계수치 때문이었다. 같은 해 8월엔 2분기 가계소득동향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통계청장이 취임한 지 13개월 만에 경질됐다. 당시 정권에 불리한 통계를 내놨다는 이유로 통계청장을 내쳤다는 지적이 일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조사는 중요한 정치도구이자 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어쩌면 정치는 여론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를 먹고 산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때론 여론조사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여론조사는 표본 선정과 설문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통계치가 나올 수 있다. 그 내용을 잘 모르는 국민은 결과만을 그대로 믿기 십상이다. 조작된 여론조사는 잠시 여론을 호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자충수’라는 걸 드러내게 된다. 국민은 여론조사 결과를 불신하고, 마침내 실제 여론과 정반대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 때 여당에서는 ‘공수처에 대한 국민 찬성률이 80%에 이르고, 선거제 개혁도 여론조사를 했더니 찬반이 58대21’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공수처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조사 설문문항이 특정 응답을 유도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가 오용과 남용을 넘어선 듯하다.   

조작된 통계수치는 불신을 받고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러기에 ‘통계의 함정’에 빠지거나 통계를 악용해 억지 주장을 펼쳐서는 안 된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다만 숫자를 만지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뿐이다.” 어느 야당 정치인의 논평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독일 발터 크래머 통계학과 교수는 책 <벌거벗은 통계>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수리가 많은 모든 수치들이 틀림없이 정확할 거라고 반대 결론을 내리게 된다’며 통계수치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고 있다. 

잘못된 여론조사는 민심을 왜곡한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그 여론조사는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여론조사 업체가 경쟁하면서 해(害) 되는 여론조사도 적지 않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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