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태풍 앞 한국경제 - 최악에 대비하라
[이병도의 時代架橋] 태풍 앞 한국경제 - 최악에 대비하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7.20 11: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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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내우외환(內憂外患) 위기국면
국가 미래 ‘4차산업’ 진출 기피 충격
기업 옥죄는 정책들과 강성 노조가 원인
‘소주성’, 현실은 정반대…소득 줄고 고용 최악
FDI 급감, 잘못된 경제정책이 부른 `禍`
정부만 나 홀로 낙관론 - 무능한 정치 기업 발목
日보복 초당적 대처 실천이 중요, 규제혁파 나서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한강의 기적'을 기록한 후 승승장구하던 한국경제는 이제 역사적 침몰국면으로 들어서고 말았는가? 

우리 기업들이 '투자 확대→글로벌 수요 감소→이익 감소→재무 부담 가중'이라는 전형적인 신용도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다.

곳곳에 적신호가 역력하다. 수출 감소, 경제성장률 둔화에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 실업난 등 전례없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국면이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주력업종 체감경기가 급랭한데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경기하강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일본발 무역제재가 확대 양상을 보이면서 기업인들을 직접적으로 강타하고 있다.

이미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과 강성 노조 탓에 위기감에 휘말린지는 오래됐다. 성장률과 투자, 고용 등 좋은 지표가 거의 없다. 

20년 만에 실업자가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제조업 몰락 탓이다.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가 10개월 연속 떨어져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하락했다. 이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6만6천 명 감소해 통계 작성 후 최장인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괜찮은 일자리를 갖고 가계 살림을 책임지는 가장(家長)의 일자리가 줄어 전례없는 민생경제 현안으로 대두했다.

그렇지만, 정작 위기 타개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낙관론에 취해 역할을 못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이 모두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는데 정부만 나 홀로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는 지경이다. 

촛불로 집권한 정권이 2년여 만에 경제를 태풍 앞의 촛불 신세로 추락시켰다. 한국 경제는 어디까지 다시 떨어지게 될 것인가. 원인과 실상은 무엇이며, 진정한 대책은 무엇이 되어야 할 지, 집중진단이 필요하다.

일본의 수출 보복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부가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일본의 수출 보복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부가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기업경영 시계 제로

일본의 수출 보복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부가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도 버거운데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치면서 기업 경영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일본의 수출규제는 따지고 보면 정치가 무능한 탓에 발생한 일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요구에 보복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동분서주하기 바빴다. 결국 짐은 기업들이 다 떠안게 됐다. 정치로 풀어야 할 배상 문제를 정치로 풀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거론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대폭 낮췄다. 이에 앞서 피치는 2.5%에서 2.0%로, 무디스는 2.3%에서 2.1%로 내렸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2.2%에서 1.8%로, 골드만삭스는 2.3%에서 2.1%로 낮췄다. 

특히 S&P는 별도의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이 실적 악화 등으로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무역분쟁 심화가 최근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저하로 나타났고 앞으로 12개월 동안 신용도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간판 기업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해외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기업 경영도 불안정해진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경제성장률 하락보다 더 큰 발등의 불인 셈이다.

S&P는 보고서에서 “한국 200대 기업들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부정적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험난한 영업환경과 규제 리스크에 더해 미·중 무역 분쟁 및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주력산업에 직격탄을 안길 것이라는 경고다.

간판기업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깎일 수 있다고 경고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어려움에 직면할 업종을 조목조목 짚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공개한 하반기 기업환경 전망 보고서에도 이런 현실이 반영됐다. 기업 93%가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본 기업도 60%에 달했다. 정부의 인식과는 달리 현장은 경제를 그만큼 어렵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금처럼 안이한 경기인식을 고수한다면 경제위기 극복은 난망이다.

삼성 위기, 실상과 파장

'발등의 불'은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에서 적나나하게 확인된다. 

삼성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대외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 사업지원팀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조직력도 약화된 상태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의 퍼펙트 스톰이 덮친 상황이다. 

상황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의 발목을 잡는 악재들이 단기간에 해소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사장단과 경영전략점검회의에서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삼성이 처한 위기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국내 1등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렇게 위기를 맞으면 가뜩이나 침체된 한국 경제도 더욱 불안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 매출액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고 코스피 비중도 20%에 육박한다. 주력 제품인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한다. 지금처럼 반도체 수출이 격감하면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 무너지게 된다. 

삼성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 외에 스마트폰, 텔레비전, 가전제품 등 다른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라 시나리오별 대응책에 들어가고 있다.

삼성그룹만큼 일본 경제계와 정·관계에 폭넓고 튼튼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업은 국내에 흔치 않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삼성 총수 일가가 3대에 걸쳐 구축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일본 경제계 인사들을 두루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계 및 재계에 영향이 큰 메가뱅크 고위 관계자들과도 접촉하며 삼성의 입장을 전하고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는 전문이다. 그런데 그가 일본 현지의 분위기를 직접 보고, 듣고, 피부로 느낀 후 내린 결론이 바로 ‘비상경영’인 것이다.

삼성 뿐 아니다. 일반 중소기업 사회에서 최저임금 편법도 성행하고 있다. 

실질임금 기준으로 이미 1만원을 넘은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폐업 위기이고 '아르바이트 쪼개기' 같은 편법만 성행하고 있다.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때문에 오후 6시만 되면 기업 연구개발 부서와 국책 연구소들이 텅 빈 사무실로 바뀌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한국기업 자화상이다. 

미래경쟁 핵심 4차산업 외면

더욱 심각한 것은 국력의 장래와 연결될 미래산업 투자가 이제 거의 포기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진출이 극히 부진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300대 기업 가운데 13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최근 10년간 정관 목적사업 변동을 살펴봤더니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사업이 새롭게 들어간 기업은 불과 20개사에 머물렀다. 4차 산업혁명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이 7곳 가운데 1곳에 불과한 셈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4차 산업혁명의 패권다툼이 한창인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나마 자율주행이나 가상현실 등 이미 사업성이 검증된 분야에 머무를 뿐 3D프린팅·블록체인 등 미래 분야에 참여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국내 기업들이 3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냉혹한 평가가 나올 만하다.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진출을 꺼리는 것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탓이 크다고 봐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절반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로 시장 형성 불투명과 규제 장벽을 꼽았다. 빅데이터나 원격의료 등 무엇 하나 진척되는 분야를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신산업에 진출한 스타트업이 규제와 기득권의 장벽 앞에 쩔쩔매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업들은 무엇을 느끼겠는가. 

4차 산업혁명은 국가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다. 그것도 1~2년 내에 승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민간 창의력을 북돋우고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새 일자리와 서비스가 창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1등제품 한국만 뒷걸음질 - 제조업 잿빛 전망 확산

이와 관련, 최근 1등제품은 한국만 뒷걸음질친다는 소식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한국이 세계 1등 제품 점유율에서 일본은 물론 중국에 비해서도 뒤처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74개 주요 상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1위를 기록한 제품이 7개로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데 머물렀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11개, 10개로 늘어난 데 반해 한국만 제자리걸음을 했으니 사실상 뒷걸음질친 셈이다. 

국내 업체들이 반도체 등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나 대형 패널의 경우 중국의 거센 추격에 따라잡힐 위기에 몰려 있으며 조선업도 중국과의 격차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반면 중국은 태양광 패널이나 컴퓨터 등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한때 수위를 달리던 가전 분야를 중국에 넘겨준 것처럼 언제 어느 분야에서 1위를 빼앗길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때 가상현실(VR) 헤드셋 분야에서 1위에 올랐던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에 밀려 단번에 4위로 밀려난 사례는 ‘졸면 죽는다’는 경각심을 우리 모두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주목할 것은 신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0개 품목의 1위 업체가 1년 새 뒤바뀌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발전용 대형 터빈 시장에서는 히타치가 GE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고 저장장치 분야에도 새 맹주가 탄생했다. 하지만 우리는 화상진단기기나 클라우드 서비스, 암치료약 등 새로 떠오르는 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 채 구경꾼으로 전락한 처지다. 

이러니, 제조업체에 잿빛 전망도 번지고 있다. 대한상의가 2300여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는 2분기보다 14포인트나 추락한 73으로 집계됐다. 수출기업은 88, 내수기업은 70으로 각각 12포인트, 14포인트 하락했다. 2분기에 반짝 살아나던 제조업 경기전망이 다시 ‘날개 없는 추락’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7개월째 이어지는 수출 감소 행진에 더해 내수마저 싸늘하게 얼어붙은 결과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주력 업종의 전망도 암울하다. 자동차·부품 61, 철강 64, 전기장비 66, 기계 73, 정유·석화 업종은 75로 하락했다. 이런 급락은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전례 없는 일이다. 대한상의 조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산업연구원이 1050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3분기 제조업체 시황전망지수는 90으로, 전분기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침몰’ 경고까지 나온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지난 5월까지 10개월째 감소했다.

정부만 낙관론 반복…‘무능한 정치’도 문제 

그야말로 안팎의 위험 요인이 한꺼번에 겹친 셈이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규제는 그대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부 평가가 싸늘해지고 있는데도 정부 대응은 한가롭기 짝이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 답변을 통해 “2분기부터 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내놓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해지면 국내총생산(GDP)이 2.2%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한 데 비하면 상황 인식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내년도 최저임금 소폭 인상을 사과하면서 “이번 결정이 소득주도성장의 폐지 내지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2년간 30% 가까이 올린 최저임금이 기업과 자영업자를 ‘고비용 수렁’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케 하는 말이다.

정부의 인식은 현 상황을 ‘최악의 위기’로 보는 기업들의 판단과는 참으로 거리가 먼 모습들이다. 미국의 중재를 끌어내기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했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국채보상운동’을 들먹이고, 조국 민정수석이 ‘동학혁명’을 떠올리게 하는 것부터 그렇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특단의 대책들을 내놓지 않으면 경제가 더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능한 정치’ 도 문제다. 무능한 정치가 기업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과 경제 보복 조치로 우리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그룹은 사드 배치 장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내 롯데마트 영업을 제한당했고 영화 산업과 뷰티·패션 등 다른 산업도 타격을 입었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노동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경제활성화법 처리는 미루고 기업을 옥죄는 규제강화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거대한 장벽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고용·노동 관련 법안 890개 가운데 절반이 규제강화법이라는 소식이다. 무능한 정치의 뒷감당을 언제까지 기업들이 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로 인해 기업과 경제가 더 이상 골병들지 않도록 해야 할 때다.

최악상황 대비 경제운용을-규제개혁 실천 중요

정부가 비상한 각오를 한다면 주 52시간 근로제는 물론이고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각종 노동·환경·안전 규제 등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접근을 선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기업 경영에 리스크나 불확실성을 안겨주는 법 적용과 입법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기 전에 정부는 경제정책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 경제운용으로 전면 전환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기업을 고사시키는 악성 규제를 제거하는 데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규제 혁파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국내 소재산업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제조업이 무너지는 현실을 보고도 규제 혁파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산업을 고사시키는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처음부터 우리 경제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지난 2년간 각각 16.4%와 10.9% 올린 결과는 이를 잘 말해준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할 저소득층의 소득은 도리어 줄고 고용은 최악으로 곤두박질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이 '소주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리는 시나리오는 참으로 희망적인 '선순환' 일변도이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소비가 늘어나고 이는 기업 활력을 높여 다시 기업의 지급 여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간단하게 말해 소주성은 완전히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18일 한일 통상전쟁과 관련,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만났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자유무역질서에 위배되는 경제보복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경제피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공동발표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다음달 일본이 2차 보복을 본격화하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절차가 보다 까다로워질 게 분명하다.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반도체뿐 아니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그동안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각계 인사를 초청해 조언과 충고를 들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정책에 반영할 생각도 없이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쳤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기업들이 소재·부품 개발과 공급선 다변화를 이루려면 정치권과 정부가 규제개혁에 더 속도를 내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회동으로 사태 극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제 규제 완화 등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그 중에서도 소재·부품 산업 투자를 제약하고 있는 과도한 화학물질 규제가 핵심과제다.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소재·부품 산업의 열악한 경쟁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됐지만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엄격한 화학물질 관련법 때문에 국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8년 전 구미공단 불산 누출 사고 때 제정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은 반도체 소재를 비롯한 유해 물질 취급 공장의 안전 기준을 79개에서 413개로 다섯 배 이상 늘렸다. 

화학물질 한 개 등록에 1200만원까지 비용이 들고 안전 기준을 맞추려면 공장마다 최소 수십억원의 시설 개선 비용이 필요하다. 게다가 더욱 강화된 새 '화학물질등록법'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등록 대상 화학물질이 500개에서 2030년까지 7000개로 늘어나게 돼 있다. 그 결과 대부분 중소업체 수준인 소재 업체들이 아예 국산화를 포기하고 외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쓰는 상황이 됐다. '화관법'은 내년엔 여기서 더 강화된다고 한다. 안 그래도 열악한 소재·부품 기업들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기업의 사업 의지 자체를 꺾을 정도면 영원히 '소재 후진국'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노조마저 난관에 먹구름

이런 판국에 노조마저 대규모 하투(夏鬪)를 예고하고 있어 한국경제의 난관에 먹구름을 더욱 크게 드리우고 있다. 제조업 상황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일본과도 심각한 상황인 이 판국에 노조는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임금협상을 두고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미 쟁의행위 안건을 가결시켰고, 현대중공업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현대제철 역시 노동쟁의 조정신청서 접수로 파업절차를 밟는 중이다. 이처럼 노동계가 줄줄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하투(夏鬪)'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그러나 민노총의 이번 파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대외적·대내적으로 가뜩이나 힘든데 노동계마저 파업에 돌입하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노조가 나라와 노동자 전체의 권익보다는 자신들만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다면 돌아올 것은 '국민의 외면' 밖에 없다. 연쇄파업으로 한국 경제가 벼랑 끝으로 몰리면 가장 좋아할 나라는 일본이 될 것이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 민노총이 직접 참여해 최저임금 인상안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걷어차고 대정부 투쟁을 결의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는 평가다. 

노사가 합의하고 대통령도 사과한 최저임금 합의를 뒤엎으려는 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는 물론 저소득 근로자, 저숙련 노동자, 임시직, 알바 등의 일자리가 붕괴됐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 파업은 또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일본이 무자비한 경제보복을 가해오고 있는 마당에 우리 경제를 벼랑끝으로 내몰 수도 있는 총파업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민노총도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 불안과 우려를 가중시키는 총파업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바꿔야

노조이기주의는 현대자동차의 사례가 너무도 잘 보여준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12월 출시되자마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높은 인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던 ‘없어서 못 판다’는 의미가 이제는 살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부품 공급이 달리거나 일손이 부족해 차를 더 만들지 못한다면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볼 텐데 실상을 들여다보니 노조가 추가 생산을 못하도록 막고 있어 방법이 없다.

현대차는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 흐름을 주도하지 못한데다 사사건건 강성 노조에 발목을 잡혀 실적도 주가도 하향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현대차가 올 1·4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하는 실적 개선을 이뤄내고 10만원 밑으로 곤두박질하던 주가를 훌쩍 끌어올린 데는 팰리세이드라는 효자 제품이 큰 역할을 했다. 이 효자가 더 많은 돈을 벌어오겠다는데 이를 못하게 막아선 노조는 누구를 위한 노조인지 묻고 싶다. 

현대차 노조의 지금 행태는 노조의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다. 노조 안에서도 특정 공장 노조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지극히 이기적이고 퇴행적이다. 이런 상황의 해결을 막는 단체협약도 문제다. 자동차 생산 공장을 조정하는 데도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회사가 무슨 수로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 기호에 부응할 수 있겠는가. 현대차 노사가 회사의 생존을 바란다면 잘못된 단체협약부터 고쳐야 한다. 

지금 노사간 가장 큰 현안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다.

최저임금위 심의 초기 거론됐던 업종별·규모별 차등 적용에 대한 논의는 다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기업과 편의점의 지불능력이 같을 순 없지 않으냐는 소상공인들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일본은 업종별은 물론이고 지역별로도 차등을 두고, 영국과 프랑스는 연령별로도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다시 해봐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경영계와 노동계 양측이 갈등과 반목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현행 최저임금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은 그러나 아직도 국회에 막혀 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한다.

재정적자도 경제위기 반영

기업과 경기가 위기국면이니 나라 살림은 또 어떤가. 이 역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부 재정이 올 1~5월에만 36조5000억원 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를 냈다. 2011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가장 큰 적자다. 나랏돈 씀씀이는 펑펑 늘렸는데 세금은 잘 안 걷힌 결과다. 1~5월 세수는 1년 전보다 1조2000억원 줄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세수가 걱정이다. 세수의 3대 축인 법인세·소득세·부가세 모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인세부터 그렇다. 올 상반기 법인세 세수는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1~5월 법인세가 전년보다 2조원가량 더 걷힌 이유다. 

하지만 하반기는 다르다. 상장사 영업이익이 40%나 감소했을 정도로 푹 꺼진 상반기 실적에 따라 기업들이 법인세를 내게 된다. 세수가 많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산업마저 허덕이고, 여기에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덮친 현실은 앞날을 더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소득세와 부가세는 또 어떤가. 둘 다 경제 성장률에 따라 규모가 좌우되는 항목이다. 1분기에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0.4%)하면서 소득세·부가세 모두 세수가 줄었다. 앞으로도 난망이다.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줄줄이 낮춰 잡고 있다. “한국이 올해 1%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예사가 됐다. 이래서야 정부가 원하는 만큼 세금이 걷힐 리 없다. 예상보다 훨씬 큰 재정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나랏돈을 더 풀면서 재정 건전성 또한 적절히 지켜야 할 판국이다. 

쓸 곳은 늘어나는데 들어올 돈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재정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나랏돈이 엉뚱한 곳에 새고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살펴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재정 건전성은 대외 신인도를 좌우하는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FDI 급감 의미 

오늘 한국경제의 위기상황 적신호는 외국인직접투자(FDI)도 급감세가 그대로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올해 상반기 FDI 규모는 신고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3% 줄어든 98억7000만달러(약 11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실제 도착 기준으론 45.2% 감소한 56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일본 중국 유럽연합(EU)의 대(對)한국 투자가 모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FDI 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 악조건 속에서도 사상최대인 269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급격한 반전세다. 세계적인 투자 위축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감소 폭이 너무 크다. 

정부는 'FDI 5년 연속 200억달러 달성'을 전망하지만 실현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투자 분위기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는데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당길 한국의 매력도 시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기업의 투자가 줄면 여러 면에서 한국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단적인 예로 FDI가 줄면 일자리 창출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외국인의 법인·공장 설립과 지분투자 등이 수반되는 FDI는 생산과 고용 유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 감소는 결국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이는 잘못된 경제정책이 부른 화(禍)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우선 반(反)기업 정책을 바꿔야 한다. 불필요한 법적·행정적 규제를 철폐하고 노사 문제를 개선하며 경쟁 국가에 비해 세금을 더 줄여주는 정책으로 선회해야할 것이다.

‘시장지배 기술 국력핵심’ 정책틀 구축을

이런 국가경제 판국이니, 현장 기업인들의 실제 호소와 여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연 어떤가? 

최근 현장 목소리들을 종합해 보면, 기업인들은 부품 국산화에 대한 정부 의지에 공감을 표하고 긴 호흡의 정부 지원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을 뒷받침할 기초 산업이 탄탄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해당 산업의 뿌리를 내리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히며 수입선 등 조달망 다각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화학 분야에 강점이 있는 러시아·독일 등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부품·소재 분야로 돈이 흘러가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금융 부문 규제를 풀어 달라는 요청도 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속이 이를 정책방향의 단초로 삼아야 한다. 제대로 이행해야만 한다. 이제라도 경제정책의 틀과 방향을 확실히 전환해야 한다. 성장의 폐기와 과감한 규제 혁신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현 상황을 초래한 정책 책임자들의 교체도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드러났듯 시장지배적 제품과 기술은 단순히 경제를 넘어 안보까지 좌우하는 국력의 핵심 요소다. 갈수록 치열한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하고 독보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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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3 21:11:14
잘 읽었습니다. 걱정이 많네요..

이BT 2019-07-23 19:58:12
정말 걱정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상욱 2019-07-20 15:07:36
이정권를어떻게심판해야할지
참으로눈물이나네요